인공지능의 진화 따라..점점 더 똑똑해지는 자율주행차

류형열 선임기자 2017. 2. 12.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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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학습 능력 갖춘 ‘딥러닝’ 탑재…인지·예측·판단기능 한층 발달
ㆍ자율주행차끼리 레이싱 대회…‘로보레이스’도 곧 실현될 듯

자율주행은 운전자에게 새로운 자유를 선사한다. 자동차 이미지 안의 사진은 자율주행을 구현한 볼보의 콘셉트 26이다. 볼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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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등장하는 인공지능엔 묵시적으로 공포가 반영돼 있다. <터미네이터>의 인공지능 스카이넷은 인류를 멸망의 위기로 몰아넣고, <매트릭스>는 인공지능이 지배하는 세계가 배경이다. <레지던트 이블>의 인공지능 레드퀸도 5편까지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로 묘사됐다.

현실은 물론 영화와 다르다. 인공지능이 인류를 지배할 거라는 공포는 아직 이르다. 오히려 인간의 능력을 넘어서되 인간을 해방시켜 주는 존재로 각광받는 게 인공지능이다. 특히 자동차에서 그렇다. 완전한 자율주행을 구현하는 한 수, 그 화룡점정이 인공지능이다.

# 장면 1

2015년 말 데니스 스베르들로프 키네틱 대표는 포뮬라 E와 공동으로 로보레이스(Roborace) 창설을 발표했다. 로보레이스는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차끼리 승부를 겨루는 레이싱 대회다. 팀당 두 대씩 10팀이 20대의 자율주행차를 만들어 경쟁한다는 구상이었다. 모든 차는 기계적으로 똑같다. 결국 승부를 좌우하는 것은 자율주행의 핵심기술, 즉 인공지능이다. 로보레이스는 아직 참가팀을 확보하지 못해 실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말 ‘데브봇(DevBot)’이라는 이름의 테스트카가 포뮬라 E 트랙을 12바퀴 도는 데 성공했다. 로보레이스의 첫 씨앗은 뿌려졌다.

# 장면 2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2017 CES에서 엔비디아는 ‘BB8’이라는 자율주행차 시승을 진행했다. BB8은 엔비디아가 제작한 자율주행차다. 운전자가 목적지를 말하면 음성인식을 통해 내비게이션에 경로와 목적지가 표시된다. 카메라와 각종 센서를 통해 정지신호나 녹색불 등 교통신호를 인식하고 그에 맞춰 서거나 출발한다. 고속도로 진입, 차선 변경, 좌회전, 우회전도 사람이 운전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실행한다. 화살표 표시가 있는 이동식 도로 진입 차단블록이 트랙에 등장하면, 이를 파악하고 자연스럽게 우회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BB8은 4단계 자율주행을 실행했다. 그 핵심이 바로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자율주행 컴퓨터인 ‘드라이브(DRIVE) PX 2’였다.

지난 1월 열린 2017 CES에서 자율주행차 시승을 진행하고 있는 엔비디아 BB8. 엔비디아 제공

■ 자율주행의 화룡점정

인간보다 더 정확하게 볼 수 있다. 졸지도 않는다. 자율주행을 위해 자동차에 탑재되는 다양한 센서들에는 이런 믿음이 깔려 있다.

2017 CES에서 대도심 야간 자율주행에 성공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자율주행차에는 레이더와 카메라, 라이다(LIDAR·레이저 레이더) 등이 달려 있다. 차의 전면에 설치된 라이다 센서와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레이더 센서는 주변에 있는 차량이나 물체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전면 유리 상단에 설치된 3개의 카메라는 보행자의 접근도, 차선, 교통신호 등을 감지한다. 후측방 레이더는 차선 변경이 안전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인간의 눈을 대신하는 자동차의 눈들이다.

자동차의 눈은 점점 더 정확하고 날카로워지고 있다. 하지만 눈만으로 자율주행은 완성되지 않는다.

많이 볼수록 정보의 양도 늘어난다. 센서들이 취합한 수많은 정보들을 신속히 판단하고, 명령을 내릴 수 있는 두뇌의 역할이 중요하다. 어떤 정보는 위험하고 어떤 정보는 내버려둬도 되는 것인가, 실시간으로 판단하는 로직을 만드는 건 쉽지 않다.

도로에는 수많은 변수들이 존재한다. 나비의 날갯짓 하나가 거대한 폭풍우를 일으킨다는 나비효과가 빈번하게 일어나는 현장이 바로 도로다. 인간은 경험과 학습, 직관을 통해 예기치 못한 돌발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 저 앞 골목에서 축구공이 굴러나오면 그 공을 잡기 위해 어린아이가 뛰어나올 수 있다는 것을 예측하고 속도를 줄인다. 아주 미세한 움직임 하나로도 앞차가 직진을 할 것인지 우회전을 할 것인지 판단하고 대비할 수 있다. 오랜 경험과 직관을 통해 여러 가지 경우의 수에서 순간적으로 답을 찾아낸다. 완전한 자율주행이 가능하려면 차도 인간 같은, 아니 인간을 넘어서는 직관과 추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율주행차에서 이런 역할을 하는 두뇌가 바로 인공지능이다.

아이오닉 자율주행차가 라스베이거스 시내 야간 자율주행을 시연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 머신러닝에서 딥러닝으로

인공지능의 ‘빅뱅’을 촉발시킨 것이 딥러닝이다. 기존의 머신러닝은 알고리즘을 이용해 데이터를 분석하고, 분석을 통해 학습하며,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판단이나 예측을 한다. 머신러닝 기술은 현재 자동차들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선행 차량 및 보행자와의 충돌이 예상될 경우 차량을 스스로 제동시켜 사고 위험을 경감시키는 ‘긴급 제동 보조 시스템(AEB)’이 대표적이다. AEB 기능이 가능한 것은 차량 전방에 탑재된 카메라에 인공지능의 초기 단계인 머신러닝 기법이 접목돼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카메라에 사람의 모습을 비추면 해당 카메라는 이를 사람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반면, 머신러닝 기법이 적용된 차량의 카메라는 이미 학습된 데이터를 활용해 해당 모습을 사람으로 인식한다. 이를 통해 카메라는 전방에 나타나는 사람과 사물을 인식해 제어시스템에 정보를 제공하고, 제어시스템은 해당 정보를 바탕으로 차량을 스스로 제어함으로써 사고 위험을 줄이게 되는 것이다.

내비게이션에 적용된 음성인식 기술, 운전자의 얼굴을 인식해 졸음신호가 감지되면 경고를 하는 졸음운전 경고기술 등도 머신러닝이 적용된 사례들이다.

머신러닝은 일정량의 코딩 작업이 필요하고, 다양한 변수를 파악하지 못해 특정 상황에서는 이미지 인식률이 떨어지거나 잦은 오류가 발생하는 한계가 있었다.

머신러닝의 대안으로 떠오른 게 딥러닝이다. 딥러닝은 인공신경망에서 발전한 형태의 인공지능으로, 뇌의 뉴런과 유사한 정보 입출력 계층을 활용해 데이터를 학습한다.

딥러닝을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처리 능력이 요구된다. 드라이브 PX 2의 그래픽처리장치(GPU)는 1초에 최대 24조회에 달하는 작업을 처리할 수 있다. 맥북 프로 150여대가 동시에 작업을 처리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다.

GPU의 병렬컴퓨팅 연산능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데이터를 처리하고 학습하는 딥러닝은 자율주행차가 카메라를 통해 감지된 사물 이미지들을 실시간으로 인식 및 분류하고 그에 맞게 신속히 대응하며 주행하는 데도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운전 시 주변 환경을 파악하고 이에 적합한 판단을 내리는 인간의 두뇌 역할을 대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딥러닝 기능을 탑재한 드라이브 PX 2의 경우 12개의 카메라를 비롯해 레이더, 초음파 센서 등 다양한 센서들을 통해 입력되는 정보들을 결합한 ‘센서 융합’으로 주변 환경과 상황을 인식 및 인지할 수 있다. 차량의 위치 및 차량 주변의 상황을 추론할 수 있으며, 잠시 후의 상황을 예측해 안전한 경로를 계획할 수도 있다.

도로 위의 파편, 다른 운전자의 돌발행동, 공사 중인 도로와 같은 예외적인 상황을 인식하고 이에 맞춰 주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 모든 것들은 클라우드상의 HD지도(highly detailed map)를 통해 이뤄지며, 이 맵은 주변 상황의 변화에 따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인공지능 연구에는 크게 ‘인지’ ‘예측’ ‘판단’의 3가지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면서 “가상의 동승자로서 운전자의 상태와 주행 상황 등을 파악하고 운전자와 교감하여 보다 편안하고 안전한 운전을 돕는 인공지능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미래에 사람이 자동차 운전을 하는 것이 불법인 시대가 올 것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와 대담을 나누면서 전망한 자율주행차의 미래다. 자율주행차량이 인간의 운전능력을 능가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알파고는 이미 바둑에서 이세돌을 이겼다. 운전에서도 카운트다운이 시작됐다.

<류형열 선임기자 r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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