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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국내 사육곰들 '중성화' 수술 받은 이유는

강찬수 입력 2017.04.25. 11:33 수정 2017.04.28.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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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가에서 웅담 채취해 소득 올리려고 수입
80년대 중반 국제협약으로 웅담 수출 막혀
2005년 전국 1454마리까지 불어나 '골치'
정부, 사육곰 안 늘도록 중성화 수술 지원
곰 660마리 수술.. 3년째 새끼 안 태어나
충남 당진의 한 곰사육장에서 곰이 철창 사이로 발은 내밀고 있다. [중앙포토]
비좁은 우리에 갇힌 채 음식쓰레기로 연명하며 웅담 채취를 위해 도축될 날만을 기다리는 국내 사육 곰들. 국내외 환경단체들이 동물 학대의 대표 사례로 거론한다. 이들 사육 곰이 국내에 수입되기 시작한 지 36년 만에 더 이상의 번식을 막기 위한 '중성화' 수술이 완료됐다. 사육 곰들은 지난 1981년부터 번식을 통해 재수출해서 농가 소득을 올릴 목적으로 수입됐다.

녹색연합은 25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난달 말 환경부가 국내 36개 곰 사육농가 중 마지막 농가와 합의해 중성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별도의 보도자료를 내지 않았다.

암·수컷 모두에게 실시하는 중성화 수술은 정부와 환경단체·농가 등의 합의로 2014년 시작됐다. 이번까지 모두 967마리가 수술을 받았다. 중성화 수술에 응한 농가에는 곰 한 마리당 420만원을 정부가 지원했다.
충남 당진의 한 곰 사육장. [중앙포토]
사육 곰 중 일부는 도축되고, 일부는 사육 곰에서 전시관람용으로 전환됐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에 남아있는 웅담 채취용 사육 곰은 모두 660마리로 파악되고 있다. 중성화 수술이 이뤄진 영향으로 2015년 이후에 태어난 사육 곰은 없다.

사육 곰은 지난 81~85년 모두 493마리가 국내에 수입됐다. 곰을 키워 도축해 웅담을 채취하고 웅담을 수출해 농가의 소득을 올릴 계획이었다. 수입된 곰이 새끼를 낳으면서 숫자가 불어났으나 80년대 중반 멸종위기 야생 동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국제협약이 체결되면서 곰 수출이 불가능해졌다.

농가에서는 웅담 채취를 위해 곰을 도축할 수 있도록 요구했고, 이에 정부는 25년 이상 된 곰에 대해서만 도축을 허용했다. 이런 사이에 국내외에선 열악한 사육 환경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사육 곰 숫자가 최고조에 이른 2005년엔 국내 93개 농가에서 1454마리를 사육했다 .
곰 사육 농민이 농사가 처한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중앙포토]
현재는 곰이 태어난 지 10년이 지나면 도축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됐다. 하지만 웅담 수요가 줄어 사육농가의 어려움은 계속됐고, 결국 2014년 중성화 수술에 합의했다.

하지만 아직도 도축을 기다리는 660마리 사육 곰의 문제가 남아있다. 환경부 노희경 생물다양성과장은 "모든 곰의 DNA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된 상태다. 앞으로도 사육 곰에 대한 모니터링은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녹색연합 배제선 자연생태팀장은 "30년 이상된 낡은 사육시설은 곰 우리의 철근이 삭아 곰들이 쉽게 탈출할 수 있다. 안전 확보를 위해 시설보완 등 농가에 대한 추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연합과 함께 국내 사육 곰 문제 해결에 노력해온 국제동물보호단체 '세계동물보호'(World Animal Protection, WAP)는 중성화 사업을 완료한 데 대해 한국 정부와 녹색연합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WAP 야생동물 캠페인 매니저 카란 쿠크레자는 "한국의 성과는 매우 중요하고 의미 있는 결과다. 끔찍한 환경에 놓여있는 전 세계 많은 멸종위기 야생동물 문제 해결에 국제적 귀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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