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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근무제는 '왕따 근무제'..일·가정 양립 어렵다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 입력 2017. 04. 04. 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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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75%, 채용형 시간선택제 직원 0명

정부가 일자리 창출과 소비 촉진, 가정의 영유아 보육 등 3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며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바로, 직장의 근무시간을 조정하는 유연근무제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이를 위해, 정부 부처 등 공공기관들이 앞장서서 조기퇴근제와 시간조정제 등을 시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공공기관 내에서도 뜬구름 잡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고, 민간기업들도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다.

◇ 정부 부처, 금요일 조기 퇴근제…"일 없는 부처나 가능하지 않겠습니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인사처, 법제처, 기상청은 4월부터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지정해 운영하기로 했다.

인사처는 부서와 그룹별로 돌아가면서 매주 금요일마다 오후 4시에 퇴근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아예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에 전직원이 오후 4시에 퇴근하기로 정했다.

이는 지난 2월 23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주재로 열린 내수 활성화 관계장관회의에서 '소비·민생 개선 대책'으로 조기 퇴근 방안이 제시된 뒤 40일 만에 전격 시행에 들어 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사혁신처는 이미 지난달 9일 '공무원 근무혁신 지침'을 마련하고 부처별로 시행 계획을 제출하도록 조치했다.

해당 지침은 '금요일 조기 퇴근'과 '퇴근 직전 업무지시 지양', '퇴근 후 업무연락 자제', '공휴일 근무 엄격 제한' 등이 담겼다.

하지만, 대부분의 정부 부처들은 기재부와 인사처 등 소위 힘 있는 부처가 앞장서 추진하고 있는 이번 '조기퇴근' 방안에 대해 눈치만 살피며 곤혹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평일에 30분 더 일하고 금요일에 몰아서 2시간 일찍 퇴근하라는 것인데, 우선 당장 다음날 아침에 장·차관에게 보고해야 할 현안 업무가 있으면 밤 늦게까지 일을 해야 하는데 무 자르듯이 4시에 퇴근할 수 있겠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기재부의 경우 부처 가운데 일이 가장 많고 매일매일 처리해야 할 현안업무도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과연 기재부가 한 달에 한 번씩 금요일 4시 퇴근이 제대로 지켜지는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부정적으로 전했다.

이와 관련해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실 직원들은 1월부터 6월까지 죽도록 야근해야 하는 처진데 가족들과 외식하겠다고 오후 4시에 퇴근하겠다며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과거 토요일 오전 근무할 때처럼 아예 제도적 장치를 통해 금요일 오전 근무제를 도입하면 몰라도 부처 자율에 맡길 경우 민원업무가 없는 한가한 부처는 가능해도, 바쁜 부처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시간선택제, 요일선택제 등 유연근무제…"현실성 없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정부가 소비 활성화 차원에서 '조기퇴근제'를 추진한다면, 일자리 창출과 영유아 보육 등 보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유연근무제'를 추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28일 '제5차 일·가정 양립 민관협의회'를 열어 유연근무제 확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일하는 문화 개선 추진방안'을 발표했다.

근로자가 주5일 전일제 대신 재택근무나 시간제, 요일제 등 다양한 형태로 일을 할 수 있도록 기업들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데 방점이 찍혔다.

정부는 이를 위해,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기업에 대해선 근로자 1인당 지원금을 연간 최대 364만 원에서 520만 원까지 인상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 같은 유연근무제는 공공기관에서 조차 겉돌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우리나라 공공기관 342개 가운데 처음부터 시간선택제로 정규직 직원을 1명 이상 채용한 곳은 83개 뿐이고 나머지 257개 기관은 단 1명도 채용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의 공공기관 직원 가운데 전일근무에서 시간선택제로 전환한 직원 수도 2015년 2110명에서 지난해는 1787명으로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가 내년 말까지 모든 공공기관에 시간선택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지만, 사실상 실현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박은정 민주노총 정책국장은 "공공부분이라는 게 단순한 노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팀이나 부서단위의 협력적 업무가 많은데, 채용형 시간선택제로 들어온 직원이 적응할 수 있겠느냐"며 "전환형 시간선택제의 경우도 일의 흐름 파악이 어렵기 때문에 직원들이 꺼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공공기관의 유연근무제가 반강제성의 성격을 띠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겉돌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기업에까지 적용하려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 국장은 "재계는 고용형태 변화를 통해서 비용절감을 꾀하기 때문에 유연근무제를 적극 찬성하고 있지만, 국회 입법 과정에서도 심지어 과거 새누리당 의원들조차도 반대가 많았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따라서 "노동자 입장에서는 고용주인 기업에 휘둘릴 수 있는 구조이고, 직업의 안정성도 떨어진다"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 없이 유연근무제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CBS노컷뉴스 박상용 기자] saypar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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