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헌재, 朴대통령 하야 대비 법리검토 착수

전재욱 입력 2017. 2. 23.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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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연구관들 검토 시작, 자진사퇴 관련 규정 없어
당사자 없는 유령소송..탄핵심판 각하 가능성 높아
법조계 "촛불·태극기 충돌 가능성, 분란 최소화해야"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23일 오전 헌법재판소로 출근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이재호 전재욱 기자]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자진 사퇴 상황을 대비해 탄핵심판 사건을 매듭짓는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이 전날 변론에서 헌재를 휘젓고 간 뒤라서 주목된다.

헌재 내부 사정에 밝은 한 법조계 인사는 23일 “헌법재판관들이 헌재 연구관들에게 피청구인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날 경우 법 테두리 내에서 탄핵심판을 마무리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하야 시 각하 유력…‘유령소송’ 할 수 없다

박 대통령 하야에 대비하는 차원에서 법리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이 자진 사퇴했을 때 사건 종결방식을 정한 명문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의 탄핵심판 결과는 파면(인용) 아니면 기각 두 가지다. 만약 박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다면 헌재는 사건을 각하할 가능성이 높다. 법률적 이유가 먼저 꼽힌다. 심판 대상이 사라져 심리를 더이상 진행할 수 없다는 견해다. 당사자 없는 만큼 ‘유령소송’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탄핵심판의 대상이 사라졌기 때문에 심리를 계속해서 얻는 이익이 없다”며 “헌재는 판단 자체를 생략하고 각하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적으로도 각하 결정은 분란의 여지를 최소화할 수 있다. 헌법 전공인 김학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하 혹은 소 송절차 종료 선언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스스로 물러난 뒤에도 잘못을 따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촛불과 태극기 세력이 충돌하는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하 결정문에 헌재 판단을 담을 지가 관건이다. 박 대통령 사임 시점과 정치·사회적 파장 등이 고려 대상이다. 오는 27일 최종변론 이후 박 대통령이 물러나면 결정문에 각 재판관의 심증이 소수 의견 형식으로 담길 여지가 있다. 선고일에 가까울수록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노 변호사는 “헌재가 각하하면 판단이 없는 가벼운 결정문이 될 것”이라면서도 “희망하는 재판관은 소수의견을 넣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자진사퇴하더라도 심리를 계속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이 갖는 무게를 고려하면 헌법수호 차원에서 탄핵심판을 보호할 이익이 있다는 것이다.

◇朴대리인단, 헌재 때리기…명분 쌓기용?

현재 정치권 등에서 나오는 대통령 하야설을 고려하면 헌재도 대응이 필요한 상황이다. 특히 전날 박 대통령 대리인단의 헌재 때리기를 주목하는 시각이 많다.

대통령 대리인 김평우 변호사는 법정에서 “주심 강일원 재판관은 국회의 수석 대리인”, “이정미도 문제 있다” 등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근거 없이 말하면 재판관에게 혼날 테지…”, “우리가 아무리 후진국이지만 (헌재 편파진행이) 너무 한다”라고도 했다. 퇴임한 박한철 소장을 겨냥해서는 “혼란의 장본인”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대통령 대리인 조원룡 변호사는 주심 강일원 재판관에 대한 기피를 신청하기도 했다. 재판 진행이 불공정하다는 게 이유였다.

헌재의 공정성을 문제 삼아 결과에 흠집을 내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소추위원단의 이춘석 의원은 “대통령 대리인단이 국회와 헌재를 부정하는 것을 보면서 우연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거대한 시나리오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대통령 하야를 위한 사전 작업이라는 의미다.

헌재는 조심스러운 모습이다. 헌재 관계자는 대통령이 하야하면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 “가정해서 말할 수 없다”고 전했다.

전재욱 (imfe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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