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동아일보

"막말 변론 김평우, 법정모욕죄 처벌 가능"

입력 2017. 02. 24. 03:03 수정 2017. 02. 24. 09:40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긴장 휩싸인 헌재]'헌재 재판관 인신공격' 논란 확산

[동아일보]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서 ‘막말 변론’으로 심판정을 어지럽힌 박 대통령 측 김평우 변호사(사진)에 대해 법조계에서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일탈”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23일 “탄핵심판 변호인단에 재판이 끝날 때까지 재판부를 존중하고 언행을 신중히 할 것을 요구한다”고 특별성명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김 변호사가 2009∼2011년 협회장을 맡았던 곳이다.

○ 이정미 대행, 뒷목 잡고 재판 진행

김 변호사는 22일 박 대통령 탄핵심판 16차 변론기일에서 장장 100분에 걸쳐 헌재 사상 유례가 없는 ‘막말 테러’를 벌였다.

“강일원 주심 재판관은 국회 탄핵소추인단을 편드는 수석대리인이다.”

“이정미(헌재소장 권한대행)와 권성동(국회 탄핵소추위원장)이 한편을 먹고 뛴다.”

“이정미라는 일개 재판관 퇴임 때문에 재판이 졸속 진행됐다.”

김 변호사가 재판관 실명을 언급하며 근거 없이 쏟아낸 비난들이다. 그는 특히 강 재판관에게 “개인적 지식 말고 법에 근거해 재판하라. 그 정도 법률 지식은 갖고 있지 않느냐”라고 인신공격을 했다.

김 변호사는 발언 시간 내내 주로 방청석을 향해 열변을 토하다가, 특정 재판관을 비난할 때는 고개를 재판부 쪽으로 돌리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탄핵이 인용됐는데 박 대통령이 무죄 판결을 받으면 내란이 일어나 아스팔트가 피로 물든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든 재판관들은 엄청난 공격을 받고 헌재 존립도 논란이 될 테니 탄핵소추를 각하하는 게 정치적으로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라고 협박했다.

그는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을 향해서도 “국정 농단은 깡패 조직이나 쓰는 말이다. 국회의원들이 야쿠자인가? 권성동 의원님 웃지만 말고 답하세요”라고 몰아붙였다.

이정미 소장 권한대행은 김 변호사의 막말을 듣는 내내 스트레스를 견디기 힘든 듯 오른손으로 자주 뒷목을 잡았다. 일부 재판관은 감정의 동요를 억누르느라 아예 눈을 감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재판관에게 ‘국회 측 수석대리인’이라고 한 것은 법관의 근본을 부정한, 도저히 참을 수 없는 모욕”이라고 비판했다.

○ “처벌 가능”… 헌재는 대응 자제

김 변호사의 행태는 재판장이 법정 질서 유지권을 발동해 퇴정시켜야 할 중대 사안이라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또 일각에서는 김 변호사에 대해 징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사법권을 존중해야 한다는 변호사 윤리에 명백히 반하는 행위이므로 대한변협이 품위 유지 의무 위반으로 징계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김 변호사를 아예 법정모욕죄로 형사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형법 제138조는 ‘재판 방해 또는 위협 목적으로 법관 등을 모욕하거나 소동을 벌이는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특정 재판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난한 김 변호사의 막말 변론은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2014년 12월 헌재가 통합진보당에 대해 정당 해산 결정을 내렸을 때, 심판정에서 “오늘은 헌재가 민주주의를 살해한 날이다”라고 항의했던 권영국 변호사는 보수단체로부터 법정모욕죄로 고발을 당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헌재는 김 변호사의 막말에 대해 아직까지는 공식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감치 등 법정질서권을 발동해 제재 조치를 가했다가, 박 대통령 측에 심판 진행의 공정성을 문제 삼을 빌미를 주고 탄핵 반대 여론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헌재 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막말 변론은 정치적 선동에 가까운 발언으로 충분한 퇴정 사유가 된다”며 “하지만 재판부가 감치 등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재판 공정성 시비를 통해 헌재를 흔들려는 박 대통령 측의 의도에 말려들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신광영 neo@donga.com·배석준 기자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