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세계일보

[일상톡톡 플러스] 소득 늘어나도 출산율 줄어드는 '진짜 이유'

김현주 입력 2017. 04. 23. 13:02

기사 도구 모음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녀수는 0.8명으로, 하위 20%(1.1명) 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투자 욕구가 더 커져 아이 둘을 낳아 비용을 나누기 보다는 1명의 자녀에 이른바 '올인'하는 양질의 양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소득이 늘었지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게 증가, 결과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애가 1명이면 그래도 맞벌이 할만한데, 애가 둘 이상이면 사실상 맞벌이 어렵다. 돈이 많건 적건 간에, 특히 서민들에게 있어 둘째 낳는 건 경제적으로 상당한 부담이다."(30대 직장인 A씨)

"제대로 된 분만시설이 충분하지도 않으면서 출산만 장려하는 나라, 월급은 그대로인데 내수 활성화 시켜야 한다는 나라, 입시경쟁과 사교육은 방관하면서 인성교육은 강조하는 아이러니한 나라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이다."(40대 주부 B씨)

"아빠도 양육을 같이 할 수 있도록 야근하지 않게끔 하고, 엄마도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면 둘째 아니 셋째도 낳을 것 같다. 양육비 절감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직장 근무조건을 개선하는 게 더 시급하다."(40대 직장인 C씨)
맞벌이 신혼부부가 외벌이 부부에 비해 아이를 덜 낳고, 특히 소득이 높은 가구일수록 아이를 적게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 자녀수는 0.8명으로, 하위 20%(1.1명) 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높을수록 자녀에 대한 투자 욕구가 더 커져 아이 둘을 낳아 비용을 나누기 보다는 1명의 자녀에 이른바 '올인'하는 양질의 양육을 선호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단순히 소득을 높여주기 보다는 양육비를 줄여주는 정책이 출산율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23일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의 '소득이 증가하는데 출산율이 감소하는 까닭은?-저출산의 경제학'이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국가 경제는 전보다 급성장했음도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도 별반 다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이 늘었지만 자녀 양육에 들어가는 비용이 더 크게 증가, 결과적으로 가구당 자녀 수가 감소하는 것이다.

◆소득 높을수록 1명의 자녀에게 더 집중 투자한다

송 교수는 199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게리 베커 시사코대학교 교수의 모형을 들어 이 같은 저출산의 경제학을 설명했다. 베커는 인구변화의 고전적 이론인 ‘맬서스의 인구론’과 자연선택으로 유명한 ‘다윈의 진화론’ 등을 종합해 가구의 출산에 대한 경제모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학자다.

베커는 2가지 이론을 결합해 부모가 몇 명의 자녀를 출산할지 결정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경제적 능력과 자녀 양육 비용을 고려해 자질과 능력이 뛰어난 자녀를 낳고 싶어한다는 점에 주목했다.

경제적으로 볼 때 만약 자동차 2대를 사려고 한다면 첫번째 자동차는 고급 외제 승용차를, 두번째 자동차는 비교적 저렴한 중고 소형차를 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부모들은 모든 자녀들의 자질이 뛰어나기를 바라는 만큼 첫째는 우수하게, 둘째는 열등하게 자라길 원하진 않는다.

가구 소득이 증가하고 있는 한 자녀만을 둔 부모는 둘째를 낳고 싶지만, 경제적 여유가 생긴 만큼 지금의 자녀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길 것이다.

◆"출산율-가구소득 비례할까?"

여기서 문제는 자녀 1명을 더 낳고 싶으나, 그 자녀에게도 기존 자녀와 똑같이 투자해야 한다는 데 있다. 당연히 자녀 수의 증가는 경제적 부담을 초래할 수 밖에 없다.

반면 자녀 수가 줄어들면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전체 비용은 하락한다. 이 때문에 부모는 자녀를 더 낳지 않고 “하나만 낳아 잘 키우자”면서, 기존 자녀의 자질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집중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를 적용한다면 우리나라 가구의 육아비용이 증가하고 출산율이 하락하는 현상은 가구소득이 증가하면서 자녀의 자질을 높여주기 위한 부모의 투자 수요 증가가 반영된 결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송 교수의 설명이다.

이는 통계 수치로도 입증된다. 지난해 통계청이 공공 인구·주택통계와 민간 신용정보회사의 부채·신용 통계를 연계해 내놓은 '신혼부부 통계'를 보면, 고소득일수록 한 자녀 비중은 높았지만 두 자녀 이상 비율은 낮았다.

2014년 소득 기준 상위 20%를 뜻하는 5분위 출생 자녀 수는 0.8명으로, 1분위(하위 20%) 1.1명 보다 적었다.

정리하자면 가구 소득을 늘려 고소득층으로 진입하게 하기 보다는 중저소득 가정도 아이를 기르는데 경제적 부담이 너무 크지 않도록 양육 비용을 줄여주는 편이 출산율 제고에는 더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보고서는 "출산율 제고를 위해 가구소득을 높여주는 정책은 별 효과가 없다"면서도 "양육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정부의 자녀양육 정책이 마련된다면 출산율 반등이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포토&TV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