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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야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랑 살지"

노도현 기자 입력 2017. 02. 27. 11:49 수정 2017. 02. 27.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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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출산 제고 대책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노도현 기자

“여성은 가축이 아니다. 여성의 몸은 생산기구가 아니다. 고학력 여성들의 ‘하향 선택’을 강요하는 성차별적인 내용의 보고서는 정부가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이다. 정부야 네가 아무리 나대봐라, 내가 결혼하나 고양이 키우지.”

20대 여성들으로 구성된 여성단체인 ‘불꽃페미액션’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주장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국책 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고소득·고학력 여성의 눈 낮춘 결혼 유도’ 등 부적절한 출산율 제고 대책을 제안한데 반발해 열렸다.

[관련뉴스]▶“고스펙 여성들 눈 낮춰 결혼” 국책기관 저출산 해법 ‘황당’불꽃페미액션은 “왜 성과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고스펙은 혼인을 막는 불필요한 것이 되고 남성의 것은 장려할 것이 되는 것인가. 이는 결혼 시 두 사람 간에 교환되는 가치가 남성은 사회적 성공과 경제적 부인 반면 여성은 성적 매력과 출산가능함이라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들은 “능력있는 여성들이 결혼하지 않는 이유는 결혼 후에 부과되는 가사노동과 돌봄노동, 사회적으로 종용되는 경력 단절과 사회적 관계의 단절”이라며 “정부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은 결혼이 여성들에게 지우는 부담과 이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또 지난해 행정자치부가 발표한 ‘가임기 여성지도’를 언급하며 “정부가 여성을 가축으로 바라보고 있는 방만한 태도가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도 통용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대학원 진학을 앞둔 김모씨는 “수많은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딸이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바로 결혼시장으로 진입하여 아이를 낳기 전까지만 적당히 벌다 이후의 인생은 모조리 남편과 아이에게 헌신하는 그런 삶을 살길 바래서 대학에 보낸 게 아니다”라며 “우리에게 필요한 건 하향선택 결혼이 아니라 여성으로서 온전히 살아갈 수 있는 사회다. 그런 사회에서 출산율은 자연스레 높아진다”고 말했다.

이가현씨는 “결혼이나 출산을 택하거나 택하지 않을 자유는 오롯이 제 권리이고, 국가가 존속을 위해 이를 강요할 순 없다. 국가가 존속을 위해 해야할 일은 개인이 결혼과 출산을 했을 때 행복할 가능성이 높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자궁 개수를 세거나, 각종 불이익을 앞세워 협박하거나, 꿍꿍이를 담은 콘텐츠로 세뇌를 꿈꾸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문제의 보고서는 지난 24일 보사연이 연 제13차 인구포럼에서 원종욱 인구영향평가센터장(선임연구원)이 발표한 ‘결혼시장 측면에서 살펴본 연령·계층별 결혼 결정요인 분석’이다. 보고서는 결혼시장에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할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초혼연령을 높이고 결혼시장에서 이탈하게 만드는 요인도 된다고 분석했다. 해결 방안으로는 채용 과정에서‘불필요한 스펙’에 불이익을 주는 것을 제시했다.

또 “고학력·고소득 여성이 소득과 학력 수준이 낮은 남성과도 결혼을 할 수 있게 만들 수 있다면 유배우율(혼인상태에 있는 인구의 비율)을 상승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사회적 규범과 문화를 변화시키는 것은 단순한 홍보 차원을 넘어 거의 ‘백색음모’ 수준으로 철저하게 기획되고 추진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보고서에 대한 항의가 빗발치자 김상호 보사연 원장이 유감을 표명하고 해당 보고서 작성자는 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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