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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방법이요? 없죠." 초소형 '몰카' 직접 사러 가보니

최미랑 기자 입력 2017. 04. 1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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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 용산구 용산 전자상가의 한 카메라 판매점. 최미랑 기자

“방법이요? 없죠.”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의 ㄱ 폐쇄회로(CC) TV전문점에서 몰래카메라(몰카)를 잡아낼 방법이 있는지 문의하자 직원의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소리나 영상을 실시간 전송하는 송·수신기가 달려 있다면 모를까, 상대방이 지금 나를 찍고 있는지 그 자리에서 알 방법은 없다는 뜻이었다.

몰카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달 31일 걸그룹 ‘여자친구’의 팬사인회에서 이 그룹 멤버 예린이 자신을 ‘안경 캠코더’로 찍는 남성을 찾아내 인권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또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안경 캠코더’를 이용한 한 음식점 고발 프로그램의 ‘몰래 촬영법’이 도마에 올랐다. 유명 핫도그 체인점의 아르바이트생이라고 밝힌 한 트위터 사용자가 “(음식점 고발 프로그램 관계자가) 우리 가게에 몰카 안경을 끼고 찾아온 듯하다”는 글을 썼고, 맛 칼럼니스트 황교익씨는 본인의 페이스북에서 “억지로 걸려고 하면 또 안 걸릴 게 없는 게 이놈의 음식업”이라며 요식업자들을 위해 ‘몰카 안경’의 특징을 자세히 소개하는 글을 올렸다.

몰카는 상대방이 모르게 영상을 찍는 행위를 뜻하지만 최근에는 이 일에 사용되는 도구 자체도 몰카라고 불린다. ‘초소형 위장 카메라’, ‘파파라치 카메라’, ‘특수카메라’ 등이 몰카의 다른 이름이다. 판매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와 용산 전자상가를 방문했다. 몰카를 사고 파는 일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자동차 마스터키 모양 캠코더.최미랑 기자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건 자동차 키(열쇠) 모양. 4시간까지 촬영 가능하고 보조배터리를 쓰면 더 오래도 찍을 수 있어요.” 세운상가의 이 CCTV 전문점에 ‘파파라치 카메라’ 구입을 문의하자 직원은 이 제품을 추천했다. 모양은 꼭 자동차 리모컨키와 같은데 테두리 윗면에 렌즈가 달려 있다. 가격은 10만원대. “안경은 너무 티가 많이 나서 잘 안 쓰니까.” 최근 논란이 된 안경모양 제품은 더 이상 갖다놓지 않는다고 했다.

용산전자 상가의 ㄴ전자에서 몰카 제품 소개를 부탁하자 다양한 물건이 쏟아져나왔다. 이동식저장장치(USB)부터 안경, 넥타이, 단추, 만년필, 보조배터리, 라이터, 모자까지….휴대 가능한 제품이면 무엇이나 몰카로 변신하는 듯했다. 가격은 10만원대부터 40만원대까지 다양하다. 찍은 영상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은 가격이 더 비싸다. “제가 보기엔 이 제품이 최고예요.” ㄴ전자 사장은 납작한 카드식 캠코더를 추천했다. “HD(고화질·High Definition) 영상으로 촬영이 되는 데다 지갑에도 넣을 수 있고 휴대전화 케이스에도 넣을 수 있거든요.” 렌즈가 노출되도록 조그만 구멍이 뚫린 명함지갑은 ‘덤’으로 제공된다.

시중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위장형 카메라. 왼쪽부터 자동차 마스터키, 안경, 이동식저장장치(USB), 만년필 모양 카메라.최미랑 기자

직원은 카메라를 어디에 쓸 지는 묻지 않았다. 일종의 몰카 판매시 사용처를 묻는 것은 ‘금기사항’이라고 한다. 다만 어떻게 쓸 지는 친절하게 설명해 주었다. “절대 이게 몰카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명함지갑이라고 생각하세요. 다른 사람들은 모르고 있다는 걸 믿어야해요. 먼저 지갑을 열어서 명함을 하나 건네요, 그럼 상대방은 ‘이건 명함지갑이야’ 생각하고 의심을 않을 거라고. 자연스럽게 핸드폰과 같이 들고 다니시고요.”

이런 카메라가 많이 팔리는지 묻자 ㄴ전자 사장은 늘어나는 법적 분쟁을 이유로 들었다. “점점 더 많은 분들이 찾죠. 요즘은 기록이 워낙 중요하니까.” ‘몰래 찍었다가 문제가 되면 어쩌죠’ 되묻자 간단한 답변이 돌아왔다. “그건 손님이 판단하셔야 해요. 손님이 결정적 증거를 잡아서 (재판 결과를) 뒤엎을 수만 있다면…. 몰카 때문에 생기는 문제보다 득이 더 크다, 그러면 찍으셔야죠.” 디지털카메라 판매 호황기가 지나고 이제 ㄴ전자의 주 수입원은 블랙박스나 CCTV, 초소형카메라라고 사장은 덧붙였다.

한 초소형카메라 판매사이트의 블로그 광고 캡처.

온라인에서도 온갖 종류의 초소형카메라를 손쉽게 살 수 있다. 옷걸이, 탁상시계, 액자, 화재경보기, 벽 스위치 등으로 위장해 실내에 부착하는 제품도 있고, 담배케이스, 블루투스이어폰 등 휴대용 제품도 꾸준히 새롭게 나온다. 가격은 기능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40만원을 넘지 않고, 구매에는 제약도 주의사항도 따라붙지 않는다.

세운상가에는 ‘몰카’를 도박장비, 비아그라, 흥분제 등과 함께 취급한다고 광고하는 곳도 있다. 계단에서부터 입간판이 떠들썩한데 찾아가보면 조그맣고 텅 빈 방에서 판매원이 사람을 기다리는 식이다. 한 업체에 ‘위장형 카메라를 사러 왔다’고 문의했더니 “없어요. 우리는 허가인증받은 CCTV밖에 없어요.”라며 손을 휘휘 저었다. 비슷한 유형의 다른 업체에서는 입간판을 찍는 기자에게 주인이 뛰쳐나와 “왜 찍냐”며 “사진을 당장 지우라”고 삿대질을 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서울 종로구 세운상가에 세워진 입간판.

더 많은 사람들이 위장형 카메라의 존재를 알게 되면 위력은 떨어질까. “여자친구 예린이 안경카메라를 찾아냈잖아요. 이제 사람들이 다 알고 있으니까 쓰기 어렵지 않을까요?” 용산 ㄴ전자의 사장에게 물었다. “어이구, 지금이야 반짝 사람들이 기억하죠? 시간 지나면 다 잊어버려요. 자기를 찍고 있을 거라고 생각도 못하니까요.”

이처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는 초소형 카메라가 디지털성범죄의 주요 수단이 되자 규제 도입을 서둘러야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디지털성폭력대항단체인 ‘DSO(Digital Sexual Crime Out·디지털 성폭력 아웃)’는 정치 스타트업 ‘와글’이 만든 입법 청원 플랫폼 <국회톡톡> 사이트에 ‘몰카 판매 금지법안’ 제안서를 올렸다. DSO는 “해외사이트와 국내사이트에 끊임없이 샤워실, 화장실, 일상생활, 성행위, 성관계, 강간 등 디지털성폭력 영상이 올라오고 있다”며 초소형 카메라 구매에 대한 전문가 제도를 만들고, 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초소형 카메라를 소지하는 것을 불법으로 하는 법안을 만들어줄 것을 촉구했다. 10일 오후 현재 1만2000여명이 이 제안에 참여했다.

성범죄 피해자를 주로 대리하는 임주환 변호사는 “기술발전의 속도나 각종 해킹앱 등의 등장을 감안하면 구매와 판매의 규제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카메라 등 이용 촬영죄는 재범률이 높기 때문에 법원이 무거운 판결을 내려 범죄 발생을 막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최미랑 기자 r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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