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 누울 구유에 새끼 낳은 유기견
최근 천주교계에선 작년 성탄절 직전 춘천교구청 마당에 설치한 예수님 탄생 말구유에서 새끼를 낳은 유기견(遺棄犬) 이야기가 화제다. 사연은 3년 전 춘천교구청에 암컷 강아지 한 마리가 제 발로 찾아오면서 시작됐다. 생후 4개월 정도 된 흰색 치와와 잡종 강아지는 떠날 생각을 않고 신부, 수녀를 졸졸 따라다녔다. 수의사인 신자가 살펴보니 선천성 심장 기형 강아지였다. 교구장 김운회 주교는 이름을 '프리(free)'라고 지어줬다. 자유롭게 들어왔으니 자유롭게 살라는 뜻. 프리는 이내 교구청의 귀염둥이가 됐다.
1년 전쯤 교구청과 이웃한 효자동성당 신부님이 강아지 한 마리를 데려오면서 이야기는 새롭게 전개됐다. 성탄절을 준비하는 대림(待臨) 시기에 왔다고 해서 '대림'이란 이름을 얻은 이 녀석은 수캉아지였다. 사이좋게 지내던 두 녀석은 새 생명을 잉태했다. 교구청 식구들은 프리가 아기를 잘 낳을 수 있도록 비닐을 두르고 따뜻한 집을 마련해줬다.
지난해 성탄을 사흘 앞둔 날 오전, 효자동성당 마당에 아기 예수님을 모시려고 야외에 설치해 놓은 구유에 '프리'가 암컷 새끼 두 마리를 낳았다. 당시엔 성모 마리아와 성 요셉 그리고 목동 등의 인형은 모두 설치됐지만 구유만 비어 있는 상태였고, 프리는 여기서 몸을 푼 것.
이 소식은 교구청의 '희망 뉴스'가 됐다. 김운회 주교는 두 강아지의 이름을 각각 '성탄'과 '탄일'로 짓고는 "좋은 집 놔두고 마구간에서 새끼를 낳은 걸 보니 교구청 개는 영성(靈性)이 깊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소식은 교구청 비서실 박 베리따스 수녀가 춘천교구 주보 1월 8일자와 가톨릭신문에 기고하면서 알려지게 됐다. 박 수녀는 본지 통화에서 "성탄이와 탄일이는 너무 건강해서 툭하면 어미 말을 안 듣고 밖으로 탈출하는 등 말썽을 피우지만 교구청 사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며 "둘 중 한 녀석은 곧 죽림동 주교좌성당으로 부임하는 신부님을 따라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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