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 코너] '쓰레기 버리면 자식도 불운' 현수막 걸었더니..
한국인 주민 항의전화 빗발
"현수막 내용이 너무 섬뜩해요. 빨리 철거해주세요."
지난해 여름부터 서울 구로구청에 "현수막을 철거해 달라"는 민원 전화 수십 통이 걸려왔다. 쓰레기 무단 투기를 막기 위해 청소행정과가 만들어 건 현수막들이 시민들의 반감을 산 것이다. 문제가 된 현수막 내용은 '쓰레기 무단 투기는 죄를 짓는 일입니다. 이 죄는 자식 대까지 불운하게 만듭니다'는 것이었다. '무단 투기 쓰레기를 치우는 일은 선행을 쌓는 일입니다. 이 선행은 자식 대에 정승·판서가 나오는 일입니다'는 현수막도 있었다.
이 현수막들은 한국어와 중국어로 병기(倂記)돼 작년 5월 구로구 가리봉동에 처음 걸렸다. 이 동네 인구의 68%를 차지하는 외국인(주로 중국 동포)의 쓰레기 무단 투기로 골머리를 앓던 구청 청소행정과 직원들이 짜낸 아이디어였다. 여응준 청소행정과 주무관은 "아무리 쓰레기 분리 배출 계도 활동을 해도 큰 효과가 없기에 중국 동포에게 효과를 발휘할 만한 '맞춤식 현수막'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구로구청 직원으로 일하는 중국 동포 직원은 "조선족도 자식 문제에 민감한 것은 한국이나 마찬가지"라고 조언했다. 이렇게 해서 '자식이 정승·판서가 될 것' '자식이 불운해질 것'이라는 문구가 완성됐다.
현수막을 붙인 지 한 달 만에 효과가 나타났다. 주민센터 직원과 환경미화 담당자들이 "자식 위하는 부모 마음 덕분인지 무단 투기된 쓰레기가 줄었다"고 알려온 것이다. 이에 구청은 지난해 6월부터 같은 내용의 플래카드를 관내 전 지역에 게시했다. 외국인들이 많이 사는 가리봉동·구로동부터 걸기 시작한 현수막은 60여개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현수막이 늘어날수록 지역 주민들의 항의 전화가 많아졌다. '외국인 맞춤' 문구가 한국인 정서에는 맞지 않았던 것이다. 구청 측은 결국 '잠깐! 여기는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아닙니다' 등의 평범한 내용으로 현수막을 교체하고 있다. 현재 '이색 현수막'은 가리봉동에만 5~6개 정도가 남아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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