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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모유 속 실리콘 성분 맞다"..중금속 11종 첫 검출

송인호 기자 입력 2017. 03. 07. 08:25 수정 2017. 03. 07.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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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된 실리콘겔 보형물 아기가 먹었는데..안전할까?


가슴 확대를 위해 삽입한 실리콘 보형물이 파열되면서 모유 속에 실리콘 성분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아기가 먹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SBS 보도를 통해 지난 1월12일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 [단독] 모유에 섞여 아기가 먹은 '가슴 보형물' 1월 12일 8뉴스) 국내에서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믄 사례이기 때문에 의료계는 물론 보건당국과 여성들의 관심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실리콘 추정 물질을 아기가 먹어서 괜찮을까하는 걱정이 많았는데 일단 한숨은 돌리게 됐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한 달 넘게 분석 작업을 벌여 모유 속의 맑고 끈적끈적한 물질이 실리콘임을 최종 확인했습니다.

실리콘 보형물 모유에 섞여

식약처는 피해 여성에게서 받은 모유샘플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샘플 속 물질의 스펙트럼이 실리콘 성분의 스펙트럼과 일치함을 확인했습니다. 모유샘플의 양이 적어서 그 속에 어떤 중금속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밝히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파열된 보형물과 같은 종류의 실리콘젤 보형물(미 앨러간사 제조)로 어떤 중금속이 얼마나 들어있는지, 중금속의 양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11종의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알루미늄, 납, 크롬, 코발트, 니켈, 구리, 바륨, 수은, 철, 망간, 아연 등입니다. 당초 앨러간사가 식약처에 보고한 것보다 중금속이 6종이나 더 나왔습니다. 앨러간사가 식약처에 제출한 자료에는 바륨과 크롬, 철, 납, 아연 등 5종만 기재돼 있습니다.

문제의 보형물에는 중금속뿐만 아니라 칼슘, 칼륨, 인, 나트륨, 마그네슘 등 5종의 무기질도 검출됐습니다. 앨러간사가 기업 비밀이라고 공개하지 않던 보형물의 성분이 세상에 처음으로 알려지게 된겁니다.

중금속이 인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위해성 평가를 해봤습니다. 생후 3개월까지 모유만 먹은 5.5kg의 아기가 보형물 전체를 먹어 100% 체내에 흡수된 것으로 가정했을 때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실리콘 보형물에 함유된 중금속 양이 미량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11종 중금속 모두 안전기준 대비 노출량이 0.002~5.8%정도로 매우 낮았습니다. 실리콘의 경우 고분자이기 때문에 먹으면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몸 밖으로 대부분 배출되기 때문에 역시 인체에 해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의 설명입니다. 실제 오염된 모유를 2개월가량 먹은 아기는 몇 차례 설사 증세 등을 보여 병원에서 검사 받은 것을 빼고는 지금 건강하게 잘 자라고 있습니다.

식약처가 전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하지 못한 실리콘 보형물의 위해성 평가를 한건 의미가 있습니다. 보형물 성분을 분석하는 데는 식약처의 첨단 장비와 과학적 분석 방법이 동원됐습니다. 우리나라 의료수준 만큼이나 보건당국의 분석 수준도 높아진 겁니다.

다만, 실리콘과 중금속의 위해성이 없다고 하더라도 갓난아기가 실리콘 성분을 오랜 기간 먹었을 경우 100% 안전하다고 보장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의 한 약대 교수는 실리콘 보형물을 먹고 설사를 했다면 이 자체가 부작용이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할 수 없다며 당국의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보형물을 먹고 아기가 심한 설사를 하고 탈수 증세를 보인다면 건강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보형물 성분이 안전하다고 해서 아기가 먹어도 되는가에 대해서는 ‘안된다’는 게 식약처의 부연 설명입니다.

이번 사건은 의료강국으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과제를 남겼습니다. 굴지의 다국적 보형물 업체가 주장하는 것처럼 안전하다고 그냥 넘길게 아니라 우리 보건당국이 철저히 그 성분과 위해성을 평가해 공개하고, 부작용 위험성을 의료계와 언론에 알린 건 매우 잘한 일입니다.

식약처는 1월26일과 3월3일 두 차례에 걸쳐 ‘의료기기 안전성 서한’을 배포해 “모유 수유를 하기 전에 반드시 보형물 파열 여부를 전문의에게 검사 받으라”고 권고했습니다. 또 가슴보형물은 초음파로도 검사 가능하며, 검사결과 파열이 의심되는 경우 MRI 등 추가 검사를 받을 것을 당부했습니다. 최근 4년간 전체 보형물 부작용 보고 가운데 64.4%가 파열에 의한 것입니다.

식약처는 실리콘젤 가슴보형물 재평가를 당초 이달 말까지 진행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재평가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해 보형물의 안전성 평가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습니다. 재평가 결과에 따라 문제가 있는 보형물은 허가 취소나 수입 금지됩니다.

파열 등으로 제거된 가슴 보형물

기자가 이 보형물 파열 사고를 끈질기게 취재하고 보도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여성과 아기의 건강권이 달린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가슴확대 수술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료계와 보형물 업체는 “안전하다”, “터져도 문제없다”는 점만 강조해온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보형물도 공산품인 이상 제조 결함도 있을 수 있고, 부작용도 있을 수 있습니다. 충분히 이런 문제와 부작용을 감안해서 가슴 확대 수술을 한다면 설사 문제가 생기더라도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가슴 보형물 삽입 전문 병원도 있지만, 최근엔 보형물 제거를 전문적으로 하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만큼 부작용과 수술 후 후유증이 있다는 뜻입니다.

신승호 유방외과 전문의는 “보형물 제거는 20~30대 젊은 여성도 많지만 60~70대 노년층 여성도 많이 온다.”고 강조했습니다. 지금의 실리콘젤 이전의 옛날 실리콘이나 하이드로젤 보형물의 위험성을 잘 몰라서 제거 수술을 안 하다 뒤늦게 문제가 발견돼 제거 하러 온다는 겁니다.

아래 사진은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그동안 제거한 보형물들입니다. 파열되거나 딱딱해진 것, 찢어진 것들도 눈에 띄지만 온전한 것들도 있습니다. 가슴 확대 수술을 하고서 이물감을 느끼거나 통증, 불편함을 호소해 파열되지 않았어도 제거하러 오는 여성들도 많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합니다.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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