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안과 밖]학교의 건강한 변신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2017. 3. 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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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우리나라에서 크게 알려진 것은 아니지만 세계적으로 유명했던 자전거 브랜드가 ‘슈윈(Schwinn)’이다. 1970년대까지만 해도 이 브랜드는 코카콜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았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이 되면서 갑작스럽게 산악자전거 수요가 폭발했다. 이때 슈윈은 변화를 거부했다. 그러나 당시 산악자전거의 유행은 일시적인 소비자 선호의 변화가 아닌 사회·경제적 변화였다. ‘좋은 자전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던 슈윈은 몰락했고 결국 1993년에 파산했다.

이렇듯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른 기업들의 변신은 생존을 위한 필수적인 능력이다. 우리나라 사교육계도 입시교육이라는 콘텐츠 상품으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니 변신의 귀재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 지난 수십 년 동안 사교육계는 일상적인 변화는 물론이고 IT 기술의 발 빠른 도입 등으로 엄청난 혁신을 이루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과거 같으면 사교육계는 발 빠르게 공교육의 변화에 앞서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곤 했는데 요즘은 변화를 앞서 가기는커녕 학교의 변화에 발맞춰 가는 것도 허덕이는 모양새다. 대학입시가 수시 확대와 학생부전형으로 방향을 잡고 영어와 한국사 과목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학원가는 폐업이나 과목 변경, 컨설팅 학원으로 변신하는 등 우왕좌왕하고 있다. 심지어 ‘과외 재벌’이라던 명문대 학생들의 과외 자리조차 크게 줄어들어 편의점 알바를 전전하는 경우도 흔하다.

그동안 대입 사교육업체들이 갖고 있던 경쟁력의 기반은 수능시험이었지만 이제는 학생부전형이 대세가 되면서 대응 방법이 딱히 보이지 않는다. 학생부전형의 가장 중요한 자료가 학교 선생님들이 관리하는 학교생활기록부이기 때문에 학교 밖의 사교육 선생님들이 입시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크게 축소될 수밖에 없다. 물론 일부 컨설팅에서 만든 내용들이 제시되기도 하지만 그것을 기재하는지 여부는 어차피 학교 선생님들의 권한이 아닌가? 대학입시 과정의 상당 부분이 고등학교 선생님들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이 지금 사교육이 겪고 있는 전대미문 위기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학원이나 대형 사교육기관들에서 수시로 개최하는 입시설명회나 학부모 설명회에서는 아직도 ‘수능이 가장 공정하다’ ‘깜깜이 전형인 학생부종합전형은 불공정하다’ ‘수능으로 대박’이라는 설명이 넘쳐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프랜차이즈화된 대형 사교육기업들은 수능과 같은 대규모 평가에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수시 전형이 확대되면서 학교단위의 내신 성적이 더욱 중요해진 요즘은 지역단위의 소규모 학원들이 입시환경의 변화에 적응하기에 더 적당해 보인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부분은 소규모 학원들과의 경쟁 정도라면 일선 학교에서도 충분히 감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요즘 들어 서울이나 경기도 등 지역에서는 고등학교의 보충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이 ‘강력한 자율’로 바뀌면서 상당수 학교에서 밤공부가 사라지고 있다. 이제는 이런 ‘자율적 규제’는 좀 풀어주면 좋겠다. 교육의 변화는 학교가 주도하는 것이 맞다. 아직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있는 학교나 선생님들이 있기는 하지만, 지금이 학교의 건강한 변신을 믿고 지원해 주는 것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싶다.

<한왕근 | 교육컨설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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