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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지옥엽 키우는데 학대라니.." 아동학대 신고에 상처받는 엄마들

신혜민 조선에듀 기자 입력 2017. 04. 05. 15:36 수정 2017. 04. 06.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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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엄마들도 아동학대 신고 당하는 횟수 잦아져
-"작은 의심에도 신고하는 게 맞지만, 속상한 마음 감추기 어려워"
-정부 "음지에서 아파하는 아이들 위해 이해해달라"

# “세 살배기 아들과 7개월 된 딸을 키우는 육아맘이에요. 며칠 전 늦은 시간에 초인종이 울려 나가보니 아동학대 신고가 들어왔다면서 경찰관 세 분이 오셨어요. 집을 수색하고 아이들 옷을 벗겨 몸에 멍든 자국이 있는지 확인하는데, 정말 억울하고 황당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어요. 낯을 많이 가리는 둘째가 아빠만 보면 자지러지게 우는 모습을 보곤, 이웃 중 누군가가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하셨나 봐요. 그래도 저희 층 주민들은 다 인사하고 잘 지낸다고 생각했는데, 평소 우리 가족을 어떻게 보고 신고하셨는지….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네요.” (김지원·가명·36·서울 도봉구)

최근 가정 내 아동학대를 막아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가 퍼지면서, 무고한 부모들까지도 신고 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교육부·법무부 등으로 구성된 범부처 아동학대대책협의회는 지난달 27일 전국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2015년 1만9214건에서 지난해엔 2만9669건으로 54.4% 늘어났다고 밝혔다. 2013년 1만3076건에서 4년 동안 연평균 30%가 넘는 급격한 상승세를 보인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과거엔 아동학대를 집안 문제로 생각해 쉬쉬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알려지면서 점점 사회적 문제로 여겨 작은 일에도 의심 신고하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전했다.

육아맘들은 사고를 대비하려는 사회적 분위기엔 수긍하지만, 한 번 아동학대범으로 내몰린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지난달 잠투정이 심한 아이 탓에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받은 이모(32·서울 구로구)씨는 “세상이 워낙 흉흉하고 걱정되니 신고했겠지만, 가뜩이나 ‘독박육아(혼자 육아를 도맡아 하는 것)’로 인해 심신이 지친 와중에 경찰이 집안까지 들어와 아이 몸과 얼굴을 확인하니, 나쁜 엄마가 된 것 같아 혼자 방 안에서 펑펑 울었다”고 밝혔다.

단절된 이웃 간의 불신을 쌓는 계기가 된다는 지적도 있다. 7살 아들과 4살 딸을 둔 강모(38·인천 남동구)씨는 지난해 말 아이 야단치는 소리가 자주 난다는 이유로 위층 주민에게 아동학대 신고를 받았다. “또다시 신고 당할까 봐 겁이 나 함부로 아이들 혼도 못 내겠어요. 개구쟁이 남매를 키우다 보니 큰 소리 날 일이 앞으로도 빈번할 텐데, 벌써 눈앞이 아득하네요. 진짜 학대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신고할 수도 있지’ 싶다가도, 한편으론 확인 한 번 안 하고 곧장 경찰에 신고한 이웃이 야속하기도 해요.”

신고는 비단 집뿐만이 아니라 병원과 유치원, 학교 등에서도 일어난다. 생후 두 달 된 갓난쟁이 딸을 키우는 김모(39·경기 용인)씨는 지난달 아기가 혼자 침대에서 떨어져 상순소대가 찢어지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다행히 큰 이상소견이 없어 곧장 퇴원했지만, 뒤집기도 못하는 아기가 혼자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게 이상하다는 의사의 신고로 아동학대 조사를 받았다. 김씨는 “개인적으로는 제 부주의로 아이가 다쳐 마음이 안 좋은 상황에서 더한 비수를 꽂는 격이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이런 투철한 신고 정신이 어디에선가 고통받는 아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긍정적으로 넘기기로 했다”고 했다.

정부 역시 이런 사례에 안타깝다는 반응이지만, 아동학대 신고는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엔 변함이 없다. 아동학대 신고율이 점차 높아지는 추세라 해도, 아직 미국∙호주 등에 비해서는 현격히 저조하다는 이유에서다. 변효순 보건복지부 아동학대 대응 TF팀장은 “신고 횟수가 늘어났다곤 하지만, 아직 한국의 아동학대 발견율(1000명당 학대피해아동 수)은 1명 내외로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며 “반면, 미국은 아동 1000명당 9명(9.4‰)이, 호주는 1000명당 8명(8.0‰)이 학대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11배까지 차이가 난다. 이는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아동학대가 훨씬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대부분의 아동학대가 가정 내 부모에게서 일어나는 만큼 주변인의 관심과 신고가 더욱 절실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해 아동학대로 판단된 1만1715건 중 부모가 가해자인 경우는 9348건(79.8%)에 달했다. 지난해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원영이 사건’ 등이 대표적인 가정 내 아동학대에 속한다. 변 팀장은 “아동학대 신고로 상처받는 무고한 부모들도 있지만, 그보다 더한 고통을 떠안고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도 있다”며 “이런 아이들을 위해 작은 의심도 너그럽게 이해해주시고, 주변에 조금이나마 의심 사례가 있다면 적극적인 신고를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아동학대 체크리스트>

● 사고로 보이기에는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발생한다.

● 상처 및 상흔에 대한 아동 혹은 보호자의 설명이 불명확하다.

● 보호자가 아동이 매를 맞고 자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거나 체벌을 사용한다.

●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 정서적 위협을 당한다.

● 기아, 영양실조, 적절하지 못한 영양섭취를 보인다.

● 계절에 맞지 않는 옷, 청결하지 못한 외모를 보인다.

● 불결한 환경이나 위험한 상태로부터 아동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한다.

● 성 학대로 의심될 성 질환이 있거나 임신 등의 신체적 흔적이 있다.

● 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 및 해박하고 조숙한 성 지식을 보인다.

● 자주 결석하거나 결석에 대한 사유가 불명확하다.

● 필요한 의료적 처치 혹은 아동에게 예방접종을 실시하지 않는다.

●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이고, 집(보호기관)에 돌아가기를 두려워한다.

● 아동이 매우 공격적이거나 위축된 모습 등의 극단적인 행동을 한다.

※ 1개 이상 체크한 경우, 아동학대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상황이므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신고는 국번 없이 112나 아동보호전문기관 일반전화 또는 내방상담으로 가능합니다.

출처: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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