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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당선인 울린 96세 할머니의 '투표 연습'

박효진 기자 입력 2017. 05. 10. 04:45 수정 2017. 05. 11. 2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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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당선인에게 ‘투표 연습’을 통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한 96세 할머니의 사연이 알려졌다. 문재인 당선인도 이 사연을 페이스북에 공유했다.

제19대 대통령 선거가 진행된 9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96세 어머니의 투표 연습”이라는 제목의 글과 함께 사진 한 장이 올라왔다. 글을 올린 A씨는 “96세 어머니가 어쩌면 당신 생애 마지막일 수 있는 대통령선거 투표를 연습한다”며 볼펜으로 그려 만든 투표용지에 볼펜을 기표용구 삼아 투표 연습을 하고 있는 어머니의 손 사진을 공개했다.

이 '투표용지'는 A씨 동생이 “어머니가 투표소에서 당황하지 않도록 모든 후보자 이름을 한 획도 틀리지 않게 적어 만든 것”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어머니가 투표 연습을 하며 “금 안에다 꼭 찍어야제(찍어야지), 한가운데다가 딱 찍어야제(찍어야지), 가상(밖)으로 나가믄(나가면) 안되제(안되지)"라며 혼자 다짐의 말을 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어 “4년 후 100세가 되는 어머니, 자식들한테 정치 교육 받은 어머니가 아니다”라면서 “자식들이 올바른 지도자를 알아보도록 교육시킨 어머니였다”고 했다.

A씨는 “어렸을 때 날이 갑자기 추워진 아침 ‘엄마 추워’라며 엄살을 부리다가 ‘죄 없이 감옥 가서 차디찬 쎄멘트(시멘트) 바닥에 갇혀 있는 사람들은 지금 얼마나 춥겄냐(춥겠냐)’라는 평생 잊을 수 없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박정희 독재정권 아래 무고하게 옥고를 치러야 했던 정치범, 사상범, 양심범들을 일상 속에서 애통해 하며 살았던 어머니다”라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어머니가 날마다 마당에 심어놓은 석류나무에 물을 주면서 문재인이 대통령 되게 해 달라고 빌었다”며 “다 돌아가시고 얼마 남지 않은 친구에게 전화해 투표를 독려하거나 투표하지 않겠다는 친구에게 호통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A씨 어머니는 지난 5일, 다른 날 보다 일찍 일어나 평소 입던 옷 대신 자녀들이 사준 새 옷을 입고 부산 동구의 한 투표소에서 사전투표를 했다. A씨는 “어머니가 선거일이라며 의관정제를 한 것”이라며 “어머니의 소원대로 문재인 대통령의 나라를 맞이하고 싶다”며 글을 맺었다.

문 당선인도 이날 투표 연습을 하고 있는 A씨 어머니 사진을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는 대통령선거에서 복잡한 투표지에 기표 실수 안 하려고 미리 투표용지를 만들어 연습하시는 장면, 96세 어르신의 사연을 접하고 울컥했다. 정권교체를 바라는 전국 방방곡곡 국민의 염원과 노력이 눈물겹다. 어깨가 무겁다”는 글을 남겼다.

A씨 어머니는 이날 바램대로 ‘문재인 대통령 당선’의 꿈을 이뤘다.

박효진 기자 imher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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