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빅스비·알렉사.. AI 이름에 숨겨진 공식

김수미 입력 2017.04.10. 17:47 수정 2017.04.12.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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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스비, 알렉사, 왓슨, 시리, 지니, 팅커벨…’

글로벌 ICT(정보통신)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대화형 인공지능(AI) 인터페이스(UI)들의 이름 또는 호출어(trigger)이다. 대부분 흔히 들어본 외국인의 이름 같지만, 그 속에는 언어학적 규칙과 사회학적 고려, 브랜드 자부심 등이 복합적이고도 함축적으로 반영돼 있다.

11일 정보통신 업계에 따르며 삼성전자가 전략폰 ‘갤럭시 S8’에 탑재한 AI 음성비서 ‘빅스비(Bixby)’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외국인 약 1000명을 대상으로 한 공모에서 뽑힌 이름이다.

삼성전자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사장)은 “빅스비는 남성과 여성의 이름 모두 존재해 성(性) 차별이나 구분이 없고,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예쁜 다리 이름과 같아 친숙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X’가 음성인식이 제일 잘 돼 아마존의 AI 비서 ‘알렉사’(Alexa)도 X가 들어갔다”며 “동양사람들에게는 ‘V’ 보다 ‘B’ 발음이 편하다는 것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대부분 AI 비서가 여성이름을 갖게 된 것은 비서의 역할을 여성으로 한정짓는 성차별적 고정관념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알렉사’(아마존), ‘시리’(애플), ‘코타나’(마이크로소프트) 등 대부분 여성 이름이 많은 반면 남성 이름은 ‘왓슨’(IBM) 정도다. 

AI 비서의 이름과 비서를 불러내는 호출어가 다른 경우도 있다. 사람의 호칭을 부르듯 잠자고 있던 기계를 깨우는 호출어는 핵심기능인 ‘음성인식률’과 직결되는 만큼 음성학적인 고려가 상당부분 반영될 수 밖에 없다. ‘ㅊ,ㅋ,ㅌ’ 등 거센소리와 ‘ㄲ, ㄸ, ㅃ’ 등 된소리의 음성인식 정확도가 높아 ‘쎈’ 이름을 가진 AI 비서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개인비서 ‘누구(NUGU)’의 호출명은 ‘팅커벨·레베카·크리스탈·아리아’ 중에 선택할 수 있다. 당초 ‘아리아’를 대표명으로 정했다가 ‘아니야’로 오인식될 수 있어서 인식률이 높은 ‘ㅌ,ㅋ’ 등 거센소리가 들어가고 젊은세대에게 선호도 높은 캐릭터(팅커벨) 이름을 추가했다.

KT의 AI 비서 ‘기가지니(GiGA Genie)’도 호출어를 ‘기가지니·지니야·친구야·자기야’ 중 골라서 쓸 수 있다. 지니는 개인비서로서 요술램프의 ‘지니’처러 명령을 척척 수행한다는 의미를 담았고, 친구야는 친숙하면서도 거센소리가 들어가 인식률이 높다. 크리스탈, 기가지니처럼 음절이 길어질수록 인식률도 높아진다.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 23일(현지시간) 빅스비 발음과 관련해 윌리엄 아이드사르디 미국 메릴랜드 대학 언어학 수석교수의 인터뷰를 인용해 “‘x’ 발음인 [k]와 [s]의 조합은 많은 종류의 언어에서 쓰이지 않는 것”이라며 한국어와 일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도 ‘x’와 ‘b’를 함께 발음하기 위해 한차례 쉬거나 모음을 넣는 방식으로 발음하는 등 한국사람들도 빅스비를 발음하기 어렵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잠자고 있던 기계를 깨우는 호출어는 ‘음성인식 정확도’와 직결되는 만큼 개발사들은 발화자보다는 청자(AI 비서) 입장을 더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회사의 이름이나 중요한 역사 등을 상징적으로 반영한 경우도 있다.

국내에서 의사로 활약하고 있는 IBM의 AI 슈퍼컴퓨터 ‘왓슨(Watson)’은 IBM 초대 회장인 토마스 J. 왓슨의 이름에서 따왔다. IBM의 창사 100주년을 기념하고, 하드웨어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회사로의 성공적인 전환에 창립자의 도전정신을 심기 위해서라고 한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코타나(Cortana)’는 자사의 게임 ‘헤일로 시리즈’에서 주인공을 도와주는 가상비서 캐릭터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구글의 AI 비서 ‘구글 어시스턴트’를 불러낼 때는 ‘오케이 구글(OK Google)’이라고 호명해야 한다. 구글을 서비스명과 호출어에 모두 넣어 브랜드 파워와 자부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AI 비서 작명에 이렇게 많은 고민과 검토를 하는 이유는 예기치 못하게 발음이나 의미 때문에 곤욕을 치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한 ‘시리(Siri)’는 일본어로 ‘엉덩이’를 뜻하는 단어와 발음이 같아 논란이 됐다. 또 자동차 회사인 쉐보레(Chevy)가 출시한 자동차 ‘노바(Nova)’는 스페인어로 ‘가지 않는다’라는 의미를 갖고 있어 스페인어 사용 국가에서 판매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김수미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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