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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파티.. 오늘 밤 '수맥' 한 잔 어때요?

정진수 입력 2017. 05. 02. 20:46 수정 2017. 05. 02.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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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월 전국 곳곳서 맥주 축제 / 소규모 양조장표 수제맥주 선봬 / GKBF, 30여만명 참여 전망 / 한국인 참가자들 갈수록 늘어 / 여유·흥 넘치는 술문화 전파의 장

수은주가 급상승하며 초여름 날씨를 보이는 요즘 같은 때 과도한 업무, 반복되는 육아, 그리고 일상에 지칠 때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시원한 맥주 한잔. 광고 속 모델처럼 맥주를 들이켜고 ‘캬∼’ 하는 멋진 장면을 연출하진 못해도, ‘꺼억∼’ 같은 원초적 트림이라도 하고 나면 속이 편해진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는 ‘그레이트코리안비어페스티벌’ 참가자들이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난달 28일 시작된 ‘그레이트코리안비어페스티벌’은 7일까지 계속된다.
GKBF제공
대한민국에서 술은 늘 한풀이 수단 같았다. 취할 때까지 마시고 토해내며 세상의 모든 한(恨)을 게워내는 그런 도구였다. 그러나 시대가 변했다. 스타벅스와 커피가 ‘문화의 향유’가 됐듯 이젠 술도 문화로 변하고 있다. 커피와 카페 문화의 변화를 스타벅스라는 대형 프랜차이즈가 끌어낸 반면 술 문화의 변화는 개성 강한 소규모 양조장에서 만들어진 수제맥주(Craft Beer)가 이끌어내고 있다. 다방에 앉아 먹는 달달한 커피에서 ‘테이크아웃하는 쓰디쓴 아메리카노’로의 변천에 수많은 문화적 의미가 담기듯, 누구 하나 쓰러져 나갈 때까지 소폭(소주+맥주)을 계속 들이붓는 술 문화에서 한잔을 해도 맛있고 흥겹게 먹는 여유있는 수제맥주의 득세는 함의하는 바가 크다.

5∼6월 전국에서 잇따라 열리는 수제맥주 축제는 이를 확인하는 자리다. 맥주 한잔 들고 서서 나 홀로 음악에 맞춰 흥겹게 들썩이다가 이방인과도 대화를 나누는 새로운 술 문화, 이제 우리도 누릴 때가 되지 않았는가. 

‘그레이트코리안비어페스티벌’에는 국내외 다양한 수제맥주 코너가 마련돼 있다.
◆‘에일, 라거, 스타우트…’ 취향대로 즐기는 수제맥주

“미국 캘리포니아 에일을 맛보세요. 취향 따라 권해드릴게요∼.”

지난달 2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이 맥주잔을 든 사람들로 가득 찼다. 올해 수제맥주 페스티벌의 첫 시작인 ‘제8회 그레이트코리안비어페스티벌(GKBF)’ 참석자들이다. 풀밭에, 계단에, 간이 의자에 편안하게 주저앉은 사람들은 밴드 공연을 감상하며 천천히 맥주를 들이켰다. 페스티벌에 참가한 국내외 브루어리(양조장)는 모두 27곳. 브라운 에일, 바이젠, 라거, 필스너, 골든 에일, 스타우트 등 저마다의 특색을 열띠게 홍보하느라 분주했다. 각 양조장은 이번 축제에서 신제품 18종을 처음 공개하기도 했다. 

참가자 중 외국인의 비율은 20%를 훌쩍 넘어선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전체의 3.4%(2016년 기준)임을 감안하면 외국인들에게 잘 알려진 축제인 셈이다. 다니엘 튜더 전 이코노미스트 특파원이 일침을 놓았듯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는 한국 맥주”에 신물이 난 외국인들이 간만에 만난 맛있는 맥주에 열광한 것이다. 이날은 휴일을 맞아 경기도 오산과 동두천에서 미군들이 버스를 대절해 왔다.

GKBF를 주관하는 미디어파란의 윤나리 과장은 “2013년 첫 행사에는 80%가 외국인이었고, 한국인 참가자는 대부분 지나가다 들른 사람들로 그저 ‘맥주값이 왜 이리 비싸냐’는 반응만 보였다”며 “그러나 수제맥주 시장이 커지면서 이젠 스타우트, 에일, 라거 등 본인의 취향이 확실한 한국인 방문객이 늘어났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오는 7일까지 열리는 GKBF에는 30여만명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는 수제맥주 시장이 2014년 주세법 개정 이후 매년 35% 수준의 고성장을 기록했고 앞으로도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맥주시장의 15%를 수제맥주가 차지하듯 한국 역시 발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기대감처럼 서울 이태원, 홍대, 강남 등지에서는 수제맥주를 내건 술집들이 늘어나고 있다. 젊은층이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근처 골목에서도 어렵지 않게 소규모 수제맥주집을 찾아볼 수 있다. 

◆야외에서 즐기는 흥겨운 수제맥주 축제

국내 유명 양조장들은 수제맥주 시장 부흥을 위해 수제맥주 축제 주최에 앞다투어 나섰다. 다양성과 고품질의 수제맥주를 홍보해 시장 확대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이다.

이태원, 홍대 등에 펍을 보유한 ‘더부스(The Booth)’는 3∼7일 건대 커먼크라운드에서 ‘더비어위크서울’을 연다. 더부스는 다니엘 튜더 전 특파원이 참여한 국내 대표 양조장이다. 두 차례 열린 사전티켓예매가 모두 매진될 만큼 비어위크서울은 관심이 높은 축제다. 지난해 1만4000여명 참여에 이어 올해는 2만명 이상이 방문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뉴욕 최고의 브루어리인 아더하프브루잉, 이블트윈브루잉, 이더스트리얼 아츠 브루잉, 애틀랜타 지역의 스위트 워터 브루잉 등 22개 국내외 업체의 맥주를 맛볼 수 있다. 고보경 팀장은 “규모가 작은 수제맥주 업체들의 부담을 줄이는 맥주 매입·판매 형식으로 진행돼 다양한 수제맥주를 확인할 수 있다”고 전했다. 

경기 가평 자라섬에서는 12∼14일 국내 1세대 수제맥주 회사인 ‘카브루’가 주최하는 수제맥주 축제가 열린다. 드넓은 자라섬 잔디밭에서 북한강을 바라보고 앉아 국내외 밴드와 디제이 공연을 들으며 여유롭게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다. 일산의 더테이블과 울산의 화수브루어리, 파운더스, 베네딕티너 등 다양한 양조업체가 참여해 150여종의 수제맥주를 즐길 수 있다. 4월 말 기준으로 사전티켓은 60% 이상이 팔려 올해도 1만∼2만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수제맥주 문화가 무르익지 않은 대전에서도 축제가 열린다. 대전의 터줏대감 격인 바이젠하우스는 6월 2∼4일 대전엑스포 한빛타워에서 ‘수제맥주&뮤직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지난해 처음 열린 페스티벌은 주최 측의 예상보다 2배가 많은 1만2000여명이 참가할 정도로 뜨거웠다. 올해에도 1만5000명 이상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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