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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노우 박근혜?" 절박함 묻어난 '태극기 집회'

이창수 기자 입력 2017. 02. 27. 1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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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 가까워지면서 '태극기 집회' 위기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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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유 노우 근혜팍? 프레스 돈 라이크 허”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심판 최종변론에 불참한 27일 오후 서울 안국역 인근에서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이모(57)씨가 주변에 지나가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붙잡고 대화를 이어갔다. 이씨는 이른바 ‘태극기 집회’를 신기한 듯 보고있던 외국인들에게 다가가 박 대통령과 최근 탄핵정국 양상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다. 이날 처음 집회에 나섰다는 이씨는 “외국인 10명 중 2명은 ‘NO’라고 하지만 나머지는 그렇지 않다”면서 “잘하지 못하는 영어지만 답답한 마음에 나서서 실상을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천호동에서 왔다는 김모(61·여)씨의 눈에도 ‘결의’가 묻어 있었다. 김씨는 집회 근처를 지나가는 젊은이들을 붙잡고 이른바 ‘태극기 집회’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김씨는 “여기 나온 어르신들이 왜 나왔겠냐”며 “여기 나온 분들이 오늘내일 하는데도 나오는 이유는 언론과 특검이 거짓말을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 역시 평생 이런데 나올 줄 꿈에도 못 꿨다”며 “대통령이 언론의 거짓말 등으로 탄핵된다면 나라가 무너진다”고 덧붙였다.

이날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일대에서 열린 친박집회 참가자들에게선 절박함이 비칠 정도였다. 이는 최근 정치권 안팎에서 박 대통령 탄핵이 유력시되면서 나타난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헌재 앞에선 오전부터 일부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해산을 요청하는 경찰에 맞서 고성과 욕설을 내뱉었고, 격한 몸싸움을 벌어져 구급차가 여러 대 출동하는 등 이전에 비해 몹시 과격해진 양상을 보였다.

한 70대 시민은 태극기를 품에 안은 채 오전부터 안국역 근처에서 도로에 누운 채로 6시간가량 시위를 벌였다. 이를 목격한 시위대들은 “왜 노인을 길거리에 방치하느냐”며 경찰과 대치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또 시민들이 사람이 다친 것으로 착각해 119에 신고, 구급차와 구급요원들이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구급차가 오자 “난 아프지 않다. 내가 있던 자리로 그대로 데려다 놔”라며 고성을 질렀다.

헌재 앞에선 오후 한때 ‘아수라장’이 연출되기도 했다. 경찰이 헌재 맞은 편에서 친박단체가 진행한 기자회견을 사실상 집회로 판단해 해산명령을 하면서다. 경찰이 두 차례 해산 통보 이후 집회 해산에 나서면서 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사이에 격한 몸싸움이 벌어졌다. 현장에서는 “빨갱이”, “개XX” 등 폭언과 욕설이 난무했다. 일부 여성 참가자는 경찰들에게 “건드리면 성희롱”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경찰과 실랑이 이후 쓰러진 집회 참가자들로 인해 구급차가 두세 차례 출동하기도 했다.

태극기 집회가 갈수록 과격해지는 모습을 보이면서 3월1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촛불집회 측과 물리적 충돌이 벌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앞서 25일 집회에선 태극기 집회에 참여한 한 60대 남성이 분신을 할 마음으로 휘발유 4L와 라이터 2개를 준비한 뒤 집회 현장에서 분신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붙잡히기도 했다. 이날도 대사모(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 회장 장모(47)씨 등 2명은 “탄핵은 원천 무효”라고 외치며 헌재로 뛰어들다가가 경찰에 강제로 제압돼 끌려나오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과격한 행동이나 물리력 행사, 위험한 물건을 소지하는 등 위법행위에는 엄중하게 사법처리할 것”이라며 “집회 참가자들 사이에서 마찰을 빚을 만한 행동은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이날 오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기간 연장 신청을 거부하면서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기자회견을 열고 황 권한대행을 강하게 규탄했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뇌물죄 혐의를 받는 대기업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에 대한 수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며 “특검을 연장할 사유가 명백한데도 이를 거부한 황 권한대행은 위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황 권한대행도 구속해야한다”고 비판했다.

글·사진=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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