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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명품 IT매체의 몰락과 부활이 주는 교훈

김익현 기자 입력 2017. 02. 24. 10:50 수정 2017. 02. 25.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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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익현의 미디어 읽기] 매셔블의 새로운 전략

(지디넷코리아=김익현 기자)때는 웹2.0 담론이 한창이던 2005년. 스코틀랜드 에버딘의 한 마을엔 피트 캐시모어란 청년이 살고 있었다. 당시 나이 19세. 정상적인 생활을 했다면 대학에 들어갈 나이였다.

하지만 그는 대학생활보다는 다른 쪽에 더 관심이 있었다. 그무렵 막 떠오르기 시작한 소셜미디어에 시선이 꽂혀 있었다.

캐시모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소셜미디어 관련 글들을 올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소셜미디어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또 소셜미디어는 앞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꿀지 등이 그가 관심을 가졌던 주제였다.

블로그가 입소문을 타면서 피트 캐시모어는 ‘블로고스피어의 브래드 피트’란 별명까지 얻게 됐다. 영화 배우 브래드 피트를 닮은 잘 생긴 외모 때문이었다.

(사진=피터 캐시모어 링크드인)

캐시모어는 자신의 블로그에 ‘매셔블’(Mashable)이란 멋진 이름을 붙여줬다. 웹2.0의 핵심 개념인 매시업(mash-up)을 살짝 비틀어서 만든 말이었다.

2000년대 중반 테크크런치와 함께 대표 IT매체로 꼽히던 매셔블은 이렇게 탄생했다. 웹2.0과 소셜 미디어란 자양분을 먹고 자란 매셔블은 순식간에 IT뉴스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꼭 찾아야 하는 뉴스 미디어로 자리매김했다.

■ IT 전문→ 어설픈 확장 전략 펼치다 고전

매셔블은 한 때 CNN의 구애를 받을 정도로 잘 나갔다. 하지만 피트 캐시모어는 보란 듯이 CNN의 인수 제의를 뿌리쳤다.

그무렵이 매셔블의 전성기였다. 야심만만한 캐시모어는 IT 너머를 바라보기 시작했다. 정치, 국제뉴스 쪽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영역 확대를 책임질 수장으로 뉴욕타임스, 로이터 등에서 잔뼈가 굵은 전통 저널리스트 출신 짐 로버츠를 영입했다. 그 때가 2013년이었다.

이런 전략 덕분에 매셔블의 영토는 더 넓어졌다. 하지만 정작 자신들만의 영역은 조금씩 옅어지기 시작했다. 어정쩡한 영역 확대 전략은 오히려 IT 전문 매체란 정체성마저 약화시켜버렸다.

그무렵 IT 미디어계에는 새로운 강자들이 등장했다. 엔가젯 출신들이 만든 더버지를 비롯해 아스테크니카, 벤처비트, 비즈니스인사이더 등이 속속 등장했다. 어정쩡했던 매셔블은 IT미디어 시장에서의 입지가 갈수록 약해졌다.

피트 캐시모어

견디다 못한 피트 캐시모어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 해 4월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 당시 그는 짐 로버츠를 비롯한 핵심 편집 간부들을 대거 정리했다. 인력도 30여 명 가량 감원했다.

그리곤 그렉 깃트리치를 최고콘텐츠책임자(CCO)로 영입했다. 깃트리치는 소셜 뉴스 사이트 보카티브 출신이다. IT 이외 분야 확대 전략이 실패했다는 걸 만천하에 선언한 셈이다.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끝낸 매셔블은 변신 전략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새로운 도약을 위한 매셔블 시즌2의 핵심 키워드는 선택과 집중이었다.

국제, 정치 뉴스는 과감하게 버렸다. 대신 컬처, 엔터테인먼트, 테크 쪽에 집중했다.

편집 방침도 과감하게 바꿨다. 미디어 전문매체 포인터에 따르면 매셔블은 ‘슈퍼팬’(super-fan)들을 타깃으로 한 기사 작성에 집중했다. 대신 남들 다 쓰는 어정쩡한 기사는 과감하게 버렸다.

이를테면 테슬라 창업자인 일런 머스크 관련 뉴스에 관심을 가질 법한 사람들이 주타깃이다. 물론 일런 머스크가 화성 탐사를 할 지 여부도 중요한 관심사인 사람들이다.

선택과 집중 전략과 함께 동영상 강화 정책을 병행했다. 전해인 2015년 6월 매셔블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이미 동영상 콘텐츠 생산을 가속화했다.

지난 해 4월 구조조정 직전엔 타임워너 계열인 터너 브로드캐스팅으로부터 1천500만 달러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 명목은 동영상 사업 강화였다. 물론 동영상 강화는 ‘네이티브 광고’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 테크뉴스 집중- 동영상 강화 전략 힘입어 화려한 부활

이런 전략에 힘입어 IT매체 매셔블은 조금씩 살아나고 있다. 미국 미디어 전문 매체 포인터에 따르면 매셔블은 1년 사이에 매출이 36% 증가했다. 또 핵심 콘텐츠인 동영상 월간 시청건수도 3억2천만건으로 1년 전보다 452% 늘어났다.

정치, 국제 뉴스 보도를 중단하고 테크와 엔터테인먼트 같은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새로운 경쟁 포인트로 삼았던 동영상 강화 전략도 성과를 내고 있다.

선택과 집중은 수치로도 그대로 드러난다. 깃트리치는 포인터와 인터뷰에서 지난 1월 매셔블의 기사 생산 건수가 2천715건이었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전년 같은 기간 3천470건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이다.

넓이 대신 깊이에 방점을 찍은 콘텐츠 전략은 독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역시 포인터에 따르면 매셔블 기사는 평균 4천977회 공유됐다. 지난 해 이맘 때 평균 공유 건수 2천423건의 두 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어떻게 이런 성과가 가능했을까? 매셔블 측은 ‘일상적인 업데이트 전략’대신 매셔블만의 색깔 있는 뉴스 생산에 초점을 맞춘 덕분이라고 주장했다.

매셔블이 동영상콘텐츠를 중심으로 한 브렌드 콘텐츠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했다. (사진=피터 캐시모어 링크드인)

그렇다면 달라진 매셔블 콘텐츠 전략의 핵심은 어느 쪽을 향하고 있을까? 깃리치는 포인터와 인터뷰에서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밝혔다.

첫째. 가치 있는 독자들에게 도달할 수 있는가.
둘째. 매출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지난 해말부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독자들의 관심이 온통 그 쪽을 향해 있기 때문이다. 정치 뉴스를 다루지 않기로 한 매셔블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울 수도 있다.

이 문제는 ‘트럼프 뉴스’를 직접 다루는 대신 그런 뉴스들이 집중적으로 다루는 영역에 미치는 영향을 보도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역시 깃리치는 포인터와 인터뷰에서 “트럼프의 무슬림 입국금지 조치보다는, 에어비앤비가 (행정명령 이후) 오히려 무슬림에 문호를 개방하는 쪽에 더 관심을 가졌다”고 설명했다.

■ 누구나 쓰는 많은 뉴스→ 나만 쓰는 소수 뉴스가 핵심

이제 뉴스 매체들만이 경쟁을 할 수 있는 무대는 사라졌다. 포털, 커뮤니티에서 1인 매체까지 모든 콘텐츠들이 독자들의 시선을 잡기 위한 경쟁을 펼치는 시대다.

포인터에 따르면 매셔블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다. 경쟁 상대는 기조모도, 더버지, 리코드 같은 다른 IT 매체가 아니란 얘기다. 결국 특화된 콘텐츠를 기반으로 독자들의 시선을 낚아채는 것이 장기 경쟁력의 바탕이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매셔블의 성장과 몰락, 그리고 부활은 칸막이가 사라진 시대에 중소미디어가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 지에 대한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준다. 물론 선택과 집중. 그리고 한 뼘 더 들어가는 특화된 콘텐츠 전략이 일견 단순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 생존의 지혜가 담겨있다. 무분별한 영역 확장의 유혹에 저항하는 것 역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김익현 기자(sini@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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