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없으니 조카 챙겨라" 딩크족의 속앓이

방윤영 기자 2017. 5.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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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전통적 '가정'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가정의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김씨는 "어린이날뿐 아니라 생일이나 성탄절에 챙겨야 하는 선물이나 식사 비용 등도 내 몫"이라며 "자식이 없으니 조카를 챙겨야 한다는 가족들 인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자식이 없으니 조카 챙기라"는 주변의 눈치가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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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 없는 가정의달] ①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조카 육아부담에 "출산 더 꺼려져"

[머니투데이 방윤영 기자] [편집자주] 전통적 '가정'이 급격히 흔들리면서 가정의달 풍경도 바뀌고 있다. 저출산·고령화시대에 취업포기·결혼포기·출산포기로 상징되는 이른바 'N포세대'의 비명이 반영된 결과다. 실제 어느새 우리 사회는 1인 가구가 2, 3, 4인 가구를 제치고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달라진 세태, 새로운 풍속을 조명하면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되짚어본다.

[[가정 없는 가정의달] ①어린이 없는 어린이날…조카 육아부담에 "출산 더 꺼려져"]

/사진=머니투데이 자료사진, 기사내용과 직접 연관 없음.

#30대 후반 기혼 여성인 김모씨는 자녀가 없지만 어린이날에 바쁘다. 초등학생 조카 둘을 챙겨야 한다. 5월 황금연휴 기간에 친정에 연락했더니 "어린이날인데 네 조카들 선물 잊지 말라"는 답이 돌아왔다. 어린이날 기념 가족 식사 장소를 예약하는 일도 김씨 차지다.

김씨는 "어린이날뿐 아니라 생일이나 성탄절에 챙겨야 하는 선물이나 식사 비용 등도 내 몫"이라며 "자식이 없으니 조카를 챙겨야 한다는 가족들 인식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했다.

#30대 후반 기혼 여성인 이모씨도 사정이 비슷하다. 연휴에 남편과 홍콩으로 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그러자 친정 부모님이 "어린이날에 집에 못 오면 조카들 선물이라도 사오라"고 말했다. 이씨는 면세점에서 초·중학교 조카 4명에게 줄 시계를 구입해야 했다. 이씨는 "고등학생 때까지 써야 한다고 해서 중학생 조카 시계는 40만원 주고 샀다"며 "어린이날만 되면 허리가 휜다"고 말했다.

자녀 없는 맞벌이 부부인 딩크족(DINK+族, Double Income No Kids의 줄임말)에게도 어린이날은 부담이다. "자식이 없으니 조카 챙기라"는 주변의 눈치가 만만치 않다.

어린이날을 비롯해 각종 기념일을 챙기다 보면 1년에 수백 만원가량 돈을 쓰기도 한다.

이씨는 "초등학생 조카가 소풍 간다고 1~2만원, 시험 잘 보면 친구들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라고 3만원, 여름휴가 때 식사비용 10만원 이런 식으로 거의 매달 지출한다"며 "조카들을 모두 챙기니 1년에 200만~300만원은 지출한다"고 말했다.

속 앓이에도 주위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많다. 30대 중반 기혼 여성 신모씨는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했더니 '애도 없는데 돈 쓸데가 어디 있느냐', '조카 챙기기 싫으면 얼른 자식 가지라'는 구박만 듣는다"며 "조카들 돌보다보니 오히려 아이를 갖기가 더 싫어졌다"고 말했다.

/그래픽=뉴스1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 자녀 없는 부부 가구는 전체 가구에서 15.5%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점차 증가해 30년 뒤에는 자녀 없는 부부가 10가구 중 2가구 꼴이 될 전망이다.

실제로 최근 5년간 결혼한 부부 중 아이를 낳지 않는 경우는 10쌍 중 4쌍으로 조사됐다.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처음으로 조사·발표한 '2015년 기준 신혼부부통계' 결과다. 경기침체와 노동시장의 불안정, 결혼·출산에 대한 가치관과 태도의 급격한 변화 등으로 자녀를 포기하는 부부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요즘은 동거, 동성애, 아이 없는 부부 등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졌다"며 "아무리 가족이어도 타박하기보단 아이를 갖지 않는 부부들의 가치관도 존중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딩크족이더라도 나중에 생각이 바뀌어 아이를 가질 수 있는데 조카 육아를 일방적으로 부담하게 하거나 아이를 가지라는 잔소리 등은 오히려 역효과를 줄 수 있다"며 "딩크족 대부분이 양육 부담으로 아이 계획을 세우지 않는 만큼 정부의 적극적인 육아 지원 정책 등 제도 개선이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방윤영 기자 by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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