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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착취재] 지하철 유아휴게실 '남성출입금지'..진땀 빼는 아빠들

김유나 입력 2017. 03. 14. 22:58 수정 2017. 03. 16.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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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아내가 복직하면서 육아휴직을 시작한 김정현(35)씨는 얼마전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난감한 경험을 했다.

김씨는 "모유 수유하던 분이 미안해하면서 금방 나오겠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어차피 휴게실에 있으면 또 다른 여성분도 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밖으로 나왔다"며 "아이를 위한 공간은 늘어났지만 남자 혼자 아이 데리고 외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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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아내가 복직하면서 육아휴직을 시작한 김정현(35)씨는 얼마전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했다가 난감한 경험을 했다. 배가 고파진 아이가 지하철에서 칭얼거리기 시작한 것. ‘지하철역 유아휴게실에서 이유식을 데울 수 있다’던 아내의 말이 떠오른 김씨는 유아휴게실을 찾아갔지만, 입구에는 ‘여성들을 위한 공간’이란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직원에게 문의하자 “안에 모유 수유중인 여성이 있으니 기다려달라”는 말이 돌아왔다. 마음이 급해진 김씨는 결국 지하철역에 있던 편의점에서 양해를 구한 뒤 전자레인지를 사용하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였다. 김씨는 “모유 수유하던 분이 미안해하면서 금방 나오겠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는데 어차피 휴게실에 있으면 또 다른 여성분도 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냥 밖으로 나왔다”며 “아이를 위한 공간은 늘어났지만 남자 혼자 아이 데리고 외출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육아가 여성만의 일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남성 육아휴직자도 늘고 있지만, 남성 육아 인프라는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하철역 유아휴게실은 대부분 모유 수유 공간이 별도로 마련되지 않아 사실상 남성이 이용하기 어려운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서울메트로·서울도시철도공사 등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9호선에는 ‘유아수유실’, ‘아기사랑방’ 등 123개의 유아휴게실이 있다. 휴게실 안에는 전자렌지와 정수기, 세면대, 소파, 기저귀 교환대 등이 있어 아이에게 분유·이유식 등을 먹이거나 편하게 기저귀를 갈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휴게실은 별도의 모유 수유공간이 없어 모유 수유하는 여성이 있으면 남성은 휴게실 출입이 어렵다. 일부 역에는 아예 ‘이곳은 수유 및 기저귀 교환을 위한 여성 전용 공간이므로 남성의 출입을 금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있기도 하다. 유아휴게실을 영어로 ‘mom's lounge(엄마의 휴게실)’라고 표기한 곳도 있다.
평소 유아휴게실을 자주 이용한다는 정은우(29·여)씨는 “유아휴게실이 있어서 매우 편리하지만, 모유 수유 공간이 따로 없다보니 남성이 들어올까봐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며 “모유 수유 공간을 안만든 것은 처음부터 여성만 이용할 것이란 인식에서 만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모(33·여)씨도 “유아휴게실이 여성전용 공간이란 말은 육아의 책임이 오롯이 여성에게만 있다는 의미 같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를 데리고 외출한 남성은 기저귀 조차 편하게 갈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하철역 여성 화장실에는 대부분 기저귀 교환대가 설치돼있지만, 남성 화장실에는 이조차 없는 곳이 많다. 많은 남성이 장애인화장실 등에서 기저귀를 갈곤 한다.

김성재(36)씨도 얼마전 13개월 된 아이를 데리고 친구 결혼식장을 다녀오다가 지하철역 화장실 변기 뚜껑 위에서 아이 기저귀를 갈아야했다. 김씨는 “찝찝하기도 하고 아이가 떨어질까봐 불안했다”며 “정부에서 아빠도 육아에 동참하라고 말하지만 육아 인프라는 ‘엄마와 아이’에만 맞춰진 것 같다”고 말했다.

4살·1살 아이가 있는 고현희(37·여)씨는 “남편과 같이 외출해도 휴게실을 이용할 때면 혼자 아이를 데리고 들어와야한다. 혼자 분유 먹이고 기저귀 갈다보면 힘들어서 남편과 같이 하고 싶지만 다른 여성분들이 있으면 남편을 들어오라고 하기 어렵다”며 “혼자 아이를 키우는 ‘싱글대디’도 있는만큼 유아휴게실이 엄마,아빠 구분 없이 이용 가능한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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