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민 작가 나카니시 레이 "평화 헌법은 예술 작품"

구성찬 기자 입력 2017. 5. 4. 20:07 수정 2017. 5. 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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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저명한 작가 겸 작사가인 나카니시 레이(79)가 4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노래한' 일본 평화 헌법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예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본명은 나카니시 레이조(中西禮三). 1938년 9월 2일 만주국 무단장시에서 아버지 나카니시 세이타로(中西政太郞)와 어머니 요키(よ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종전 후 일본에 돌아와 릿쿄 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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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카니시 레이 [아사히신문 홈페이지]


일본의 저명한 작가 겸 작사가인 나카니시 레이(79)가 4일 아사히신문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전쟁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노래한’ 일본 평화 헌법은 세계에 자랑할 만한 예술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만주 태생인 그는 일본 패망 이후 ‘버려진 국민’으로 자신이 겪었던 참혹한 경험들을 들려주며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밀어붙이고 있는 ‘재무장을 위한’ 개헌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평화 헌법이 시행 70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비참한 전쟁과 화려한 번영을 동시에 겪은 작가는 “총리가 2020년 개정 헌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을 듣고 놀랐다”며 “헌법을 존중하고 옹호할 의무가 있는 총리가 말장난을 하고 있다”고 일침을 놨다. 나카니시는 이어 “(나쁜) 권력은 궁극적으로 개인이 국가 이외의 대상을 사랑하는 것을 싫어해 개인을 공포로 묶어 놓으려 한다”면서 ‘저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작가는 평화 헌법을 소중히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 기쁘다며 자신이 평화의 소중함을 강하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무엇보다 강렬했던 전쟁의 체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을 전후로 세 번이나 국가에 농락당하고 버려지는 것을 경험했다면서 첫 번째 ‘버려짐’은 자신이 ‘무적(無敵)’이라 믿었던 만주 관동군으로부터 당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나카니시는 “(종전 직전인) 1945년 8월 8일 소련군이 일본과 소련의 중립 조약을 깨고 침공을 시작하자마자 관동군은 일본인 거류민들을 버리고 도망쳤다”고 회상했다.

  회한에 젖은 작가는 “두번째는 일본 정부로부터 버려졌다. 일본이 포츠담 선언을 수락한 8월 14일 (제국) 외교부는 재외기구에 (해외) 일본인 거류민을 가능한 현지에 묶어두라는 방침을 하달했다. 일본 국내에 식량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증언을 이어갔다.

  나카니시가 기억하는 세 번째 ‘버려짐’은 일본 정부가 전후 재외 거류민 귀국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것이었다. 그의 기억에 따르면 거류민들은 스스로 집단거주지를 만들어 피신해가며 돈을 모아 중국 국민당과 공산당, 미국, 소련과 교섭했다. 나카니시가 일본에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1946년 늦여름이었다.

  일본의 ‘국민 작가’로 추앙받아 온 그는 “개헌을 호소하는 정치인들은 개인보다 국가를 우선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 앞에 벌어졌던 것이 ‘기민(棄民·국민을 버림)’이다. 지옥 같은 체험을 하고 몇 번이나 목숨을 잃을 위험에 노출됐다. 소련군의 포격을 피했더니 기관총에 맞을 뻔 한 적도 있었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순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회상했다. 나카니시는 절박하던 그 당시 젊은 관동군 장교가 일본도를 쳐들고 동족인 일본인 거류민들에게 ‘국가’에 대한 충성을 강요하던 장면을 여전히 잊지 못했다.

  현재 암 투병 중인 노(老) 작가는 “이상의 실현은 쉽지 않다”며 “하지만 이상을 잊어버리면 끔찍한 현실밖에 없다”고 인터뷰의 방점을 찍었다.

◇ 나카니시 레이는 누구?
나카니시 레이(なかにしれい)는 일본의 작사가 겸 소설 작가다. 본명은 나카니시 레이조(中西禮三). 1938년 9월 2일 만주국 무단장시에서 아버지 나카니시 세이타로(中西政太郞)와 어머니 요키(よき)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종전 후 일본에 돌아와 릿쿄 대학 문학부 불문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후 프랑스 샹송을 일본어로 번역하는 일을 주로 하다 작사가로 직업을 바꿨다. 그가 작사한 곡 중 3곡이 일본 레코드 대상을, 2곡이 작사상을 수상했다. 그 외 오페라 극본과 소설도 다수 집필했다. 2000년 발표한 그의 두 번째 작품 ‘나가사키 어슬렁어슬렁 타령(長崎ぶらぶら節)’으로 제122회 나오키상을 수상했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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