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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리포트] "일본 죽어라"..일본 워킹 맘의 저주

이승철 입력 2017. 04. 11. 16:14 수정 2017. 04. 11.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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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아이를 둘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제목의 이 글은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신청했다 떨어진 뒤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는데, 그 내용의 신랄함과 아픈 지적으로 정계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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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 아이를 둘 키우고 있다는 한 여성의 글이 인터넷에 올라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라는 제목의 이 글은 보육원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신청했다 떨어진 뒤 그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는데, 그 내용의 신랄함과 아픈 지적으로 정계에서도 큰 화제가 됐다.

"뭐냐 일본. 1억명 모두 활약하는 사회가 아니잖아....어떻게 해, 나는 활약못하는 거잖아...아이를 낳고 키우고, 사회에 나가 일해 세금도 내라면서, 일본 뭐가 불만인거야?...불륜을 해도 좋고, 뇌물을 받아도 좋으니 보육원 늘리란 말야."

"올림픽에 수천억 원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엠블렘 같은 건 어떻게해도 좋으니, 보육원 만들란 말야. 유명 디자이너한테 쓸 돈 있으면, 보육원 만들어줘. 어쩌란 말야, 회사 그만두게 생겼다고."

"아 이 일본...나라가 아이를 못 낳게 하면 어쩌자는 거야. 돈 만 있으면 아이를 낳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엄청 있으니까...국회의원을 반으로 줄여버리면, 재원은 만들어지잖아..."

인구 1억명이 모두 사회에서 일하는 '1억 총활약 사회'를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허언(?)'을 통렬히 비판하고, 2020 도쿄 올림픽 엠블렘이 다른 디자인을 베꼈다는 논란 등을 꼬집으며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고 울분을 토하고 있다.

보육원에 가고 싶어도 가지 못하는 보육원 대기 아동 문제가 갈 수록 심각해지면서 일본은 지난 2013년 '대기아동 해소 가속화 플랜'을 만들고, 2017년까지 대기아동 '제로(0)'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올해 상황을 보면 사실상 이 계획은 물 건너간 분위기다.


요미우리 신문은 5일 도쿄와 전국 주요시를 조사한 결과, 모두 5만 3천 여 명이 보육원 탈락 통지서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비율로 따지면 28.1%에 달한다.

특히 일하는 여성이 많은 도쿄 23개 구 가운데, 9개 구에서는 탈락률이 40%를 넘었다. 이 정도면 가히 보육 대란이라 부를만 하다.

보육원에 신청을 하는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이를 맡기고 직장에 복귀할 '워킹맘'이란 걸 감안하면, 결국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채 보육원을 찾아 헤매야하는 여성이나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을 주저앉게 만든 사회나 모두 큰 손실일 수 밖에 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이 처럼 보육시설이 부족하게된 데에는 역설적이게도 일본 정부가 그렇게 외치던 여성의 사회 참여가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가장 단적으로 이를 보여주는 통계가 맞벌이 세대의 증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일본에서는 전업 주부 세대수가 맞벌이 세대보다 많았지만, 1997년 이후 수가 역전돼, 2015년에는 맞벌이 세대가 1114만 세대에 이르러, 전업 주부 세대보다 배 가까이 많은 걸로 나타났다.

2001년 당시 194만 명이었던 보육원 정원이, 2016년 255만 명으로 61만 명 늘었지만 아이를 맡긴 뒤 일을 찾으려는 수요에 맞출 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초고령사회에 접어든 일본, 그리고 그 뒤를 뒤따르고 있는 한국에서는 사회적, 경제적 활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성 인력의 사회 참여가 큰 과제로 떠올랐다. 하지만 애를 키워줄 곳이 없다면, 이는 그저 공염불에 불가할 뿐이다.

최근 일본 자민당 내에서는 공적보험 형태의 '어린이 보험'을 만들어, 기업과 근로자들을 가입시키고 취학전 아동이 있는 세대에 양육비를 지원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제도가 실제 도입까지 이를지는 미지수지만, 어쨋듯 이러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은 보육 문제가 결국 사회 전체가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 깔려 있다. 그래야 출생률이 올라갈 수도, 여성들이 사회활동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된다.

이승철기자 (neost@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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