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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없이 '성차별 광고', 제작비도 못건진다

이정연 입력 2017. 04. 13. 18:06 수정 2017. 04. 14.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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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conomy | 위미노믹스_소비자 반발로 광고 내리는 기업들

[한겨레]

그래픽_김승미

‘여자니까 봐준다, 여자니까 뒤를 봐준다.’

현대자동차가 선보인 ‘뉴라이즈 쏘나타’의 동영상 광고 중 ‘레이디 케어’의 ‘주행 중 후방 디스플레이’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집어 넣은 문구다. 뒤이어 ‘감각적이지만 운전감각은 서툰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라는 글이 여성 모델 위에 얹혀져 나온다. 12일 오전 공개된 이 동영상 광고를 접한 소비자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광고에 담긴 ‘성차별적 시선’을 지적했다.

“여성이라 봐준다는 말을 쓰면 여성 소비자들이 정말 좋아할거라 생각하는건가?”, “디자인에 신경쓰지만 여성이라 운전감각은 떨어진다는 고정관념, 한 발도 나아가지 않은 마케팅이다.”

여성 운전감각은 떨어진다 하고
성차별 발언해온 모델 쓰고
소아성애적 시선 담았다가
‘욕’ 바가지로 먹고 사과문

세탁기를 남성이 돌리고
남성노인 요리하는 장면으로
긍정적 변화도 없지 않지만
“최상부 임원까지 의식 변화해야”

현대차그룹은 소비자 지적이 있자 이날 오후 이 동영상 광고를 비공개로 전환했다. 현대차 홍보팀 관계자는 “차의 기능을 알리고 설명하는 과정에 있었던 실수였다. 여성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모니터링하고, 지적이 있자 해당 콘텐츠는 삭제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광고·마케팅에 성차별 의식과 성별 고정관념을 강화하는 콘텐츠가 쓰이는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도 소비자 지적을 민감하게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성차별 광고·마케팅 콘텐츠는 하루가 멀다하고 생산·유통되고 있다. 이때문에 “지갑을 열 소비자들이 누구인지, 또 그들의 생각과 기호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기업들이 제대로 인지하고 있지 못하다”는 지적들이 나온다.

기업들은 성차별적 내용을 담은 광고를 올렸다가 부정적인 반응이 감지되면 비공개로 전환하고, 사과문을 게재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 아모레퍼시픽 계열 브랜드 ‘에뛰드’의 한 동영상 광고가 질타를 받았다. 광고 모델은 방송인 전현무였다. 그는 예능 방송에서 “남성들은 여성을 위해주기만 하는데” 등의 발언을 해 시청자들의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에뛰드는 해당 동영상 광고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있자 광고를 내리고 사과문을 게시했다. 휠라코리아는 지난 2015년 3월 공개했던 광고 사진이 소아성애적 시선을 담고 있다는 지적이 최근 빗발치자 지난 10일 사과문을 올렸다. 이 광고 사진은 휠라코리아와 ‘로타’라는 사진작가가 협업해 내놓은 결과물이었다.

소비자들의 꾸준한 지적은 조금씩 기업의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2015년 2월 삼성전자는 세탁기 ‘액티브워시’ 광고를 선보였다. 이 광고 속에서 세탁 같은 가사를 여성이 전담하는 시선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됐었다. 2년 뒤인 지난 3월 신제품 ‘플렉스워시’ 세탁기를 내놓으며 공개한 광고에는 육아를 하며 세탁을 해야 하는 남성 모델의 모습이 나왔다.

처음부터 기업의 철학을 반영해 ‘다양성’을 존중하는 내용을 담는 기업도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이케아코리아는 최근 ‘함께해요, 맛있는 시간’ 캠페인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광고 사진에는 노부부와 젊은 부부 그리고 아이가 등장한다. 주방을 배경으로 한 이 사진에는 남성 노인이 요리를 하는 모습을 담고 있다. 니콜라스 욘슨 이케아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다양성과 포용은 이케아의 중요한 가치이자 문화다. 마케팅에서도 이런 가치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특히 가사일에 있어서 남녀의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긍정적인 변화가 시작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기업의 최상부 임원까지 의식의 변화가 없으면 1회적인 대응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름을 밝히길 꺼린 현직 카피라이터는 “성차별적 내용을 피하고, 이에 대해 주의해야 한다는 의식이 기업과 기업 내 관계자들에게 깊이 인식되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인권 감수성은 광고 제작에서 고려해야 할 것 중 우선순위가 가장 낮다고 보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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