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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그리맘' 만든 박근혜 보육 실책 5장면

박은하 기자 입력 2017. 04. 29. 21:19 수정 2017. 04. 3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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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박근혜 정부 보육실책 5장면|무상보육, 누리과정 대란 등 오히려 저출산 심화시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저출산 정책은 실패로 끝났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소득에 관계없이 만 5세 이하 모든 영유아들에게 보육비 일부를 지원했고, 가정양육수당도 확대했다. 출산과 양육지원 서비스 정책이 통합됐고, ‘누리과정’ 정책도 실시됐다. 그러나 지난해 출생아 수는 역대 최저치인 40만6300명. 전년도보다 7.2% 떨어진 수치다. 합계출생률은 1.17명. 2014년 1.21명에서 2015년 1.24명으로 소폭 반등했다가 1년도 가지 못하고 떨어졌다. 실패의 핵심에는 편 가르고 상처 주는 정책이 있었다.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정책 5가지를 선정했다.

1. 민간 위탁 그대로 둔 무상보육

서울의 한 어린이집에서 2세반 어린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서성일 기자

2013년 3월 1일 소득에 상관없이 영유아(만 0~5세)들에게 보육료 및 양육수당이 전면 지급됐다. 만 0세는 39만4000원, 만 1세는 34만7000원, 만 2세는 28만6000원을 지원받으며 누리과정 대상인 만 3~5세의 경우는 22만원을 받게 됐다. 시설이 아닌 가정에서 양육하는 경우 0세는 20만원, 만 1세는 15만원, 만 2~5세는 10만원의 양육수당이 지급됐다. 박근혜 정부는 대선 공약이었던 ‘무상보육’이 실시됐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무상보육이 이뤄졌다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학부모들은 체육복비, 특별활동비, 체험학습비 등의 명목으로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추가비용을 내야 했다. 비용은 시설마다 10만~70만원 선으로 들쭉날쭉했다. 0세 아동 어린이집 등록이 늘면서 어린이집은 포화상태에 빠졌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절대다수가 사립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2015년 어린이집은 4만2512개로 2000년 대비 2.2배 증가했다. 국·공립어린이집에서 맡는 아동은 11.4%에 불과했다. 영유아의 75.2%가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에 맡겨졌다. 1998년 어린이집 설립요건을 완화해서 어린이집 자체만 우후죽순 생겨난 탓이었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들이 늘어나자 부실 어린이집들은 감당해내지 못했다. 과도한 특별활동비, 어린이집 교사 처우, 어린이집에서의 아동학대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민간에 의존하는 구조를 그대로 두고 돈만 지급한 탓이었다.

2. 무책임의 끝 누리과정 대란

2016년 1월 30일 경기 성남 미금역 사거리에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담은 현수막이 걸려 있다. /최인진 기자

부실 어린이집은 솎아내야 했고, 교사 처우는 개선하고, 더 많은 어린이집을 지어야 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약은 ‘증세 없는 복지’였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중앙정부가 담당하던 만 3~5세 누리과정 예산을 지방 시·도교육청에서 담당하도록 법을 바꿨다. 중앙정부가 덮어놓고 공약을 실시하고 재정이 열악한 지방정부로 예산은 떠넘긴 것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박대출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박근혜 정부가 2014∼2018년 부담해야 할 지원금 총액은 19조2800억여원으로 추산됐다. 2015년에 3조9640억원으로 증가한 뒤 2016년에 4조652억여원으로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3조9559억여원, 2018년에는 3조8782억여원으로 줄 것으로 추산했다.

지방 교육감들은 정부 방침에 반발해 집단행동도 모색하긴 했지만 예산을 편성하는 수밖에 없었다. 결국 지방 교육재정이 줄어드는 사태가 나타났다. 경기 의왕에서 근무하는 유치원 교사 나모씨(25)는 “원래 학부모들에게 안 받던 급식비를 받기 시작했다. 그 전에는 지방교육청에서 지원이 되던 비용이었다. 우리가 울면서 학부모들에게 탄원서도 받고 교육청에 항의하러 간 적도 있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정책의 실패를 ‘무상보육을 요구하는 포퓰리즘’ 탓으로 돌리기 시작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3. 전업맘-직장맘 편 가른 맞춤형 보육

참여연대와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사회단체 회원들이 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보육의 국가완전책임제’ 시행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회원들은 국공립 어린이집 확대, 어린이집 부모참여 확대, 보육교사 처우개선 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김영민 기자

보육정책 실패의 책임은 전업주부들에게도 떠넘겨졌다. 2016년 7월부터 맞춤형 보육제도가 실시됐다. 맞춤형 보육제도는 부모의 취업상태나 필요에 따라 보육시간을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긴급바우처 월 15시간)으로 나누고, 보육료 지원도 그에 맞게 차등화하겠다는 것이 뼈대다. 전업주부가 아이를 ‘종일반’에 맡기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였다. 전업주부의 경우 6시간 이상 맡길 때 ‘긴급 바우처’를 사용해 제한 시간 동안만 사용하도록 했다. 이 무렵 육아정책연구소 등 국책연구기관에서는 애착이론 등을 인용해 ‘만 2세 이하의 영유아들은 엄마가 집에서 돌보는 것이 좋다’는 연구 자료들을 쏟아냈다. 전업주부들이 위장 취업해 보육료만 타내고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록한다는 보도도 쏟아졌다.

경기 고양시의 주부 오정은씨(36)는 “정부에서 전업주부는 집에서 노는 사람들이라는 인상을 주는 것 같아 대단히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이정민씨(32)는 “집에 있으면 전업주부가 아이를 어떻게 돌보는지 아는가? ‘엄마 설거지할게. 가만히 있어’라고 아이에게 주문한다. 불가능하다. TV를 보게 하거나 스마트폰을 쥐어준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에게 취업을 위해 공부할 기회를 박탈한다는 점도 문제였다. 현재 맘 카페에서는 “공부를 하고 취업준비를 하려고 해도 어린이집 종일반에서 아이를 맡아주지 않아 어렵다”고 토로했다.

4. 불신 자초한 영유아 예방접종 백신대란

영유아 무료 예방접종 대상 축소를 알리는 뉴스 화면 / SBS 화면 갈무리

2016년 10월부터 추진하려던 ‘영유아 독감 무료 예방접종 사업’은 엄마들로부터 평이 좋았던 정책이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생후 6~59개월 영유아 84만명이 지난해 10월부터 연말까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무료로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무료 접종대상을 원래 생후 12개월 미만 아동까지로 바꿔 52만명을 줄였다. 당시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원래 계획대로 6세 미만 소아 213만4000명에게 무료접종을 실시할 경우 253만6000도즈가 필요하지만 지난해 국내 총공급량은 201만4000도즈에 불과했다. 경기 안양시에 사는 박민정씨(32)는 “무료 대상이었다가 변경된 것도 화가 나지만, 정부가 기본적인 것을 예측 못하고 정책을 세우나, 더구나 애들 생명이 달릴 수도 있는 문제인데란 생각에 화가 났다”고 말했다.

5. 모욕감을 준 가임기 여성 지도

행정자치부가는 지난해 12월 30일‘가임기 여성 지도’를 보여주는 온라인 사이트를 열었지만, 시민들의 비판이 폭주해 하루 만에 운영을 멈췄다. 당시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2016년 12월 29일 행정자치부가 ‘대한민국 출산지도(birth.korea.go.kr)’ 웹사이트 서비스를 시작했다. ‘내가 사는 지역의 출산 관련 통계, 출산 지원 서비스를 한눈에 비교·확인할 수 있도록’ 만든 정보 서비스라는 게 사이트의 설명이다. 지역별 합계출산율, 출생아 수, 조혼인율, 그리고 가임기 여성의 수가 지도로 표시돼 있었다. “대한민국 출산지도를 통해 국민들에게는 주민 접점의 지역정보를 제공하여 저출산 극복의 국민적 공감대를 높이고, 지역 접점에 있는 지자체가 주도적으로 지역 저출산 문제 해결에 나서서 주민들을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시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는 것이 취지였다. 온라인은 발칵 뒤집어졌다. 두 아이 엄마인 이혜민씨(32)는 “저출산을 극복하려면 산부인과 수, 어린이집 수, 보육료 지원현황 등을 표기하는 것이 상식적인 것 아닌가? 출산의 책임을 여성에게 돌리는 것에서 나아가 ‘씨를 뿌릴 여성’의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 디씨인사이드 주식갤러리, 일베 등에는 ‘강간지도’, ‘여기 강간하러 가자’는 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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