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치유 강조 '안아키'..아동학대 논란 가열

박영주 2017. 5. 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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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영자 "항생제·백신 접종, 아이 내성에 부정적 영향"
회원들 "아이 사랑하기에 백신·음식 함부로 못 줘"
비판 쇄도…어린이집·학교서 아이 전염될까봐 걱정도
전문가들 "상식 어긋나고 근거없어…심하면 아동학대"

【서울=뉴시스】안아키 카페 민간요법 실천한 모습(사진출처=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1. 아이가 화상을 입은 지 3일이 됐다. 화상은 찬물에 식혀야 한다는 상식을 뒤엎고 40도 온탕에 넣었더니 물집이 가라앉았다. 찬물이 닿은 곳이 오히려 물집이 더 커지고 더 빨개졌다. 연고도 안 발랐고 화상 전문병원도 데려가지 않았다. 호전되는 게 눈에 보였다.(인스타그램 ID s*******)

#2. 다섯 살 아이가 응급실에 실려 왔다. 소장이 부분적으로 막혀 장 속으로 내용물이 통과하지 못하는 '장폐색'이었다. 엄마가 대변을 못 보는 아이의 장 청소를 위해 며칠 동안 소금물 900㏄를 먹였다더라. 소장 내 부종이 심했고 엑스레이 확인결과 방광이 팽창돼 있었다. 짠 소금물이 부은 장에 악영향을 끼친 듯했다.(트위터 ID P****)

윗글은 네이버 카페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 운영자가 제시한 민간요법을 직·간접적으로 접한 네티즌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반응이다. 한 네티즌은 화상을 입은 아이를 40도가 넘는 뜨거운 물 속에 넣었더니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며 '안아키'의 민간요법을 신뢰했지만, 다른 네티즌은 안아키의 민간요법이 아이 생명을 위협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육아 카페 '안아키'를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6만 명에 가까운 카페 회원들은 민간요법을 공유하며 '자연치유'를 권장하고 있지만 다른 많은 부모들은 '아동학대'라고 반발하고 있다. 현재 이 카페는 회원만 접근할 수 있도록 비공개로 전환됐다.

안아키 카페 운영자로 알려진 한의사 김모씨는 항생제 과잉 처방과 백신 접종이 내성을 길러 아이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해왔다. 알루미늄 등 중금속이 든 백신을 어떻게 아이에게 여러 차례 주사할 수 있냐는 것이다.

스스로를 '안아키'이자 '안아키스트'라고 칭한 한 네티즌은 "음식, 약, 백신 등을 함부로 주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라며 "남들이 다 한다고 그저 다 따라 해야 정상이고 아니면 학대라니. 더 아끼고 더 사랑하기에 무엇하나 소홀히 그냥 줄 수 없다"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다수 부모들은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안아키 측이 제시한 민간요법이 일반적인 의학 원칙이나 상식에 어긋나 극단적인 경우가 상당수 있기 때문이다.

해당 카페에는 '아토피 피부를 가진 아이에게 로션을 바르지 말고 햇볕을 쬐게 하라' '애가 화상을 입었을 때는 뜨거운 물을 부어라' '돌이 안 된 아기에게 꿀을 먹이면 좋다' '열이 나는 아이를 관장시키면 해열이 된다' 등 납득하기 어려운 치료 방법들이 대거 게시됐다.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대개 해당 치료법을 이해할 수 없다며 카페 측을 비판하는 의견을 내고 있다.

"아이들 백신 접종 안 하고 병원 안 데려가는 사람들은 본인부터 약 병원 다 끊어야 한다. 말 못 하는 아이들만 피해자다." "자연주의 맹신자들 때문에 치료 못 받는 아이들, 법으로 구제할 방법은 없나요." "사이비 종교도 아니고 심각하다." 등의 반응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어린이집과 학교에 아이를 보내기 꺼려하는 학부모들도 있다. 안아키 방식으로 키워지는 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받지 않아 전염병이 옮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김모(31·여)씨는 "내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 안아키 아이들이 있을까 봐 겁이 난다"면서 "아이라 면역력도 약한데 바이러스라도 옮을까 봐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딸을 데리러 어린이집에 갈 때 다른 아이가 기침하면 의심부터 하게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백신을 거부하고 안아키에서 제시한 방법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건 매우 위험한 행동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심할 경우 '아동학대'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박수형 카이스트 의과학대학원 교수는 "백신, 약도 부작용이 없을 수는 없지만 접종한 아이와 안 한 아이를 비교했을 때 어느 쪽이 병에 걸릴 확률이 높은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형 고려대안암병원 교수는 "안아키에서 알려준 일부 행동은 상식에 어긋나고 근거가 없다"며 "잘못해서 아이들이 더 위험에 빠질 수 있다. 필요한 약이라면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형모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자연주의 요법을 다 아동학대라고 볼 수는 없지만 변비가 심한 아이에게 소금물을 먹이고 관장을 하는 등 특이한 사례는 아동학대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모의 (선한) 의도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당 행동이 아동의 신체적·정서적 발달을 저해하는가를 판단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gogogirl@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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