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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자에 든 반려동물..운송 중에 질식사 비극

부애리 입력 2017. 03. 09. 06:53 수정 2017. 03. 0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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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법에도 여전한 '동물 택배 배송',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림=오성수


[아시아경제 부애리 기자] #최근 워킹맘 이진희(34)씨는 아이를 위해 토끼 한 마리를 분양받으려다가 깜짝 놀랐다. 인터넷을 통해 문의하자 토끼를 택배로 보내준다는 업체 측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이씨는 "3만원이상이면 무료배송이고 안전하게 보내줄테니 걱정말라는 업체 말을 듣고 당황스러웠다. 집에 없는 경우가 많은데 경비실에 택배를 맡기면 상자 안에 토끼가 있어도 괜찮냐고 물었더니, '토끼는 혼자 3일은 있어도 괜찮다. 염려 말라'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전했다.

2013년 개정된 동물보호법에서는 반려동물 택배 배송을 규제하고 있지만, 여전히 일부업체에서는 택배나 고속버스 택배 등을 이용해 반려동물을 배송하고 있었다.

실제로 9일 온라인으로 반려동물을 분양하는 업체들을 둘러본 결과, 고슴도치, 햄스터, 토끼, 파충류 등을 판매하는 일부 업체들은 여전히 택배 배송을 하거나 고속버스 택배 배송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반려동물 판매자가 동물을 구매자에게 직접 전하거나 동물 운송업자를 통해 배송하지 않을 경우 최대 1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A 업체는 아예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배송 중 반려동물이 죽으면 재분양 해주겠다"는 고객 안심사항까지 명시해뒀다.

B 업체에게 고슴도치 분양을 문의하자 "일반 택배는 안되고, 고속버스 택배로 받아볼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고속버스 택배는 판매자가 터미널 화물보관소로 보낸 반려동물이 담긴 택배를 구매자가 찾아가는 식이다. 당일에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일반 택배보다는 좀 낫지만, 반려동물이 좁은 상자에 갇혀있다는 점은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법제처는 고속버스 택배도 동물보호법 위반이라는 유권해석을 내렸다.

김민수 동물보호단체 카라 활동가는 이에 대해 "배송·운송 과정 중에 받는 스트레스와 외부충격으로 동물이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또 상자들이 적재되는 과정에서 압사하는 경우도 있다"며 "밀폐된 작은 상자 안에서 동물들은 엄청난 공포를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속버스 택배의 경우 고속버스가 고속도로를 시속 100km로 몇 시간씩 달리는데 이때 발생하는 엄청난 소음과 진동, 노면으로부터 전해지는 충격은 아무런 장치가 되어있지 않은 화물칸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기 때문에 일반 택배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반려동물의 기준도 문제다. 현행법상 반려동물은 반려목적으로 사육하는 개, 고양이, 토끼, 페럿, 기니피그, 햄스터 6종을 말하는데 최근 키우는 사람이 늘어난 파충류나 조류 등은 명시돼있지 않아 이런 동물을 택배 배송할 경우 제재하기가 애매한 상황이다.

김 활동가는 "조류, 파충류, 양서류 등은 불법 밀수로 거래되는 경우가 많으며 이에 대해 처벌할 법적 근거가 없는 상태다. 반려동물이 아닌 한 관련 처벌 조항도 여전히 미약한 편이다. 단속 인원도 예산도 부족해 단속과 적발이 쉽지 않다"며 "동물을 택배로 보낼 수 있다는 발상 자체가 문제다. 동물 택배를 전면 금지하는 조항과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한 처벌조항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 2일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사육·관리 기준 강화', '반려동물 생산 등록제', '피학대 동물의 긴급격리조치 및 소유권 등의 제한', '반려동물 배송 및 판매 제한' 등의 조항은 재정부담과 영업자의 영세성을 주장하는 정부의 반대로 포함되지 못했다.

부애리 기자 aeri34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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