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반대집회 "국민저항권 행사하겠다" 발언 수위 높아져

박수진 2017. 2. 25.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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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기국 "300만명 참석" 주장..3·1절 대규모 집회 예고

[한겨레]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4주년을 맞은 25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를 주장하는 시민들이 태극기를 들고 서울 도심으로 모였다.

이날 박사모 등 50여개 보수단체로 구성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이하 탄기국)는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를 열고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국민 저항권’을 행사하겠다”고 주장했다.

집회 시작 전부터 서울 지하철 시청역 인근엔 중·장년층 집회 참가자들이 몰렸다. 이들의 손엔 태극기와 성조기 등이 들려 있었다. 집회 참가자 대부분은 중·장년층 이상의 고령자였지만, 간혹 어린이들을 데리고 나온 20~30대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주최 쪽인 탄기국은 “300만명(오후 2시30분께 기준)이 참석했다”고 주장했다. 참가자들은 대한문 앞에서부터 서울광장, 서울시의회 앞, 숭례문까지 이어진 도로를 가득 채웠다.

덕수궁 대한문 앞에 설치된 탄기국 무대엔 박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소속 김평우, 서석구 변호사를 비롯해 김진태·조원진·윤상현 자유한국당 의원 등이 올랐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심판 최종 변론기일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보수집회 참가자들의 발언 수위는 한층 높아졌다. 이날 ‘막말 변론’ 논란을 빚었던 김평우 변호사는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탄핵사유가 하나로는 안 될 것 같으니 여러 사유를 섞어서 박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았다. 여러 개를 묶어서 탄핵사유가 된다는 것은 사기다”라고 공언했다. 김 변호사는 또 “국회의 탄핵이 거짓이다. 탄핵은 탄핵사유가 단 한 가지만 있어도 된다. 그런데 왜 13가지나 있겠느냐”면서 “냄새가 난다. 탄핵사유가 안 되는 것을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소추 당시 탄핵사유가 한 가지였다는 점을 근거로 들어 강조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헌법재판소가 박 대통령 탄핵 소추를 각하하는 것이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헌재가 (탄핵을) 기각하면 촛불이 난리를 칠 것 같고, 인용하면 태극기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인데 방법이 하나 있다. 탄핵 소추는 국회에서 엉터리로 올린 것이기 때문에 각하하면 된다”고 말했다. 정광용 탄기국 공동대표도 헌법재판소를 향해 “헌재에 악마의 재판관이 3명 있다. 이들 때문에 박 대통령 탄핵이 인용되면 아스팔트에 피가 뿌려질 것이다. 참극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못 박았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참가자들은 대형 태극기를 들고 탄핵 반대 집회에 참여했다.

이들의 발언이 끝날 때마다 애국가와 아! 대한민국, 멸공의 횃불 등의 노래가 흘러나왔는데, 참가자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손에 든 태극기와 대형 성조기 등을 흔들었다. 일부 참가자들은 ‘우리가 뽑은 박근혜 대통령 태극기가 지킨다’, ‘박근혜 대통령 울지 마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계엄령이 답이다, 군대여 일어나라’ 등이 적힌 현수막이나 손팻말을 들었다. 이들은 또 주최 쪽 진행자가 외치는 “탄핵 무효”, “특검 해체” 등의 구호를 따라 말하기도 했다.

일부 참가자는 취재진의 손에 태극기를 쥐여주는가 하면, 20~30대 참가자들한테 “왜 태극기를 들고 있지 않으냐”면서 승강이를 벌였다. 같은 날, ‘박근혜 정권 퇴진 비상 국민행동’(퇴진행동)이 주최하는 17차 촛불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손팻말을 들고 온 시민들이 대한문 인근을 지날 때는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승강이가 일기도 했다.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 이들의 동기는 다양하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온 김아무개(62)씨는 “세상 돌아가는 게 답답해서 나왔다”면서 “우리 50년대 세대는 그분(박 대통령)과 희로애락을 같이 한 세대다. 언론과 특검, 헌법재판소가 짜고 치는 고스톱 때문에 박 대통령이 고통을 받는 것 같아 지켜주고 싶어서 (집회에) 나왔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주에서 온 송아무개(66)씨는 “태극기도 촛불도 모두 한국이 잘 살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시민들이다”라면서도 “탄핵이 인용되면 대한한국은 6.25 전쟁 때처럼 갈라진다. 무슨 일이 있어도 탄핵을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탄기국쪽은 이날 오후 6시까지 본 행사를 진행한 뒤, 숭례문부터 서울역, 서소문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경로로 행진했다. 이들은 오는 3월1일 덕수궁 대한문 인근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예고했다. 경찰은 서울시의회 앞 도로 전 구간에 경찰 버스를 세웠고, 경비병력 212개 중대(1만7000여명)를 현장에 투입해 촛불집회와 맞불집회 참가자들의 충돌을 막았다. 글·사진/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문 인근에서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 총궐기운동본부가 주최한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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