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왜 나만 불행할까.. '카·페·인 우울증'

남정훈 입력 2017. 4. 1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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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된 딸을 둔 워킹맘이자 맞벌이 부부인 박모(35)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카페인 전성시대'가 이어지면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카페인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SNS를 하루에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1.7배나 높다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설문조사를 놓고 보더라도 카페인 우울증을 가볍게 여겨선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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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속 '행복경쟁'.. 처지 비관 늘어

다섯 살 된 딸을 둔 워킹맘이자 맞벌이 부부인 박모(35)씨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볼 때마다 속이 상한다. 자신은 육아와 직장생활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는 것 같은데 SNS 속 다른 엄마들은 달라 보여서다.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 같아요. 여유가 있는 것인지 아이 엄마들끼리 잘 어울리고 아이들도 잘 챙기고요. 집은 또 얼마나 잘 꾸며놨는지… 저는 제대로 하는 것도 없이 아등바등 사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져요.”

타인의 SNS를 보며 불행을 느끼는 박씨 같은 사람들이 적지 않다. ‘카페인 전성시대’가 이어지면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풍경 중 하나다. ‘카페인’은 한국에서 이용률 높은 SNS인 카카오스토리(Kakaostory)·페이스북(facebook)·인스타그램(Instagram)의 첫 글자를 따서 만든 신조어다. 이들 SNS는 요즘 타인과의 관계를 이어주고 확장하는 주요 통로이면서도 자기비하 등 부정적 심리를 유발하는 근원이 되고 있다. 이른바 ‘카페인 우울증’이다.

클릭 한 번으로 시공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쌍방향 소통을 가능케 한 SNS의 장점은 위력적이다. 가족과 친구, 동료 등 아는 사람들과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는 채널로서 관계 유지에 윤활유가 되기도 하고, 독재정권을 무너뜨리는 시민혁명의 일등공신 역할도 한다. 

그러나 빛이 강하면 그림자도 짙듯이 SNS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카페인 우울증이 대표적이다. SNS상에 올라 있는 타인의 행복한 일상을 지켜보며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심리를 이른다.

SNS를 하루에 1시간 이상 사용하는 사람은 그러지 않는 사람에 비해서 우울증을 겪을 확률이 1.7배나 높다는 미국 피츠버그대학의 설문조사를 놓고 보더라도 카페인 우울증을 가볍게 여겨선 곤란하다.

SNS는 어느덧 서로의 행복을 경쟁하는 장이 되었다. 경쟁적으로 호화스러운 레스토랑에서의 식사나 명품 쇼핑, 해외여행 사진 등을 올린다. ‘내가 더 행복하다’, ‘남보다 더 행복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식의 강박증 환자 같다. ‘좋아요’나 댓글은 행복의 척도다. 댓글이나 좋아요 수가 적으면 의기소침해지고 수시로 SNS를 들락날락하며 타인의 반응에 일희일비한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공허함과 피로감이 커지고, 결국 우울증까지 앓게 된다. 카페인 중독이 만든 서글픈 풍경이다.

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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