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J report] 부족한 '놀이 문화' 영향 커 밥값 아껴 수백 만원짜리 장난감..못말리는 아재들 꽤 많군요

최현주 입력 2017.02.24. 01:01 수정 2017.02.24.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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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트·롯데마트 성인 완구 전문숍
올해 들어 매출 최고 7배까지 껑충
레고 판매량도 한국이 일본 앞서
경제력 갖춘 40~50대 속속 가세
"놀거리 적고 어린 시절 향수도 한몫"

━ 급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롯데백화점 다비드컬렉션
#정보기술(IT)회사에 다니는 홍모(34)씨의 집에는 피규어(관절이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진 인간·동물 모양의 장난감) 50여 개가 있다. 대부분 영화에 나왔던 캐릭터 피규어다. 아이언맨·헐크부터 스타워즈 시리즈까지 다양하다. 7년차 직장인인 그는 6년 전부터 피규어를 모으기 시작했다. 홍씨의 유일한 취미활동이다. 한정판 피규어를 사기 위해 왕복 8시간 자동차 운전을 한 적도 있다. 150만원짜리 피규어를 사기 위해 한 달간 점심에 편의점 도시락만 먹기도 했다. 홍씨는 “시간도 없지만 월급 300만원으로 즐길 수 있는 취미생활도 한정적”이라며 “5년 전 50만원에 산 피규어가 150만원으로 값이 오르기도 해서 즐거움과 함께 쏠쏠한 용돈벌이도 된다”고 말했다.
스마트토이
#지난해 12월 경기도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문을 연 국내 첫 레고스토어. 마음껏 블록을 쌓아볼 수 있는 체험존은 주말이면 줄을 서서 이용해야 한다. 레고 마니아층이 모여 매년 개최하는 전시회인 ‘브릭코리아’는 세계적인 수준이다. 자신이 레고 블록(브릭)을 이용해 만든 작품을 전시하는 행사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브릭코리아 컨벤션-브릭, 예술이 되다’ 행사장엔 9일간 10만 여 명이 다녀갔다. 보 크리스텐센 레고코리아 대표는 “일본이 땅도 크고 인구도 많지만 한국 매출액이 더 많다”며 “비싼 제품을 사는 성인 마니아층 수요가 두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급성장하는 키덜트 시장
‘그들만의 리그’로 여겨졌던 ‘키덜트’(Kid+Adult) 시장이 커지고 있다.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키덜트 문화가 개성 있는 취미생활로 자리 잡으면서 키덜트 상품을 좇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유통업체는 저마다 성인 완구 전문숍을 열고 키덜트 공략에 나섰다. 이마트는 지난해만 드론, 피규어, 3D 프린터, 무선조종 자동차(RC) 등을 파는 일렉트로마트 9곳의 문을 열었다. 올해도 6곳을 추가로 조성한다. 올 들어 일렉트로마트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배 늘었다. RC의 경우 같은 기간 매출이 45배 급증했다.

롯데마트 구로·잠실·은평·판교점에 조성된 ‘키덜트존’ 매출도 최근 3년간 매년 12~17% 늘고 있다. 완구 매장과 별도로 조성된 성인을 위한 완구 공간이다. 건담·마블·스타워즈 같이 인기 있는 캐릭터 피규어, 900만원대 실제 인물 사이즈 피규어까지 300여 가지 상품을 모아 놨다. 이선영 롯데마트 토이저러스 상품기획자는 “이전엔 고가 피규어를 찾는 수요가 많았다면, 최근엔 가볍게 구입할 수 있는 2만~3만원대 저가 제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며 “키덜트 시장이 고급화 단계를 지나 대중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이 2015년 7월 첫 선을 보인 멘즈아지트(Men's AGIT)도 드론, 피규어, RC 같은 키덜트 상품을 모아 파는 편집숍이다. 월 평균 매출은 1억원이며 올 들어 매월 매출이 20%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의 피규어·헬리캠·전동킥보드 매출은 지난 3년간 연 평균 25%씩 증가하고 있다. 최지환 현대백화점 판매기획팀장은 “이전에는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었다면 요즘은 경제력이 있는 40~50대 수요가 증가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G마켓
온라인에서도 키덜트족을 잡기 위한 공세가 뜨겁다. 옥션은 이달 22일 키덜트 전문관인 ‘올 어바웃 키덜트’를 열었다. 인기 키덜트 상품을 모아 판매하는 코너다. 스타워즈·마블·원피스·진격의 거인 등 유명 캐릭터 피규어와 레고·건담·드론 등을 최대 65% 싼 가격에 판다. 장화성 옥션 영업본부 매니저는 “오프라인 키덜트 박물관이나 카페, 박람회 등과의 연계로 영역을 넓혀 장년층 수요까지 흡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 G마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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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덜트 시장이 커지는 데는 장기 불황에 스트레스는 쌓이고 쓸 돈은 줄어들면서 어른을 위한 장난감이 손 쉬운 취미 활동으로 떠오른 이유가 크다. 그간 소비 시장에서 수동적이었던 남성이 능동적으로 변한 것도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독신 증가 등으로 남성이 자신을 위한 소비에 적극적인 ‘자발적 소비 주체’로 부상하면서 취미 활동에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것”이라고 말했다.
접이식 드론인 DJI 매빅 프로.
‘놀이 문화의 부재’도 이유로 꼽힌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아직까지 한국에선 술 마시는 것 외에는 성인을 위한 마땅한 놀이가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부족한 놀이 문화에 대한 목마름이 어린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취미활동에 대한 적극성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크리스텐센 대표는 “성인 대상 제품이 레고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할 만큼 키덜트는 완구업계에서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한국은 아직 시작단계라 발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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