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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같은 환우에게 희망을 주고싶어요"

임주언 기자 입력 2017.02.23. 00:04 수정 2017.02.23. 00:27

"심리상담사가 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만난 오성환(20)씨는 차분히 자신의 꿈을 밝혔다.

오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딛고 올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오씨는 다른 연세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1년을 인천 송도의 국제캠퍼스에서 보낸다.

오씨는 이날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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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호킹' 오성환씨 연세대 심리학과 입학
희귀난치병인 척수성 근위축증을 딛고 연세대에 합격한 오성환씨와 어머니 황영은씨가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서 두 손을 모아 기도하고 있다. 이날 행사는 병원의 호흡재활센터에 등록된 환자 중 대학에 합격하거나 졸업하는 이들을 축하하기 위해 마련됐다. 곽경근 선임기자

“심리상담사가 돼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싶어요.” 22일 서울 강남구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만난 오성환(20)씨는 차분히 자신의 꿈을 밝혔다.

오씨는 척수성 근위축증을 딛고 올해 연세대 심리학과에 합격했다. 척수성 근위축증은 심장, 폐를 비롯한 온몸의 근육이 서서히 위축되고 소실되는 병이다. 처음 병세가 나타난 건 돌 무렵이었다. 또래들과 달리 옆으로 구르거나 기어 다니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10살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초등학교까지는 건강하게 다녔다. 성적은 물론 친구관계도 좋았다.

위기가 닥친 건 고등학교 1학년이던 2013년 9월 25일이었다. 저녁식사를 하던 중 갑자기 숨을 쉴 수 없었다. 2분 정도 심장이 멈추기까지 했다. 오씨는 긴급하게 병원으로 이송돼 기관지에 관을 삽입하고 인공호흡기를 달았다. 의사소통 수단인 목소리마저 잃어버리자 절망이 찾아왔다. 오씨는 “목을 뚫는 건 최후의 단계라고 생각했기에 (모든 게) 원망스러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잃어버린 목소리를 되찾기까지 4개월이 걸렸다. 호흡곤란이 발생한 지 한 달 뒤 강남세브란스병원 호흡재활센터를 찾아 수술한 곳을 봉합하고 3개월 동안 호흡재활치료를 받았다. 인공호흡기를 완전히 뗄 수는 없었지만 몸을 많이 회복해 이듬해 3월부터는 학교를 다시 다닐 수 있었다. 오씨는 1년간 재수를 하며 노력한 끝에 수능 전 과목 1등급을 받았다.

그는 “척추상의 문제로 두 시간 동안 최대한 집중해 공부하고 20분 쉬는 패턴으로 공부했다”며 “힘든 적도 많고 포기하고 싶은 적도 많았는데 끝까지 노력하니 되더라”고 말했다. 오씨는 다른 연세대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1년을 인천 송도의 국제캠퍼스에서 보낸다. 다른 점은 어머니와 함께 생활할 수 있는 장애인 기숙사에서 지낸다는 것 정도다.

오씨는 이날 강남세브란스병원 중강당에서 열린 ‘한국의 호킹들, 축하합니다’ 행사에 참석했다. 호흡재활센터에 등록된 환자 중 대학에 입학·졸업하는 학생들을 축하하는 자리였다. 각종 신경근육계 희귀질환 때문에 호흡근육이 약화돼 숨 쉬는 것조차 힘들어했던 환우 16명과 그 가족들, 의사 등 100명 가까운 이들이 모였다.

학생 대표로 마이크를 잡은 오씨는 “언젠가 인생을 되돌아봤을 때 후회 없이 사는 게 목표”라고 했다. 오씨의 어머니 황영은(43)씨는 “대학에 합격한 성환이를 보면서 호흡 재활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싶다”며 “이것도 견뎠는데 우리 앞으로 못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라고 아들 또래 참석자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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