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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팬 300만 거느린 왕훙? 알고보니 30명

주희연 기자 입력 2017.02.16. 03:10 수정 2017.02.1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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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타 통한 중국 마케팅
왕훙 갑질·엉터리 대행사 탓에 피해보는 한국 기업 속출
비행기값·숙박비 지원했는데 방송 2시간 하고 3박4일 관광
"차가 좁다" 계약 일방 파기도..
엉터리 대행사 우후죽순 생겨 팔로어·시청자 수 조작까지

"방송 시청자가 고작 30명이라고요?"

지난해 12월 중국 시장 개척을 위해 왕훙(網紅·중국의 파워 블로거나 인기 방송 진행자) 초청 행사를 진행한 한 화장품업체 심모(42) 대표는 황당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3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거느리고 있어 웬만한 국내 한류 스타보다도 홍보 효과가 좋다"는 왕훙 대행사의 주장과 달리 행사에 참석한 왕훙들은 시청자가 수십~수백명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전문성이 없는 일반 네티즌과 크게 다르지 않은 수준이었다. 심 대표는 "홍보 효과를 노리고 비행기 티켓부터 숙소까지 경비를 전액 지원했는데, 이들이 진행하는 온라인 방송 시청자가 너무 적은 것을 보고 화가 났다"고 말했다.

이 회사와 함께 1억원을 모아 왕훙 40명을 초청한 중소 화장품 회사 9곳도 "부풀려진 왕훙들의 인기도에 속아 큰 손해를 봤다"고 했다. 초청받은 왕훙들은 계약된 3박 4일 중 단 하루 2시간 라이브 방송을 하는 시간 말고는 한국 관광에 몰두했다. 관광 비용도 화장품 회사들이 모두 부담했다. 심 대표는 "제일 인기 있는 왕훙도 시청자가 고작 1만명대였다. 이 정도는 중국에서 스타도 아니다"며 "전문 대행사에 속아 홍보 효과는 전혀 못 누리고 중국인들 관광만 시켜준 셈이 돼 버렸다"고 했다.

왕훙은 중국어로 '인터넷 스타'를 뜻하는 왕뤄훙런(網絡紅人)의 줄임말로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에 글을 쓰고 실시간 방송을 하면서 높은 인지도를 얻은 사람들을 뜻한다. 유명 왕훙의 경우 팔로어(follower)가 수백만~수천만명 수준으로, 소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중국 시장 조사 기관인 애널리시스는 2016년 왕훙 경제 규모를 528억위안(약 8조7849억원)으로 추산했고, 올해에도 그 규모가 53.6%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업체들은 홍보 효과를 노리고 왕훙 마케팅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엉터리 왕훙 대행사에 속아 '가짜 왕훙'에 피해를 보는 업체도 늘어나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 한 의류업체는 베이징에 있는 왕훙 전문 대행사를 통해 1000만원을 내고 '유명 패션 왕훙'을 섭외했다가 피해를 봤다. 서울 명동에서 왕훙의 라이브 방송과 판매 행사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대행사로부터 "왕훙이 제공받은 헤어숍의 서비스가 마음에 들지 않아 출국했다"는 통보를 일방적으로 받은 것이다. 해당 대행사는 "환불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곧 연락이 두절됐다. 알고 보니 이 대행사는 사무실도 없는 유령 회사였다.

제대로 된 왕훙을 섭외했다고 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영향력이 클수록 그만큼 까다로운 요구 조건을 내걸고 '갑질'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국내 한 왕훙 대행사는 지난달 한 화장품 기업의 의뢰를 받아 팔로어 300만명을 보유한 유명 여성 왕훙을 섭외해 서울 인사동에서 한복 촬영을 진행했다. 하지만 촬영 직전 이 왕훙이 갑자기 "헤어숍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했다"며 촬영을 거부했다. 대행사가 급히 명품 화장품업체의 출장 메이크업을 불러준 뒤에야 촬영을 시작할 수 있었다. 이 대행사 관계자는 "'차가 좁다' '통역이 좋지 않다' 같은 이유로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하는 왕훙도 많다"고 했다.

왕훙 마케팅 열풍에 편승해 엉터리 대행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왕훙 대행사인 달인망에 따르면 국내 왕훙 마케팅 대행업체는 100개가 넘지만, 실제 영향력 있는 왕훙을 섭외할 수 있을 정도로 검증된 업체는 10%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왕훙이나 대행사가 팔로어나 생방송 시청자 수를 조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사기 피해를 당하지 않으려면 왕훙의 경력과 영향력을 꼼꼼히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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