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녀석이 훔쳐본다, 여성들 몰카 공포증

하선영 2017. 4. 12. 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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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장배터리·자동차키·펜·안경형
표시 안 나고 최대 11시간 촬영 가능
고화질에 손떨림 방지 기능까지
청소년들까지 인터넷서 쉽게 구해
성범죄 등 악용 점점 늘어나는데
초소형카메라 판매 규제할 법 없어

‘4K급(갤럭시S8과 같은 수준) 고화질 렌즈, 손떨림 방지 기능, 최대 11시간 촬영….’

최신 DSLR 카메라 사양이 아니다. 인터넷몰에서 많이 팔리는 ‘보조 배터리형’ 몰래카메라(초소형 카메라)의 사양이다. 정보기술(IT) 발달과 함께 몰래카메라도 외관과 기능 면에서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몰래카메라가 영상물 불법 유포 등 불법 행위에 오용될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이다. 몰래카메라의 판매·구입과 관련한 제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현재 ‘몰카’ 전문 쇼핑몰에서 팔고 있는 제품들은 외장 배터리형, 스마트워치형, 자동차 열쇠형, 스마트폰 거치대형 등 다양하다. 몰래 영상을 촬영하려면 검은 가방에 카메라를 넣고 렌즈 부분만 구멍을 뚫는 것 같은 과거의 수고가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것이다.
가장 대중적인 ‘뿔테 안경형’ 몰래카메라의 경우 스파이 영화에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 렌즈가 두 안경알 사이 안경테에 내장되어 있다. 외관상으로는 렌즈가 아예 보이지 않는다. 테가 유독 두꺼운 뿔테 안경이면 몰래카메라로 의심하는 수밖에 없다.

몰래카메라 신상품 대부분은 고화질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이를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들은 몰래카메라를 이용해 실제로 찍은 ‘몰카 영상’들을 사이트에 올려두기도 한다. 멀리 있는 건물의 간판 글씨까지도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고화질이다.

UHD 화질로 촬영할 수 있는 ‘자동차 열쇠형’ 몰래카메라는 손떨림 방지 기능도 있다. ‘저조도 촬영 모드’가 있어서 어두운 곳에서도 촬영이 용이하다.

몰래 찍은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도 있다. USB 메모리 기능을 겸하고 있어 컴퓨터로 바로 몰카 영상을 옮길 수도 있다. 외장 배터리형 몰래카메라는 실제로 스마트폰 충전 기능을 겸하고 있다. 대부분의 제품들이 20만원에서 50만원을 호가한다.

몰래카메라는 지난해 9월 말 시행된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법)’ 때문에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다. 위법 현장을 잡기 위한 란파라치(김영란법+파파라치의 합성어, 김영란법 위반자를 쫓는 제보자)가 많이 찾으면서다.

그러나 아직까진 이런 공익적 용도보다는 공공장소에서 몰래 여성들을 촬영하는 등의 성범죄를 목적으로 쓰이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몰래카메라를 파는 쇼핑몰들도 이 같은 목적으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이달 초 트위터·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 “침대 옆에 검정색 스마트폰을 엎어둔 남자친구를 조심해야 한다. ‘외장 배터리형 몰카’일 수 있다”는 글이 1만 회 넘게 스크랩된 것도 많은 여성의 ‘몰카공포증’에서 기인했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몰래카메라를 포털에서 검색하고 구입할 수 있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포털 ‘다음’에서 몰래카메라로 검색하니 제일 상단에 20여 곳의 몰카 전문 쇼핑몰이 나왔다. 이들은 ‘다음’에 ‘프리미엄링크’ 광고비를 지불한 업체들이다. 몰카라고 치니 “청소년에게 적합하지 않은 검색 결과를 제외했다”는 메시지가 나왔다. 그러나 스크롤을 내리니 몰래카메라를 판매하는 쇼핑몰이 버젓이 나온다. 네이버에서도 ‘몰래카메라 쇼핑몰’ ‘히든 카메라’라고 치면 각종 광고성 블로그와 사이트가 나왔다. 서울 용산 전자상가나 종로 세운상가 등 오프라인에서도 몰래카메라를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다. 몰래카메라의 오·남용을 막기 위해서 초소형 카메라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19대 국회 때도 이런 법안이 발의됐지만 발의만 됐다가 임기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됐다. 이달 초 네티즌 1만2000명은 입법 청원 사이트 ‘국회톡톡’에 “초소형 카메라와 관련한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제안을 올렸다. 몰래카메라를 판매하는 사람들과 구매·소지하는 사람들에 대해 엄격하게 자격 심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10일 “급증하는 ‘몰카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관련 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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