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법조 업&다운](74) 홈플러스 경품광고 과징금, 김앤장 꺾은 봄

정준영 기자 입력 2017.04.19.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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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품행사로 모은 고객정보를 돈벌이에 이용하다 과징금에 형사처벌까지 받을 위기에 처한 홈플러스를 위해 김앤장이 구원투수로 나섰지만 소형 로펌 법무법인 봄에 패했다.

대법원 3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홈플러스 측이 “과징금 4억3500만원을 취소하라”며 공정거래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7일 확정했다.

홈플러스는 2011년 8월~2014년 6월 12차례에 걸쳐 경품행사를 열었다. ‘홈플러스가 올해도 10대를 쏩니다’, ‘새해맞이 경품대축제, 홈플러스에서 다이아몬드가 내린다’, ‘그룹탄생 5주년 기념, 가을 愛 드리는 경품대축제’....

자동차, 다이아몬드, 순금 등의 경품을 추첨으로 준다는 홈페이지, 영수증, 전단지 광고에 적게는 51만여명, 많게는 81만여명의 고객이 응모했다. 매장에 가지 않거나 물건을 사지 않고도 응모할 수 있지만, 개인정보 수집 등에 동의하지 않으면 추첨에서 제외되는 경품행사였다.

홈플러스는 경품행사로 712만명 고객의 주민등록번호, 휴대전화번호 등 개인정보를 모았고, 그 중 600만건을 국내 보험사들에 119억여원을 받고 팔았다. 경품을 꿈꾼 고객들의 개인정보는 건당 2000원짜리 상품이 된 셈이다.

보험사 등 제3자에게 해당 정보가 제공되며 고객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은 광고에 담기지 않았다. 공정위는 “고객 감사 차원에서 경품을 제공하는 것처럼 소비자를 기만했다”며 표시광고법 위반을 이유로 2015년 5월 홈플러스 및 계열사 홈플러스스토어즈(옛 홈플러스테스코)에 과징금 총 4억3500만원을 부과하고, 유사 광고를 금지하는 시정명령을 내렸다. 홈플러스는 이에 불복하고 2015년 6월 소송을 냈다.

◆ 김앤장 “소비자 속인 것 아니다, 위법한 과징금” 주장했지만 줄패소

김앤장 법률사무소의 박익수(왼쪽부터), 양대권 변호사./김앤장 홈페이지 캡쳐

홈플러스 측은 김앤장을 대리인으로 선임했다. 김앤장에선 판사 출신 박익수(55·사법연수원19기), 양대권(45·연수원26기) 변호사 등이 나섰다. 박 변호사는 법복을 벗은 뒤 공정위에서 협력심판담당관 등으로 일한 경력이 있으며 양 변호사는 법원 재직시 서울고법에서 공정거래 사건을 전담한 바 있다.

김앤장은 원심에서 “공정위 처분은 홈플러스의 절차적 방어권을 침해하는 등 하자가 있어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위법이 의심될 경우 심사를 거쳐 심의, 의결을 통해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부과 등 시정조치를 내린다.

김앤장은 공정위가 심사·심의 과정 때 문제 삼던 행위와는 다른 내용으로 최종 처분을 내렸고, 그 과정에서 사전에 서면으로 통지하거나 의견을 진술할 기회조차 주치 않았다고 강조했다. ‘고객정보를 팔아 돈을 챙겼다’고 문제 삼더니 종국에는 ’고객정보를 팔면서 제대로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불이익 처분을 정해 제대로 다퉈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심사단계에서 경품행사 응모 고객들의 개인정보를 보험사들에 판매(개인정보 제3자 ‘유상제공’)한다는 사실을 숨긴 채 고객 사은행사 일환으로 실시하는 것처럼 광고한 행위는 기만에 해당하는 표시·광고라고 지적했다. 홈플러스는 광고에서 고객 정보 활용에 대해 고지하지 않았지만 응모권에서는 ‘1mm 크기 글자’로나마 다뤘다. 공정위가 사건을 다룰 당시 홈플러스 측은 전단지와 응모권을 연결해 하나의 광고로 봐야한다고 방어했다.

공정위가 의결을 거쳐 최종 과징금을 매긴 사유는 개인정보 제3자 ‘제공’을 광고에서 누락했다는 점이었다. 홈플러스는 광고야 어쨌든 경품응모자가 고지사항을 접했으니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으나 광고 자체가 문제된 것이다.

원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이동원)는 “공정위 처분은 새로운 행위 내용을 추가해 인정한 것이 아닌 응모권 부분을 제외하고 축소해 인정한 것이고, (홈플러스가)심사·심의 단계에서 응모권 부분에 치중해 방어함으로써 다른 광고수단에 관해 충분히 의견을 진술하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방어의 기회가 주어졌던 이상 절차적 방어권이 침해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앤장은 고객들이 경품 혜택을 누릴 뿐인 ‘공개현상경품’ 광고이기 때문에 제3자 개인정보 제공 여부를 표시해야 할 제재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거나, 실제 응모과정에서 응모권에 적힌 개인정보 수집·제공 사실을 알게 되므로 소비자를 기만한 것이 아니라고도 주장했다. 또 공정위가 과징금을 산정하면서 보험사에 고객정보를 넘기고 챙긴 돈뿐 아니라 경품행사로 꾀어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부터 거둔 매출도 고려하는 등 처분이 과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고 대법원도 “‘기만적인 광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광고 그 자체를 대상으로 판단하면 되고,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광고가 이뤄진 후 소비자가 알게 된 사정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면서 “원심 판단은 정당하고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결했다. 공정위 사건은 서울고법과 대법원 2심제로 진행된다.

◆ 봄 “광고로 이미 속여, 적법한 처분”···김앤장 형사사건도 고배

공정위는 법무법인 봄을 선임했다. 김민우(42·연수원34기) 변호사가 원심부터 사건을 맡았고 상고심에는 최서현(28·변시5회) 변호사도 합류했다. 봄은 김철식(47·연수원33기)·양규응(45·연수원33기)·김민우 변호사 등 법무법인 세종 출신 변호사들이 의기투합해 세운 변호사 10명 규모의 소형 법무법인이다. 수험가에서 민사법 강사로도 주목받는 송영곤(51·연수원30기) 변호사가 대표를 맡고 있다.

봄은 공정위 처분이 적법하게 이뤄졌음을 강조했다. 심사보고서는 심의·의결에 앞서 작성되는 보고서에 불과할 뿐 공정위는 이를 바탕으로 적법한 심의 절차를 거쳐 사실관계를 구체적으로 파악한 뒤 최종 의결을 하게 돼 심사·심의단계에서 문제 삼았던 행위가 곧장 최종 의결에서 인정되는 행위내용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꿍꿍이가 숨은 경품행사를 마주하는 소비자의 입장도 담아냈다. 경품행사가 아무런 대가없이 이뤄지는 단순 사은행사인지, 보험사 등에 넘길 개인정보를 수집한 대가로 추첨을 통해 경품을 나눠주는 것인지는 거래조건의 핵심적인 사항이라는 것이다.

법무법인 봄의 김민우 변호사./법률신문 법조인대관

공정위 측은 또 응모권에 고객정보 제공이 고지되어 있다한들 광고 게재 시점에서 이미 고객을 속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에도 잘못된 광고에 이끌린 소비자가 실제 물건을 사러 갔다가 뒤늦게 이를 알아채더라도 이미 소비자를 현혹한 문제점은 사라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다.

공정위 측은 설령 과징금 부과대상에 해당하더라도 산정기준이나 감면대상 여부를 확인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홈플러스 측 주장도 깨뜨렸다. 과징금 산정기준인 경품행사 광고로 거둔 매출액에는 보험사에 고객정보를 넘기고 직접 벌어들인 매출 외에 해당 광고를 보고 매장을 찾은 고객들로 인한 매출도 포함되고, 정확한 금액을 계산할 수 없는 경우이니 법에 따라 정액과징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또 홈플러스가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수집 정보를 폐기하거나 사과하는 등 피해회복을 위해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만큼 감면대상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원도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고, 홈플러스 측 주장은 모두 이유 없다”면서 공정위 주장에 전적으로 수긍했다.

한편 홈플러스는 부정하게 개인정보를 수집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형사재판에도 넘겨졌다. 형사사건의 경우도 김앤장이 판사 출신인 김성욱(48·연수원25기) 변호사와 김장훈(43·연수원31기) 변호사를 주축으로 1심부터 줄곧 변호했다. 상고심 변호인단에는 대법관 출신인 손지열(70·사법시험9회) 변호사도 이름을 올렸다. 1·2심은 모두 무죄로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형사사건도 유죄 취지로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대법원 관계자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로부터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보호하고자 하는 개인정보보호법의 입법목적과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로부터 소비자의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보호하고자 하는 표시광고법의 입법목적 및 관련 법률 종합의 입법취지를 충분히 고려한 판결”이라면서 “향후 개인정보 보호 및 소비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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