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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 인권①] 싸고 반영구적인 생리컵.."한국에선 왜 못사나요?"

입력 2017. 04. 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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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직장인 신모(29ㆍ여성) 씨는 '그날'이 다가오면 '생리컵'을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생리컵이 생리대보다 훨씬 편하고 위생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어느 업체도 생리컵 판매 및 제조를 위한 허가 신청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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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외품…안전성 이유로 판매 불법
-허가에 2억…“시장성 보장 없어 부담”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4년차 직장인 신모(29ㆍ여성) 씨는 ‘그날’이 다가오면 ‘생리컵’을 사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생리컵이 생리대보다 훨씬 편하고 위생적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판매가 허가되지 않은 탓에 구매할 수가 없다. 친구들은 해외에서 ‘직구’로 구입하지만 신 씨는 이마저도 망설여진다.

신 씨는 “대부분 블로그의 평에 의존해서 상품을 고르는데 일부는 확인되지 않은 부작용을 호소하는 것을 봤다”며 “어떤 제품이 안전하고 좋은 지 알기 쉽지 않다”고 했다. 이어 “우리나라에서 하루 빨리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살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생리컵은 인체에 삽입해 생리혈을 받아내는 여성용품으로 보통 실리콘이나 천연고무로 제작된다. 지난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생리대로 썼다는 저소득층 학생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반영구적인 생리컵이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생리컵은 미국에서 70여년 넘게 사용하는 등 현재 50개가 넘는 국가에서 대중화돼 있다. 그러나 생리컵이 ‘의약외품’으로 지정된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안전성을 이유로 판매가 금지됐다.

생리컵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식약처도 생리컵 제조업체들과 머리를 맞대고 안전 기준 마련에 나섰다. 그러나 소비자가 구입할 날은 여전히 기약이 없다. 현재까지 어느 업체도 생리컵 판매 및 제조를 위한 허가 신청을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생리컵은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데다 한번도 있지 않았던 새로운 제품이다 보니 제품의 안전성 등에 대해 꼼꼼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생리컵 판매 및 제조를 위한 허가 신청서가 접수되면 안전성을 검토해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지만 아직까지 허가를 신청한 업체가 없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첫 허가에 드는 비용에 부담을 느낀 업체들이 눈치만 보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생리컵 판매를 준비하는 A 업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이전에 없었던 물건이기 때문에 임상 실험, 독성 검사 등 생리컵 안전성을 입증하는 작업에 약 2억원이 필요하다”며 “가장 첫 업체가 허가를 받으면 이후 같은 재질로 생리컵을 제작하려는 업체는 그 비용을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이어 “실리콘을 다루는 업체들이 대부분 의약외품을 신고한 적이 없는 영세한 일반제조업인데다 생리컵의 시장성조차 보장되지 않으니 첫 허가에 드는 비용을 감당하기 꺼리는 것”이라고 했다.

비용 부담을 느낀 이 업체는 내년 4월 국내 첫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이달 초 국내 크라우드 펀딩사이트에서 생리컵 출시 작업 비용을 모금받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부담으로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를 목표로 생리컵을 개발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B 생리컵 개발업체 관계자는 “시장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첫 업체라는 이유로 창업단계에서 큰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 돼 시장이 이미 형성된 미국으로 눈을 돌렸다”며 “일부는 업체들끼리 힘을 합쳐 첫 허가 신청을 내면 되지 않냐고 묻는데 임상실험 등 그 모든 정보가 비밀영업자료 급이어서 공유하기가 힘든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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