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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불법체류자면, 나도 불법인가요?..4살 다트의 물음

박수지 입력 2017. 05. 04. 18:06 수정 2017. 05. 04.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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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어린이집은 182㎡(약 55평)짜리 2층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아이를 데려갈 부모가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야근'보다는 '단속'을 떠올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은 지난 1월 경기도 군포시에 문을 열었다.

어린이집에 보낸다 해도 밤 9시 넘을 때까지 부모의 잔업·야근이 이어지는데 아이를 봐줄 이도 비용도 없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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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아동권리협약 한국의 현주소

건강보험 없어 아파도 병원 기피
무상보육 대상 안돼 보육비 부담
인권단체 어린이집에 겨우 '숨통'

부모 없는 본국에 돌아가는 아이도
"대한민국, 이주아동 보호의무 있다"
"국제 기준 따라 이주아동 보호를"

[한겨레]

지난달 28일 군포 이주아동 어린이집의 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나비를 쫓으며 바깥놀이를 즐기고 있다.

이 어린이집은 182㎡(약 55평)짜리 2층 가정집을 개조해 만들었다. 문 앞 작은 텃밭엔 아이들이 심은 방울토마토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하지만 이곳은 여느 어린이집과 다르다. 실내 매트 위를 뛰노는 아이들을 보면서 선생님들은 ‘당장 내일 누군가 연락도 없이 나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마음을 다잡는다. 아이를 데려갈 부모가 약속 시간에 나타나지 않으면 ‘야근’보다는 ‘단속’을 떠올린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아이들을 돌보는 ‘아시아의 창 어린이집’은 지난 1월 경기도 군포시에 문을 열었다. 아름다운재단이 공간을 마련해줬고, 이주민 인권단체 ‘아시아의 창’이 운영을 맡았다. 많은 부모들과 다르지 않게,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아이를 키우기 위해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제도권 어린이집은 이들에겐 너무 멀다. 이런 어린이집 서너 곳이 서울과 경기도에 문을 연 이유다. 눈앞에서 뛰어다니지만, 문서상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이 이곳에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 군포의 이주아동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애벌레에서 나비가 되는 과정을 율동과 함께 배우고 있다.
지난달 28일 경기 군포의 이주아동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점심을 먹기 전 식사예절 관련 노래영상을 보고 있다.

이곳 아이들은 자주 아프고 잘 낫지 않는다. 베트남에서 온 부모 밑에서 자란 다트(4)는 곰팡이가 핀 지하방에서 지낸 탓에 폐렴을 자주 앓았다. 50개월 됐는데, 신체 발육 수준은 24개월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미등록 이주아동에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부모는 병원비를 전부 내야 한다. 가벼운 감기에 걸려도 2만원 가까이 든다. 배상윤 원장은 “웬만큼 아프지 않으면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무상보육’ 대상이 아니다. 1명당 매달 100만원 정도 비용이 든다. 후원금 등 덕분에 본인부담금은 10만원 남짓이다. ‘시스템’이 아니라 ‘선의’에 기대어 있는 셈이다. 소문이 알음알음 나자 경기도 다른 지역이나 서울에서 군포시로 이사 온 부모들도 있다. 어린이집 쪽은 “10명 정도 다니기도 하는데, 단속이 강화되면 등원 인원수가 준다”고 말했다. 현재 아이 7명이 다닌다.

지난달 28일 경기 군포의 이주아동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스스로 심은 방울토마토에 본인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미등록 젖먹이 아이들은 종종 부모 없는 본국으로 혼자 돌아가기도 한다. 지난주에도 6개월 된 아기가 결국 등원을 포기하고 본국으로 갔다. 어린이집에 보낸다 해도 밤 9시 넘을 때까지 부모의 잔업·야근이 이어지는데 아이를 봐줄 이도 비용도 없어서다. 아기 엄마는 배 원장에게 전화해 엉엉 울었다. 배 원장은 “일시적인 아이 비자 발급 등 최소한의 ‘보육받을 권리’를 보장해준다면 젖도 못 뗀 아이들이 가족과 헤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가정은 ‘보육 공백’ 시간대에 정부와 지자체의 긴급 아이돌봄 서비스 등을 이용하지만, 이들한테까지 문이 열려 있는 건 아니다.

이주아동 지원 단체들은 미등록 이주어린이를 지원할 수 있도록 ‘이주아동권리보장기본법’을 제정하려고 애썼지만 실패했다. 현재 아동복지법 등을 개정해 돕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소라미 변호사는 “아동 보호라는 보편적 인권 문제를 한국 사회는 방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아동은 어떤 종류의 차별로부터도 보호받아야 한다’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을 한국은 1991년 비준했다.

군포/박수지 기자, 임세연 교육연수생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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