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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출산 중 태아사망 의사 금고 8개월 선고에 의사들 반발

백수진 입력 2017. 04. 28. 18:14 수정 2017. 04. 28.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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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법 이달 초 산부인과 의사에 실형선고
태아 심박동수 감지기 뺀 사이 사망
의사회 "힘든 환자 편하게 해주려한 것" 반박
환자단체 "의사 과실 결코 가볍지 않다" 환영
산부인과는 분만 과정에서 의사가 산모와 태아 등 두 사람의 생명을 다루기 때문에 의료분쟁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이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중앙포토]
출산 중 태아 사망사고에 대해 법원이 담당 의사에게 실형을 선고하자 산부인과 의사들이 집단 반발하고 있다.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이하 의사회)’는 29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 모여 항의 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들은 “위험한 수술을 하다 보면 사고가 생길 수 있는데 의사를 처벌하면 누가 그런 일을 하겠느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단은 이달 6일 인천지방법원이 40대 산부인과 전문의에게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해 8개월의 금고형을 선고하면서다. 산모 A씨는 2014년 11월 24일 오후 10시 인천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 출산을 위해 입원했다. 분만이 잘 안 되자 다음날 오전 6시께 산부인과 전문의가 옥시토신(자궁수축 호르몬)을 투여해 유도분만을 시도했다.

오후 2시 30분 진통이 시작됐고 두 시간 여 지나 무통주사를 놓았다. 그 때까지 태아의 심박수가 정상이었다. 의사는 환자의 배를 누르고 있던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NST) 벨트를 제거하고 자리를 비웠다. 오후 6시 산모가 통증을 호소해 상태를 확인했더니 태아가 자궁 내에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의사의 판단으로 ‘태아 심박동수 검사 감지기’를 제거했다면 기계가 아닌 의료진의 지속적이고 빈번한 상태 체크가 요구되는 상황이었다”며 “피고인이 산모의 상태 및 심장 박동수를 지속적으로 세심하게 관찰했다면 빠른 제왕절개 수술 등으로 태아가 사망에 이르지 않았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금고형을 판결했다.

그 뒤 의사들의 반발이 시작됐다. 의사회는 지난 19일 성명서에서 “산모가 너무 힘들어해서 한 시간 남짓 쉴 수 있도록 모니터링 벨트를 뺐고 그 사이에 태아 사망이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 성동구의 ‘호아맘 산부인과’ 강병희 원장은 “진통 초기에 30분 간격으로 심박수를 측정하는 것이 의학적으로 권고되긴 하지만 절대 기준은 아니다. 환자의 편안함을 우선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사의 소신 진료를 무시하고 책임만 묻는다면 누가 아이를 받으려고 하겠느냐”고 주장했다.

여기에 의사단체도 가세했다. 전국의사총연합 최대집 상임대표는 “환자 사망은 산부인과뿐 아니라 모든 과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의사가 최선을 다 했는데도 과실을 따져 실형을 살게 한다면 고위험 의료행위를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소비자시민연대 강태언 사무총장은 “환자에게 휴식을 주었다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실형을 선고 받은 점은 안타깝지만 그 상태에서는 아이가 숨지지 않았더라도 뇌 손상 가능성이 커 의사의 과실이 가볍지 않다”며 “늘 약자인 환자 입장에서 보면 의미있는 판결”이라고 말했다.

안기종 환자단체연합회 회장은 "의료사고 관련 형사 사건의 경우 환자가 증거를 찾아 입증하기가 민사소송보다 훨씬 힘들다. 그러다 보니 의사가 주로 벌금형 정도만 받거나 집행유예로 나와 의료행위를 계속한다"며 "예방가능한 사고마저도 너무 가볍게 처벌하다보니 문제가 반복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1심 재판을 두고 의사들이 집단행동하는 게 무섭다. 환자에게 위압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분만사고 때 의사에게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경우는 더러 있었지만 실형 선고는 아주 드문 편이다. 의료전문 윤태중 변호사는 “상대적으로 과실이 분명한 사례도 민사적 배상으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형사사건으로 기소되고 실형까지 선고 받은 이번 사건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백수진 기자 peck.soo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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