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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선의론'은 분노가 아니라 '팩트'가 빠졌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입력 2017. 02. 21. 17:59 수정 2017. 02. 21.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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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출입기자'가 본 '박근혜 선의론'

"(중략)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민주주의자로서 인권주의자로서 평화주의자로서 대한민국을 잘 이끌었던 분들입니다.

이명박과 박근혜 대통령 (박수) 그분들도 선한 의지로 없는 사람들과 국민들 위해서 좋은 정치하려 했습니다. 근데 그게 뜻대로 안됐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도 평창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사회적 대기업들의 많은 좋은 후원금을 받아서 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법과 제도를 따르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발생합니다. 참고적으로 저는 그 누구라도 그사람이 말하고 있는 그 액면가 대로 저는 선의로 받아들입니다. 속은 구린데 말은 저렇게 할거야. 우리가 말하는 20세기 지성사는 해부학을 분석하는 일이었고 비판적사고를 지니는 것을 우리는 지성사라고 얘기했습니다. 그런데 남을 의심하는 능력을 키우는게 지성일 수 있습니까, 나는 20세기의 잘못된 지성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사물의 본질을 깨닫는 것은 사물을 부정하거나…(중략)"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 19일 부산에서 발언했다가 뭇매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 선의론' 의 골자 내용이다.

안희정 충남지사.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이 선의로 재단을 만든 것이냐'는 쏟아지는 비판에 꼬박 이틀 동안 버티다 21일 "마음 다치고 아파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다. 제가 그 점은 아주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사과했다. 여론이 좋았을리 없다.

안 지사의 '박근혜 선의론'을 처음 듣는 순간 법조 출입을 하는 기자도 "이게 뭐지"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우선, 안 지사가 박 대통령 '선의'의 출발점을 잘못 알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안 지사는 박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잘 치르고 싶어 두 재단을 만들고 기업들의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예를 들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동계올림픽을 위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을 만들었다"고 실토한 적은 한번도 없다. 검찰과 특검 조사에서도 "두 재단이 올림픽을 위해 준비됐다"는 수사 내용을 들어본 적이 없다.

(사진=안희정 충남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대통령이면 누구나 올림픽이라는 국가 대사의 성공을 염두해둔다는 관점에서 '선의'와 결부시킨 것으로 보이지만 재단이 올림픽과는 아무런 상관 관계가 없다는 것은 '팩트 즉 사실'이다.

안지사가 새로운 한국의 미래는 다른 사람 의견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하고 이것이 대화의 출발점이며 정치적으로 확장하자면 과거의 '진영론'에서 벗어나 '연정'을 통해 대화와 타협의 정치를 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고 백번 들어도 존중한다.

안 지사는 20세기가 해부학을 분석하는 시대여서 과잉적으로 사람이나 사물을 비판적으로 보는 잘못된 지성사가 생겼다고 하지만 그것은 별개의 문제다. 그러나 안 지사의 판단이니 이것 또한 존중한다.

유권자의 판단을 받는다는 측면에서 안 지사의 열린 생각은 가까이는 '사인 간 대화'부터 멀리는 '정치적 연정론'까지 참고할만한 가치가 있으며 설득력 있고 호응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문재인 전 대표는 안 지사 '선의론'에 대해 '분노'가 빠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기자 입장에서는 '분노' 보다 '팩트'가 빠져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생각한다.

박 대통령은 범죄 혐의로 검찰과 특검 수사를 받고 또 헌법을 위반한 혐의로 탄핵 심판 대상이 됐다. 그의 측근 최순실은 물론 법원과 헌재 재판정에 출석한 많은 증인들을 통하여 미르와 K스포츠재단 설립 목적과 동기,비밀적인 과정들은 그 위법성이 낱낱이 드러나고 있다.

당장 박 대통령은 평소 '선의'를 가지고 다른 정책 집행을 했는지 모르지만, 적어도 두 재단을 설립하는 목적과 과정에서 '그 어떤 선의'도 발견할 수 없다. 아무리 무심의 마음으로 들여봐도 그렇다. 핵심 참모인인 경제수석을 통해 전경련과 기업의 발목을 비틀어 재단 후원금을 모집하도록 했다. 재단 설립도 공평성과 형평성을 현저하게 벗어났고 문체부 공무원들의 야밤 작업을 통해 비밀리에 편법 처리시켰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설립목적이 평창 올림픽이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검찰조사에 따르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 재단은 770억 원을 모금했고 미르재단 자회사로 '플레이그라운드'를, K재단 자회사로는 '더블루 K'를 각각 설립했다. 이들 자회사는 박 대통령의 권력을 이용해 정부 사업을 따내거나 아니면 재단 출연금을 빼먹기 위해 설립된 회사다.

더욱이 박 대통령은 포스코 광고계열사인 '포레카'를 강탈하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도 드러났다. 박 대통령은 2015년 9월 초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면서까지 안종범 전 경제수석을 시켜 포레카 강탈작업을 직접 챙겼다. 원래는 미르재단 자회사로 '포레카'를 활용하려고 했다. 그러나 포레카 강탈이 실패하자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회사를 대신 만들었다. '선의'와는 한참 거리가 먼 범죄적 행위다.

이처럼 두 재단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박 대통령의 선의를 의심할 만한 '팩트들'은 검찰이 밝힌대로 차고 넘쳐 일일이 나열할 필요가 없다.

(사진=안희정 충남지사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다른 사람과 대화에서 열린 마음으로 선의를 갖고 임하는 것은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안 지사의 박 대통령 선의론은 뜨악하다. 안 지사가 박 대통령과 지사 자격으로 충남 도정이나 국정 방향을 논의할때라면 '선의론'에 시비를 걸 생각이 없다.

그러나 두 재단과 관련된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건은 '선의'를 존중하기 전에 드러난 '사실들'이 너무 많다. 이 사실들을 애써 한쪽으로 치워놓고 '선의론'을 얘기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납득하기 어렵다.

마지막으로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안지사의 '선의론'이 의도와 달리 다르게 변질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박 대통령 측은 이른바 태극기 세력을 동원해 "박 대통령이 최순실한테 속았다"는 주장을 널리 퍼트리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다. 또 최순실 측도 "고영태 일당이 최씨를 이용해 국정농단을 획책했다"고 적반하장식으로 몰아가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시점에서 그들이 박 대통령 '선의'였다고 사실을 오도하고 계속 우기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것이 염려스럽다.

[CBS노컷뉴스 구용회 기자] goodwil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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