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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 인정해 출산율 올린 프랑스, 우리도 가능할까?

이예슬 입력 2017. 04. 02. 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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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안 해도 동등 혜택 주는 '동거관계 등록제'
중장기전략위원회, 출산율 감소 현상 타개책 제안
프랑스, 시민연대협약 통해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우리도, 정책 입안 가능할 지 여부는 아직 물음표

【세종=뉴시스】이예슬 기자 = 정부와 민간 전문가로 이뤄진 중장기전략위원회가 동거도 제도적으로 결혼과 동등한 혜택을 주자는 제안을 들고 나왔다. 포용적 가족관을 확산해 출산 포기를 방지하자는 측면에서다. 2015년 12월 중장기전략위원회 과제로 등장한 이후 1년 3개월 만에 다시 이 문제를 꺼낸 것이다.

이에 따라 사실혼 가구의 권리도 폭넓게 인정해 출산율을 크게 높인 프랑스의 사례가 한국에서도 재연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물론 당장 실현가능성은 작지만 사회적 공감대가 점차 확산될 경우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위원 21명과 민간위원 19명으로 구성된 중장기전략위원회는 '동거관계 등록제'를 도입하는 것에 대해 사회적 논의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일정 요건을 갖춘 동거(사실혼)에 대해 ▲기본 소득공제 혜택 ▲자녀 출산시 배우자 출산휴가 등 혜택 ▲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 인정 등 결혼과 동등한 제도적 혜택을 부여하는 제도다.

◇결혼 안해도 아이 낳는 사회 만들자

위원회는 "비혼·동거·한부모 가족 등 다양한 가족형태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며 "포용적 가족관을 확산해 포기되는 출산을 방지하자는 의도"라고 밝혔다.

이 같은 논의가 나오게 된 것은 15년 이상의 기간 동안 합계출산율 1.3 미만의 초저출산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1.17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꼴찌를 차지한 것은 물론 전 세계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정부 내에서도 지난 10년간 저출산 대책에 약 80조원을 쏟아부었지만 사실상 실패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장기전략위원회 산하 연구작업반은 지난 1월 "출산율 감소는 만혼과 비혼이 주요 원인인데 기혼자의 출산율 제고에 중점을 둬 보육 중심으로 투자했지만 성과는 미미했다"고 평가했다.

재정을 통한 보육 지원에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사회적 인프라를 갖추고 근로시간 단축 등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이 작업반의 주문이었다. 동거관계 등록제는 한발 더 나아가 '꼭 결혼을 해야만 출산은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회적 공감대를 만들자는 제안이다.

경제적 부담에 지레 겁먹고 결혼을 포기하는 세태를 막아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실제 결혼이 아닌 동거를 선택한 커플들은 상당 부분 경제적 이유 때문에 동거를 선택한 측면이 크다.

변수정 저출산고령화대책기획단 부연구위원이 비혼 동거 가족 실태조사를 통해 수집한 데이터에 따르면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선택한 비율은 40%를 넘어선다. '혼인 의사가 있지만 집 마련, 결혼식 비용 등 경제적 이유로' 동거를 택한 비율은 24.1%, '이성 교제 중 데이트 비용, 방값 및 생활비 절약을 위해'서는 18.6%였다.

혼인신고 계획 시기에 대해서는 '경제적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춰졌을 때'라는 응답률이 49.4%로 전체의 절반을 차지했다.

◇프랑스, 시민연대협약 도입으로 다양한 가족형태 인정

최악의 출산율을 기록한 뒤 정부의 적극적인 출산 정책으로 반등에 성공한 나라로 흔히 프랑스를 꼽는다. 프랑스의 출산율은 1993년 1.66명으로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2014년엔 2.08명까지 올랐고 2명 내외에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정부가 의료비와 교육비를 지원하고 보육시설을 확충하는 등 저출산 대책을 적극적으로 펼친 점도 있지만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했다는 점이 저출산 극복에 도움이 됐다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프랑스는 1999년 시민연대협약(PACS)을 도입함으로써 본격적으로 다양한 가족형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가족형태 다양성 논의를 위한 사회적 기구 운영방안 연구'에 따르면 PACS는 성인 간 동거관계에 법적인 권리를 부여하고 세금 납부, 상속세 감면, 매매 등의 권리를 보장했다.

2012년 기준 시민연대협약에 따른 혼인 건수는 약 16만건으로 전체 혼인 중 40%를 차지한다. 많은 커플들이 동거를 선택한 결과로 2011년 출생자녀의 55.8%는 결혼제도 밖에서 태어났다.

◇보수적 문화 탓,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사회조사'에 따르면 '결혼은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하는 국민들은 42.9%로 2014년에 비해 4%포인트 많아졌다. '남녀가 결혼을 하지 않더라도 함께 살 수 있다'고 생긱하는 사람도 48.0%로 2010년(40.5%) 이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러나 '결혼하지 않고도 자녀를 가질 수 있다'는 생각에는 75.8%가 반대 의견을 나타내 혼외아에 대해서는 부정적 인식이 강한 편이다.

이 같은 사회의 인식으로 비혼 동거 인구 관련 통계자료도 아직 없는 상태다. 이 떄문에 동거 인구의 특성은 제대로 파악되고 있지 않다.

변수정 부연구위원은 "비혼 동거 가족이 우리 사회에서 가족으로 자리잡고 안정된 가족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본적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며 "동거와 관련된 보호 장치 마련에 대해 장기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비혼 동거 인구에 대한 통계자료 구축 및 세부적 연구가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원회는 어디까지나 중장기 과제로 동거관계 등록제를 제시한 것 뿐이지, 2015년 12월 이 제도를 처음 언급한 이후로 정부에서 추진하는 특별한 정책은 아직 없다.

기재부 관계자는 "중장기전략위원회는 향후 20~30년을 내다보고 작업하기 때문에 당장 정책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회적으로 활발히 논의될 수 있도록 화두를 던지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ashley85@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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