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위기를 기회로] "韓관광, 쇼핑과 식도락이 거의 전부"

2017. 3. 19.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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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상품의 상당수는 저가 관광"

(서울=연합뉴스) 유통팀 =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서 중국이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하면서, 한국 관광·여행산업은 큰 위기를 맞았다.

중국이라는 한 나라가 한국행 단체관광객들의 발만 묶어도 우리 관광·여행업계 전체가 패닉(공황) 상태에 빠진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의 관련 산업 기초 체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밀려드는 중국인 저가 단체관광객 '특수'에 취해 "명동 등에 들리는 외국어는 중국어뿐", "한국에서 볼 것이 없다.", "쇼핑이 한국 관광의 전부" 등의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결과다.

◇ 중국·일본인 60%…저가 단체관광객이 절반

19일 한국관광공사,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모두 1천724만 명의 외국인이 우리나라를 찾았다. 2015년보다 30.3%나 많은 규모다.

2015년 사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6.8%나 줄어든 '기저효과'를 고려해도, 나쁘지 않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국적, 관광 목적 등 조금 더 세밀하게 외국인 방문객들을 들여다보면 구조인적 문제가 적지 않다.

우선 중국인 관광객의 비중이 46.8%에 이른다. 한국 방문 외국인의 절반이 '유커'(중국인 여행객)라는 말이다. 중국 당국이 한국행 관광 통제에 나섰다는 소문만으로도 한국 호텔·면세점·여행·항공 관련 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주저앉는 이유다.

여기에 2위 이웃 나라 일본 방문객(13.3%)까지 더하면, 주변국인 중국·일본인이 한국 관광객의 무려 60%를 차지한다.

국적별 편중뿐 아니라, '개별 자유여행객'에 비해 체류 기간이 짧고 여행비용 씀씀이가 적은 '단체관광객' 비중이 여전히 크다는 점도 걱정거리다.

2015년 기준으로 방한 중국인 관광객의 40.9%가 단체관광 형태로 한국을 찾았다. 2013년의 42.8%보다는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단체관광객 중국인 1명은 한국에 와서 체류 기간 중 평균 2천80달러를 쓰지만, 개별관광객은 2천321달러를 지출한다.

개별관광객 중 재방문자의 비중은 54%에 이르는 반면, 단체여행객 가운에 한국을 다시 찾은 사람은 15.9%에 불과하다.

여러 측면에서 개별 자유관광객이 한국 관광·여행업계 입장에서는 '질(質)적'으로 더 도움이 되는 손님이지만, 블룸버그와 중국출경유(해외여행)연구소(COTRI) 자료에 따르면 작년 1분기 기준 중국인 개별관광객이 가장 많이 간 지역(중화권 제외)은 태국이었고, 한국은 일본에 뒤진 3위에 그쳤다.

◇ '관광 매력' 대만·태국·홍콩에 뒤져…쇼핑·식도락이 '전부'

외국인 관광객을 끌어들일 한국 관광의 매력 요소가 쇼핑, 먹을거리 정도를 빼면 매우 빈약한 것도 현실이다.

최근 공개된 일본 내 개별여행객 1위 온라인여행사 '라쿠텐 트래블'의 20만 명 패널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한국에 가 보고 싶다"는 응답률은 31.4%로 대만(57.3%), 태국(46%), 홍콩(45.6%)보다 낮은 4위에 그쳤다.

한국에 갈 의향이 없는 이유(중복응답)로는 "한국에 그다지 좋은 인상이 없기 때문"(56.3%), "한일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36%), "가고 싶은 다른 나라가 있어서"(27.9%) 등이 거론됐다.

"한국과 관련, 어떤 것에 관심과 흥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인 절반 이상은 맛집·음식(38.8%), 쇼핑(14.9%), 미용·스파(9.3%)를 꼽았다.

역사·문화 유적(10.2%), 자연풍경(3.9%) 등 전통적 의미의 관광 요소를 한국에서 기대하는 일본인은 소수에 불과했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1만2천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외래관광객 실태 조사'에서도 '딱히 즐길 것이 없는' 한국 관광의 약점이 그대로 드러난다.

한국 체류 기간 중 참여한 활동(중복응답) 가운데 쇼핑(71.5%), 식도락 관광(47.3%)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중국 관광객의 방한 목적별 재방문율 통계에서도 여가·위락·휴가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면세점 등에서 상품을 사고,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것 외에는 그만큼 뚜렷한 한국 관광 프로그램이 없고, 그래서 쇼핑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런 취약한 구조 아래서는 이번 '사드 사태'와 비슷한 중국·일본과의 정치·외교적 관계, 이 두 나라 쇼핑 관광객들이 가장 민감한 환율 변동 등에 따라 한국 관광 산업은 '일희일비'하며 계속 요동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이미 여러 약점이 종합적으로 드러나면서, 2014년까지만 해도 일본(1천340만 명)보다 많았던 외래관광객(1천420만 명) 수는 마침내 2015년(1천323만 명) 일본(1천974만 명)에 역전당했고, 지난해 그 격차가 약 700만 명(2천403만 명-1천724만 명)까지 벌어졌다.

shk99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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