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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대 태권도학과 학생 문재인 지지모임 행사 동원사건 전말

장슬기 기자 입력 2017. 03. 23. 19:06 수정 2017. 03. 23.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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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ARS경선 인증번호·수집…언론보도 이후 제보자 색출해 허위 증언 강요

[미디어오늘 장슬기 기자]

우석대 학생들이 문재인 후보 지지모임에 동원되고 영화와 식사까지 제공받았다는 증언이 나왔다. 최근 민주당 경선 ARS인증번호를 특정 학생에게 단체채팅방으로 보낼 것을 요구받았고,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자 해당 학과 교수들이 나서서 제보자의 휴대폰을 들여다보고, 제보내용이 사실이 아니었다는 취지로 말할 것을 강요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미디어오늘은 제보자 녹취내용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보해 사건을 재구성했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예비후보의 전북 통합 지지모임인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이 열렸다. 해당 포럼 공동대표는 이상직 전 민주당 국회의원과 안도현 우석대 교수다.

▲ 문재인 후보는 2월12일 전북 전주 화산체육관에서 개최된 '새로운 전북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전북도민들의 정권교체 열망이 매우 강한 것을 느낄 수 있다"며 "정권교체 가능성이 과거 그 어느 때보다 큰 만큼, 우리 모두가 힘을 함치고 협력하자"고 말했다. 사진=문재인 페이스북

방학 동계훈련 중이던 우석대 체육대학 태권도학과 학생들은 이날 기존 일정이 바뀌었다며 ‘정치인이 오겠지만 너희와는 연관 없고, 밥 먹고 영화 볼 것’이란 소식을 들었다. 오후 1시경 전세버스 4대(160여명 추정)에 나눠 탄 학생들이 도착한 곳은 전주 화산체육관이었다. 오후 3시 문재인 후보가 등장했다. 학생들은 문재인 지지모임인 줄 모른 채 행사에 참여해 지켜봤다.

학생들을 동원한 사실을 은폐하려는 시도도 있었다. 학생들은 모임이 시작하기 전인 오후 2시 경 “학과장님 보면 학교에서처럼 인사하지 말고 가볍게 인사하고 가세요”, “SNS에 문재인 뭐시기 올리지 마세요, 사진 찍을 거면 추억으로만 간직하세요.” 등의 메시지를 받았다. 평소 체육대학은 교수·학과장 등에게 철저하게 예의를 차려야 하는 분위기다.

학생들은 행사가 끝난 뒤 인근에 있는 뷔페식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한 뒤 영화관에서 단체로 영화 ‘조작된 도시’를 관람했다. 전세버스 대절비용, 식대(주말 1인당 3만6000원)와 영화 관람료(주말 1만1000원)는 학생들이 내지 않았다고 한다. 해당 학과는 교육부가 주관하는 태권도특성화사업으로 연 5억 원을 받는데 이 돈이 일부 쓰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민주당 경선 참여 강요 정황

지난 20일엔 해당 과 단체채팅방에서 민주당 가입현황을 조사하고 ARS 인증번호 등을 일괄 수집하기도 했다. 포커스뉴스 보도에 따르면 채팅방에는 ‘인증번호 취합표’라는 파일이 첨부돼있고 “왜 이거밖에 안되지? 그 때는 거의다 한 것처럼 말하더니?”라는 강압적인 표현도 등장한다.

이 학과는 품세단, 겨루기단, 시범단 등이 각각 공지를 하고 있는데 이를 통해 민주당 가입과 대선 경선 참여를 강제한 것이다. 채널A 보도에 따르면 교수들이 1인당 50건씩 인증번호를 수집하도록 강요한 것으로 보인다.

21일 채널A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보도됐다. 이날 오후 8시30분 경 해당 학과 태권도특성화사업단 소속 A교수는 제보학생을 불러 휴대폰을 검열하고, 학생과 대화를 녹음했다. 학생은 학과장인 B교수와도 면담했다.

▲ 사진=우석대학교 태권도 시범단 페이스북

▲ 사진=우석대학교 태권도 시범단 페이스북

문재인 지지모임에 참석했던 160여명 중 60여명의 학생들은 가짜 ‘사실확인서’도 작성했다. 원래 콘서트를 가려고 했다가 일정이 바뀌어 문재인 모임에 참석했을 뿐 강제동원은 아니고, 민주당 경선도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해당 A학생은 "상식적으로 학생들을 동원한 것이 잘못된 것"이라며 "후배들은 이런 일을 안 당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학과 특성상 교수들의 영향력이 강한 상황에서 학생들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원에 개입한 학과장 등 교수들이 책임지는 게 아니라 단지 동원내용을 공지했던 해당 학과 감독·주장 등이 직접 책임을 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학과장 B교수는 2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미디어오늘이) 어떻게 이 사실을 알았는지 얘기하지 않으면 확인해 줄 수 없다”며 “저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B교수는 지난 대선이 있었던 2012년 전북권 대학교수 문재인 지지선언 100인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로 확인됐다.

▲ 더불어민주당 로고

문재인 캠프 측은 “문제가 있다면 당 선관위 등에 고발하는 등 절차를 밟으면 된다”며 선을 그은 상황이다.

공직선거법 제57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당내경선에서 후보자로 선출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할 목적으로 금품 등을 제공할 수 없다. 해당 의혹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공직선거법 위반 뿐 아니라 교육부로부터 받은 사업비 횡령과 사건 은폐에 대해서도 사법처리가 이뤄질 수 있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전북 선관위는 이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버스를 대절해 학생들을 단체로 특정 정치인의 지지 행사에 동원한 것과 식사와 영화 관람을 한 것이 선거법상 불법 기부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다.

우석대학교는 정당의 대선후보와 관련된 정치 행사에 일부 학과 학생들이 동원되었다는 의혹 보도와 관련하여 엄밀한 진상조사 실시 후 사실로 확인될 경우 관련자들에 대하여 그에 상응하는 엄정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23일 밝혔다. 

우석대학교는 “교수가 개인적 정치성향으로 자신의 지위를 이용하여 정치행사에 학생들의 참여를 강요하거나 동원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보도 내용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보도내용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관련자들에 대해서 그에 따른 책임을 엄중히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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