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걸어서 지구 한 바퀴 20년 여정.. 칼 부쉬비

김철오 기자 2017. 4. 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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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부쉬비. 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방송화면


두 발로 지구를 굴리는 남자가 있다. 영국인 칼 부쉬비(48). 그는 지금 손수레를 끌고 지구를 한 바퀴 도는 중이다. 1998년 남극과 가까운 칠레 푼타아레나스에서 출발해 미주 대륙을 종단했고, 미국 알래스카와 러시아 시베리아 사이 베링해협을 걸어서 건넜다. 

2017년 4월 19일 현재 유라시아대륙을 횡단하고 있다. 목적지는 영국. 유라시아대륙의 서쪽 끝이다. 출발할 때 20대 청년이던 그는 이제 50대를 앞둔 중년이 됐지만 20년째 이어온 행군을 멈추지 않고 있다.

1. 칼 부쉬비는 누구인가

부쉬비는 1969년 3월 30일 영국 동부 킹스턴어폰헐에서 태어났다. 영문명은 Karl Bushby. 한때 군인이었다. 16세 때 영국 공수부대에 입대했다. 하지만 언어장애를 가진 군인은 진급할 수 없어 12년 만인 1997년 제대했다. 그 사이 이혼의 시련도 경험했다.

아버지 케이스 부쉬비는 영국 육군공수특전단(SAS) 요원이었다. 군에서 청년기를 보냈고, 지금은 탐험가로 살아가는 부쉬비의 인생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아버지는 영국 서남부 해리퍼드 집에서 부쉬비의 여정을 지원하고 있다. 해리퍼드는 영국 SAS 본부가 있는 도시다.

칼 부쉬비의 이동 경로


2. 왜 걸어서 세계일주를 시작했는가

부쉬비는 15세 때 난독증 판정을 받았다. 글을 정확하게 읽지 못하거나 철자를 정확하게 쓰지 못하는 증상으로 언어장애의 한 유형이다. 10대에 학업 대신 입대를, 20대에 군인에서 탐험가로 변신을 선택한 부쉬비의 극적인 인생 반전은 장애에서 비롯됐다.

그는 좌절과 시련뿐인 삶에서 달아나고 싶었다. 극한의 고통 속에서 스스로를 시험하고 싶었다. 그렇게 걸어서 지구 한 바퀴 일주를 시작했다. 1998년 11월 1일 영국 런던 서튼에서 대서양을 가로질러 비행기로 날아가 도착한 푼타아레나스는 20년 장도의 시작이었다. 당시 그는 29세였다.

칼 부쉬비가 짐을 실어 끌고 있는 손수레. 2015년 2월 5일 트위터 사진


3. 걸어서 지구 한 바퀴… 3만6000마일 대장정

부쉬비는 짐을 실은 손수레를 끌며 걸어서 전진하고 있다. 남극 탐험가·과학자의 거점 도시인 칠레 남쪽 끝 푼타아레나스에서 북극권 알래스카까지 미주 대륙 서해안을 따라 종단했다. 이제 유라시아대륙을 동쪽 끝에서 서쪽 끝까지 횡단하고 있다. 이 여정을 직행 노선으로 측정하면 3만6000마일(5만7936㎞)이다. 지구 한 바퀴 둘레(4만6250㎞)를 넘는 거리가 된다.

부쉬비는 행군을 시작하고 3년 만인 2001년 남미에서 북중미로 진입하는 파나마에 도착했다. 알래스카에서 미주 대륙 종단을 마친 시점은 다시 5년이 지난 2006년이었다. 그 사이 북중미 열대림에서 맹수와 모기를 피해야 했고, 수레를 허리에 메고 미국 로키산맥을 넘어야 했다. 콜롬비아 반군을 만나지 않기 위해 현지인 노동자처럼 위장한 적도 있었다.

이런 부쉬비의 여정이 내셔널지오그래픽에 소개되면서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 그는 가는 곳마다 만난 사람들로부터 허기를 채울 음식과 따뜻한 숙소를 제공받을 수 있었다. 아버지의 지원과 기업 후원, 방송 촬영으로 여행 자금을 모았지만, 때로는 아이스크림을 팔고 청소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먹을 것이나 잘 곳을 구했다.

여정의 백미는 단연 배링해협 도보 횡단이었다. 부쉬비는 걸어갈 수 없는 바다를 프랑스의 탐험가 드미트리 키에퍼의 도움으로 14일 만에 건널 수 있었다. 육로 93㎞, 빙하지대 240㎞를 이동한 행군이었다. 기록으로 남은 인류사에 배링해를 도보로 건너간 사람은 부쉬비가 처음이다.

오랜 시간 길을 걸으면 동행인과 후원자가 따라온다. 칼 부쉬비는 여정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트위터에 공개했다.


4. 현재 몽골에서 체류 중

부쉬비는 2006년 4월 1일 베링해에 인접한 러시아 서쪽 끝 추코트카주에 도착했다. 뜻밖의 시련이 발목을 잡았다. 입국심사였다. 부쉬비는 공인할 수 있는 비자가 없다는 이유로 체포돼 2주 동안 억류됐다. 영국 공수부대 출신인 이력은 그를 간첩으로 오해하게 만들었다.

여정은 이때부터 길어졌다. 추코트카주 법원은 같은 달 14일 부쉬비에게 2000루블(약 4만원)의 벌금을 매기고 추방했다. 러시아 정부는 부쉬비에게 90일, 적게는 30일짜리 비자만 허락했다. 이로 인해 비자 기간이 만료될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해외로 나가 재승인을 받고, 걸음을 멈춘 지점으로 다시 돌아가 출발하는 번거로운 여정을 이어가고 있다. 11년 지난 지금까지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이유다. 비자 재승인을 위해 떠나는 나라는 주로 멕시코다.

부쉬비의 마지막 근황은 몽골에서 전해졌다. 고향인 킹스턴어폰헐 지역 매체 ‘헐 데일리메일’은 지난 6일 부쉬비가 러시아 국경을 넘어 몽골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부쉬비와 마지막으로 교신한 아버지는 “아들이 영하 20~40도의 혹한을 텐트 하나로 버티고 있다. 몽골에서 1년짜리 비자를 취득하기 위해 협상 중”이라고 밝혔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칼 부쉬비

칼 부쉬비 트위터: https://twitter.com/bushby3000
내셔널지오그래픽 특집: https://goo.gl/nJSskE
영국 헐데일리메일 기사: https://goo.gl/gRVc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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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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