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탄핵 인용'.. 'N포 세대'의 첫 경험, 달콤한 정치적 승리감

입력 2017. 3. 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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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무대로 올라선 'N포 세대'

[동아일보]

‘N포 세대’가 달콤한 정치적 승리감을 맛봤다. 이들 대다수는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인용을 지지했다. 지역과 이념 갈등에 골몰하는 기존 정치 지형에 변화를 불러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셈이다.

N포 세대는 2000년대 후반 저성장 시대에 탄생한 신조어이다. 연애 취업 등 ‘여러 가지(N가지)를 포기한 세대’라는 뜻으로 20대와 30대 초반을 지칭한다.

박 대통령의 탄핵 심판은 ‘세대 간 여론 전쟁’이었다. 헌재의 최종 선고 하루 전날인 9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19세 이상 성인 508명을 대상으로 탄핵 민심을 조사한 결과 20대(93.1%)와 30대(92.3%) 대다수는 박 대통령의 탄핵 인용에 찬성했다.

반면 60대 이상은 찬성 48.3%, 반대 44.6%로 오차범위 내에서 큰 차이가 없었다. 한국갤럽을 비롯해 다른 여론조사 기관의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지역별 찬반 의견 차이는 연령대별 차이 보다 작았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만 놓고 보면 한국 정치는 서서히 포스트 ‘지역·이념 갈등 시대’로 들어서고 있다. 앞으로 세대 간 정치성향·가치관 차이가 조기 대선 등에 변수가 될 수 있다. N포 세대도 그 중 하나다.

N포 세대의 탄생은 2008년 금융위기, 높은 청년실업률, 극심해진 양극화 등 불안정한 경제 환경과 맞닿아 있다. 이 세대를 이해하기 위해선 ‘헬조선’ ‘금수저’ ‘갑질’ ‘열정페이’ 등의 키워드를 살펴봐야 한다. 대학가만 둘러봐도 생활정치에 기반한 비운동권 학생회가 대세다. 좌우 이데올로기는 정치 분야에서 이들의 관심 사항 1순위가 아니다.

지금까지 N포 세대는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이 크지 않았다. 17, 18대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정치이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주로 인터넷 여론을 주도하는 이 세대의 특성을 비꼬는 ‘인터넷 여론 무용론’까지 등장할 정도였다.

N포 세대의 첫 번째 정치 경험은 17대 대선(2007년 12월)이다. 당시 인터넷 정치시사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나꼼수)’ 열풍이 불며 이들은 온라인에서 기성세대의 정치관과는 다른 비판의식을 쏟아냈다. 댓글 문화, 인터넷 토론 문화를 이끌며 인터넷 주류 의견을 만드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이들의 여론은 어땠을까. 2007년 12월 동아일보 여론조사 결과 연령대별로 당시 이명박 대통령 후보에 대한 지지율은 20대 이하 33.7%, 30대 28.4%였다. 지금의 탄핵 민심과는 달리 40대(40.7%), 50대 이상(53%)의 여론과 큰 차이를 보이진 않았지만 이명박 대통령 후보를 지지 하지 않는 의견이 우세했다.

그러나 당시 대선은 이 후보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이어 치러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2008년 4월 9일)’도 당시 한나라당이 과반수 이상 의석(153석)를 차지했다. N포 세대 사이에선 “정치 또한 포기해야 하나”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나왔다. 19대 국회의원 선거와 18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N포 세대의 이 같은 정치적 좌절을 설명할 때 꾸준히 지적되는 문제가 낮은 투표율이다. 투표 인증샷을 올리며 선거 참여를 독려하는 등 온라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이들의 뜨거운 열기와는 달리 실제 투표 현장을 찾는 사람은 기대에 못미쳤다. 기존 정치 구도에서는 N포 세대의 요구에 제대로 답할 수 있는 대변자가 없었기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N포 세대는 아직 제대로 정치 무대 위로 올라서지 않았다. ‘탄핵 인용’은 N포 세대의 직접적인 참여행위가 배제된 헌재의 결정이다. 이제 이들이 5월 조기 대선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참여하느냐가 과제로 남았다.

김재형기자 mona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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