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불꽃 튀는 佛 대선.. 쏟아지는 가짜뉴스가 막판 변수

김선엽 기자 2017. 4. 19.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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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1차투표.. 4명 후보 접전]
"마크롱 캠프 돈줄은 사우디" "르펜 캠프 자금줄은 대마초"
가짜뉴스 소셜미디어로 확산.. 40% 부동층 선택 좌우할수도
후보들 '가짜 뉴스 차단' 비상

"사우디아라비아가 마크롱 후보 캠프의 재정 30% 이상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 2월 24일 벨기에 일간 '르수아르(Le Soir)'와 유사한 인터넷 사이트인 'lesoir.info'는 벨기에 사회당원인 필립 클로제를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다음 날 르수아르는 해당 보도를 한 사실이 없다고 공식 발표했고, 클로제 의원도 나흘 뒤인 2월 28일 본인의 트위터에 "전혀 알지 못하는 얘기다. 전형적인 가짜 뉴스(페이크 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해당 기사는 프랑스의 각종 극우 성향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삽시간에 확산됐고, 프랑스 대선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하나인 중도 신생 정당 '앙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40) 대표에게는 '이슬람 테러 조직을 등에 업은 대선 후보'라는 낙인이 찍혔다. 지난달 22일엔 "이슬람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가 마크롱을 지지한다고 공식 선언했다"는 소문이 트위터를 통해 확산됐다. 팩트 체크 전문 사이트인 '크로스체크'의 검증 결과 모두 사실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꽃다발 습격’ 간신히 모면한 르펜 -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 사진 가운데)이 17일 파리 유세장에서 연설하다가 한 여성의 ‘꽃다발 습격’을 받고 몸을 피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페미니스트 단체 소속으로 알려진 이 여성(오른쪽 사진)은 꽃다발로 르펜을 내려치기 직전 경호원에게 저지당한 뒤, 밖으로 끌려나갔다. /더 선(The Sun)·EPA 연합뉴스

대선을 코앞에 둔 프랑스에서 후보들을 겨냥한 가짜 뉴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는 23일 예정된 1차 투표를 앞두고 유력 후보 4명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모두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어 각 캠프에는 가짜 뉴스 비상이 걸렸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9) 대표도 지난달 19일 "(그의 아버지) 장마리 르펜 전 국민전선 대표가 별장에서 키우는 대마초 2000여 그루가 르펜 캠프의 자금줄"이라는 인터넷 매체 '시크릿뉴스'의 가짜 뉴스로 홍역을 치렀다.

‘꽃다발 습격’ 간신히 모면한 르펜 -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 사진 가운데)이 17일 파리 유세장에서 연설하다가 한 여성의 ‘꽃다발 습격’을 받고 몸을 피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페미니스트 단체 소속으로 알려진 이 여성(오른쪽 사진)은 꽃다발로 르펜을 내려치기 직전 경호원에게 저지당한 뒤, 밖으로 끌려나갔다. /더 선(The Sun)·EPA 연합뉴스

극좌 정당 연대인 '프랑스 앵수미즈'의 장뤼크 멜랑숑(66) 후보는 지지율이 오르기 시작한 지난 3월 말부터 "시가 2000만원대의 롤렉스 시계를 즐겨 찬다"는 악성 루머에 시달렸다. 트위터 등엔 "공산주의자 행세를 하더니 위선적이다" 등의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뉴스 채널인 프랑스 TV 앵포가 검증한 결과, 문제가 됐던 시계는 시가 20만원 정도인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1일엔 아내와 자녀를 가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피용 후보가 결국 법정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는 내용의 가짜 뉴스가 나오면서 피용과 사법기관 간 결탁설까지 돌았다. 그러나 피용의 유죄 여부는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앞서 지난해 11월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알랭 쥐페(72) 전 총리가 프랑수아 피용(63) 전 총리에게 압도적 표차로 패했을 당시에도 프랑스 언론들은 "쥐페가 가짜 뉴스의 희생양이 됐다"고 분석했다. 후보 경선 직전 "(쥐페가) 시장을 지낸 보르도시에 거대한 이슬람사원을 지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소셜미디어에서 돌아 쥐페가 표를 크게 잃었다는 것이다.

‘꽃다발 습격’ 간신히 모면한 르펜 - 프랑스 극우 정당 ‘국민전선’의 대선 후보 마린 르펜(왼쪽 사진 가운데)이 17일 파리 유세장에서 연설하다가 한 여성의 ‘꽃다발 습격’을 받고 몸을 피하고 있다. 좌파 성향의 페미니스트 단체 소속으로 알려진 이 여성(오른쪽 사진)은 꽃다발로 르펜을 내려치기 직전 경호원에게 저지당한 뒤, 밖으로 끌려나갔다. /더 선(The Sun)·EPA 연합뉴스

프랑스는 지난 1월 대선을 앞두고 구글과 페이스북 등과 공동으로 가짜 뉴스 확산을 막기 위한 방안을 마련했다. 프랑스 전체 인구의 35%인 2400만명이 이용하는 페이스북은 지난 2월 6일 가짜 뉴스를 뿌리 뽑기 위해 AFP통신, 르몽드 등 8개 프랑스 유력 언론과 협력 시스템을 구축했다. 특정 기사에 대해 8개 매체 중 2곳 이상이 '가짜'로 의심하면 해당 기사에 "논쟁의 여지가 있다"고 표시된다. 페이스북도 지난 13일 "가짜 뉴스를 배포한 것으로 확인된 프랑스 계정 3만개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가짜 뉴스의 기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대선 후보들은 앞다퉈 공식 홈페이지에 '팩트 체크'란을 별도로 만들어 대처하고 있다. 일간 르피가로는 "선거일을 며칠 앞두고 쏟아질 가짜 뉴스들이 40%에 이르는 부동층의 선택을 좌지우지할 가능성이 커 후보들이 가짜 뉴스 차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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