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설왕설래] 믹스커피의 나라

강호원 입력 2017.03.27. 01:09 수정 2017.04.11. 17:23

용정, 철관음, 보이, 오룡, 대홍포, 은침, 벽라춘. 중국 차 이름이다.

믹스커피다.

믹스커피의 원류는 우리나라다.

우리나라 믹스커피가 '커피의 본고장' 남미를 흔들고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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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정, 철관음, 보이, 오룡, 대홍포, 은침, 벽라춘…. 중국 차 이름이다. 지역명까지 붙은 중국 차 이름을 열거하자면 수천에 이를 듯하다. 중국 차 맛은 어떨까. 종류별로 사 쌓아두고 마셔 봤다. 맛이 조금씩 다르다. 궁금했다. 왜 차 종류가 그렇게도 많을까. 이런 생각을 했다. 상술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 차는 중국만큼 다양하지 않다. 그렇다고 질이 나쁠까. 가짓수가 질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외한이 무엇을 알까마는 음미하고 또 음미해도 우리 차 맛은 깔끔하다. 중국 차보다 외려 낫다. 우리 차 종류는 왜 많지 않은 걸까. 차를 즐겼을 선비는 사치를 싫어했다. 논밭을 가는 소의 노고를 생각해 쇠고기를 먹지 않은 율곡 이이, 세종 때 제주목사로 내려가 물질에 고생하는 해녀를 본 후 전복을 먹지 않은 대사헌 기건…. 그런 선비 눈에 값비싼 차 좋아하는 고관은 어찌 비쳤을까. ‘백성 잡아먹는 탐관’으로 보이지 않았을까.

후세의 어두운 눈. 청렴한 기풍을 이을 생각은 하지 못하고, 차 종류 적음만 탓한다.

6·25전쟁 이후 차의 빈틈을 메운 커피. 지금은 ‘커피 공화국’으로 불린다. 커피를 주로 담는 일회용 컵 사용량은 2015년 6억7240만개에 이르렀다. 밥보다 커피를 더 먹는다는 통계까지 나왔다. 점심 때면 커피를 들고 거리를 활보하는 직장인들. 통계가 과장된 것만은 아닌 듯하다.

‘커피 부흥’의 최대 공신은 무엇일까. 믹스커피다. 달달한 추억의 다방커피 맛. 변신을 거듭한다. 아메리카노에 이어 라테 믹스커피까지 나왔다. 믹스커피의 원류는 우리나라다. 중국과 일본은 후발주자다. 중·일의 믹스커피 맛은 어떨까. 설탕을 덜 넣기 때문인지 조금 쓰다. 맛이라면 물불 가리기 않는 우리의 기질이 믹스커피 맛도 가른 걸까. 우리나라 믹스커피가 ‘커피의 본고장’ 남미를 흔들고 있다고 한다. 인기가 대단한 모양이다. 비결은 무엇일까. 맛도 맛이지만 가격이 한몫한 것은 아닐까. 비싸야 한 봉지에 100원 남짓하다. 누구나 먹을 수 있다.

청렴한 조선의 선비가 다시 태어난다면 어떤 커피를 택할까. 믹스커피를 택할까, 5000원을 웃도는 외국 브랜드 커피를 택할까.

강호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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