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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나 콜수 못 채웠어" 어느 여고생의 죽음

전북CBS 임상훈 기자 입력 2017. 03. 06. 06:11 수정 2017. 03. 0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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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콜센터 소속 현장실습생 부모 "업무 스트레스에 힘들어 해"
통신사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일하던 여고생의 죽음이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자료사진)
지난 1월 23일 오후 1시께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한 구의 시신이 떠올랐다.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A(17) 양이었다. A 양은 전날 저녁 저수지 인근에서 여자 친구와 어울리다 헤어졌으며, 다른 친구에게 죽겠다는 내용의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냈다.

숨진 지 40일 남짓 흐른 지금 A 양의 얘기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자살 가능성이 농후하고, 현장실습생으로 전주의 한 콜센터 상담원으로 근무했으며, 3년 전 이 콜센터에서 A 양과 같은 부서에 근무한 30대 여성도 극단적 선택을 했기 때문이다.

A 양에게 무슨 일이 있었을까. A 양의 부모를 만났다.

"아빠 나 콜 수 못 채웠어"

아버지(58)는 오후 6시를 넘겨 딸에게 전화한 어느 날, 이같은 문자를 받았다고 말했다. A 양은 지난해 9월 초순부터 한 통신회사의 관계사인 콜센터에서 현장실습생으로 근무했다. 퇴근은 거의 대부분 오후 6시를 넘겼다고 아버지는 말했다.

A 양은 교육 뒤 SAVE 부서에 소속됐다. 해지를 요청하는 고객을 담당하는 역할이다. 내부에서는 해지 방어 부서라고도 부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처음에는 '팀장님이랑 직원들이 날 에이스라고 한다'고 자랑하기도 했지만 차츰 짜증을 내고 성격이 변했다"며 "죽기 며칠 전에는 '스트레스 받아서 못하겠다' 했고 회사에도 사표를 낸다고 얘기한 상태였다"고 말했다.

A 양은 애교가 없는 편이었고 집에서는 과묵했다. 어머니(50)는 딸의 말을 들어주지 않은 것을, 딸의 마음을 알아주지 못한 것을 크게 후회하고 있다.

어머니는 "서너 번 '엄마 나 회사 그만두면 안 돼'라고 묻길래 어려워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고 얘기했었다"며 "죽을 이유가 없는 애였는데 그 때 말했던 게 정말 힘들어서였는데 새겨듣지 않았다"고 가슴을 치며 울었다.

어머니는 "나중에 친구들에게 들은 바로는 소비자들에게 심한 말을 듣고 몇 시간씩 울기도 했다"며 "실적이 나쁘면 남아서 타박도 들은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월 23일 전북 전주시 아중저수지에서 A 양이 물에 빠져 숨진 채 발견됐다. (사진=전북소방본부 제공)
2014년 10월 22일 이 회사에 근무하던 이모(30·여) 씨는 '부당한 노동 착취 및 수당 미지급이 어마어마하다'는 내용의 고발성 유서를 남기고 투신자살했다.

아버지는 "회사에서 자살한 사람이 있다고 딸이 얼핏 얘기했다"며 "아직 고등학생인데 왜 그렇게 힘든 일을 맡겼는지 모르겠다. 이런 줄 알았으면 보내지 않았을 것이다"고 후회했다.

회사 측은 A 양의 죽음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있지만 부모의 주장과는 입장이 다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성과가 잘 나오는 친구라 예뻐하고 기대를 많이 했는데 갑작스런 상황이 벌어져 당혹스럽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현장실습생은 의무적으로 사회복지사가 심리상담을 하고 이후에도 개별 면담을 하지만 이상징후는 없었다"며 "소속 팀장이 다섯 차례 정도 면담을 하는 과정에서도 힘들다는 등의 말은 전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서마다 어려움이 있겠지만 SAVE 부서가 가장 힘든 부서는 아니라고 본다"며 "업무 실적이 있긴 하지만 오후 6시 이후에도 근무하거나 실적을 이유로 질책을 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또 "3년 전 사건 역시 많은 조사가 있었지만 문제가 없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전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 애완동물 관련 과 졸업을 앞둔 A 양은 콜센터에서 감정노동자로 현장실습을 했고, 이른 죽음을 맞이했다. 이 콜센터에는 전북지역 특성화고 학생 30여 명이 현장실습을 나갔고 현재 10명 남짓이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계는 공동대책위원회를 꾸리고 있다.

[전북CBS 임상훈 기자] axiom@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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