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측 "헌재, 국회와 편먹은 듯.. 내란·시가전 날 수 있다"

조백건 기자 입력 2017. 2. 23. 03:09 수정 2017. 2. 23.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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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변호인단, 재판부와 충돌.. 고성 수십차례, 재판 3차례 중단]
김평우 100분간 '헌재 필리버스터'..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
"섞어찌개 탄핵사유 만들어 북한식 정치 탄압, 국회가 야쿠자냐"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 대리인"이라며 기피 신청, 재판부는 각하
이정미, 3차례나 "재판부 모욕".. 재판관들 얼굴 수차례 굳어져

22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변론은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재판부와 국회 소추위원단을 공격하면서 격앙된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특히 박 대통령의 변호인단이 재판장인 이정미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주심(主審)인 강일원 재판관을 향해 "(국회 측과) 편을 먹었다" "법관이 아니다"고 하자 아슬아슬한 순간이 연출됐다. 재판관 8명의 얼굴이 여러 차례 굳어졌고, 이정미 대행은 "감히 이 자리에서 그런 말씀을 하실 수 있나"라고 항의했다.

변론은 오전 10시 이번 탄핵심판 사건의 마지막 증인이 된 안종범 전 청와대 수석의 증인신문으로 시작됐다. 2시간가량 증인신문은 큰 쟁점 없이 끝났다. 오후 2시에 변론이 시작되자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재판부와 국회 측에 대한 비난을 시작했다. 김평우 변호사(전 변협회장)는 "이 사건 주심인 강 재판관은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5가지로 정리하라고 했는데 권성동 (탄핵소추) 위원에게 코치를 하신 건지…. 헌재가 분명 국회 편을 들고 있다. 헌재가 자멸하는 길"이라며 포문을 열었다.

이에 이정미 대행이 "재판부에 대한 모욕적 언사(言辭)다. 지나치다"라고 제지했지만 김 변호사는 "뭐가 지나친가"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이 대행이 다시 "지난 (20일 있었던) 변론 기일에서도 김 변호사는 재판부에 삿대질을 하고 '(그런 식으로 재판을 진행하면서) 헌법재판관씩이나 하느냐'고 하지 않았느냐. 다 녹음이 돼 있다"고 했지만 김 변호사는 "그럼 (녹음을) 풀어보자"라고 맞섰다. 재판관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강일원 재판관은 "주심 재판관으로서 양측의 증인신문 내용이 부족하다든지, 증언이 나와 있는 증거와 모순된다면 확인을 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재판부는 아무것도 물으면 안 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고, 이 대행은 "재판부 모욕"이란 말을 세 차례나 하기도 했다.

김 변호사는 이번엔 국회 측을 상대로 화살을 돌렸다. 그는 국회가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을 지칭해 "국회가 동서고금에 없는 섞어찌개(탄핵 사유) 13가지를 만든 것"이라며 "북한식 정치 탄압이다. 국회가 야쿠자냐"라고 했다. 그는 "국회가 이런 소추의결서로 국민을 속이려는 것은 국정 농단의 대역죄"라고도 했다.

그는 이어 "헌재가 (공정한 심리를) 안 해주면 시가전(市街戰)이 생기고 아스팔트가 피로 덮일 것"이라며 "대통령파와 국회파가 갈려 이 재판은 무효라고 주장하면서 내란(內亂) 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영국 크롬웰 혁명에서 100만명 이상 시민이 죽었다"고 했다. 국회 측은 이에 대해 맞대응을 피했다. 김 변호사가 오후 2시 9분쯤부터 3시 55분까지 1시간 40분 넘게 발언을 이어가자 헌재 내에선 "국회의 필리버스터(의사 진행 방해)를 보는 것 같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마이크를 이어받은 대통령 측 조원룡 변호사는 "강 재판관이 독선적이고 고압적인 재판 진행을 했다"며 강 재판관을 이번 탄핵심판에서 배제해 달라는 '기피 신청'을 했다. 10여분 만에 이 대행이 "오직 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하는 게 분명하다"며 각하 결정을 내리자, 조 변호사는 "권성동 소추위원과 이 대행이 한편이 돼서 심판 봐야 할 사람이 편먹고 뛰는 것 같은 느낌 아니냐"며 "이 대행은 본인이 (불공정한 재판의) 당사자로서 해명 발언을 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대통령 측 이상용 변호사는 "탄핵안을 가결한 20대 국회의원의 총 득표수는 피청구인(대통령)의 2012년 대선 당시 득표수의 73%에 불과하다"며 "헌재가 적법 절차도 거치지 않은 국회의 탄핵소추안에 효력을 부여하는 건 부당하다"고 했다.

4시간 넘게 이어진 오후 재판은 헌재가 당초 24일 하려고 했던 최종 변론을 27일 오후 2시로 사흘 미룬다며 한 발짝 물러서면서 오후 6시 9분쯤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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