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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포착] 폐지 줍는 노인에게도 과세를?

심유철 입력 2017.05.11. 11:05 수정 2017.05.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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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희 아나운서 ▶ 어떤 단어나 문서를 검색할 때 키워드를 이용하면, 원하는 정보를 더 쉽고 빨리 찾을 수 있죠. 그래서 그 키워드를 가지고 시작합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인데요. 쿠키뉴스의 심유철 기자. 어서 오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안녕하세요. 심유철 기자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오늘은 어떤 키워드를 제시해주실 건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오늘의 키워드는 바로 폐지 줍는 노인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폐지 줍는 노인.. 안타깝지만 점차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를 대변해주는 단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은데요. 폐지 줍는 노인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려주세요.

심유철 기자 ▷ 네. 일반적으로 폐지 줍는 노인이라 하면, 당연히 이 사회의 약자로 생각되어야 맞죠. 우리가 돌봐주어야 하고, 또 도움을 주어야 하는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 대부분인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정부만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봅니다.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는 폐지 줍는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더 주는 등 도움을 주기는커녕, 줬던 연금도 뱉어내라고 하고 있거든요. 어떻게 된 일인지 알아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일단 상황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심유철 기자, 예전에도 그랬지만, 길을 가다보면 폐지 줍는 노인들을 쉽게 만날 수 있어요. 실제로 폐지를 주워 팔아 생계를 이어가는 노인들이 많죠?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전국 고물상 연합회는 전국적으로 폐지 수거 노인을 17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요. 통계청 조사도 그와 비슷합니다. 우리의 생각보다 많은 노인들이 거리에서 목숨을 걸고 일을 하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6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한다고 해도, 정말 많은 노인들이 폐지를 줍고 있는데요. 대체 왜 이렇게 많은 노인들이 폐지를 줍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한 마디로 말해, 그들을 받아주는 곳이 없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노인들은 폐지를 줍지 않고도 일할 곳이 있으면, 이 일을 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고 있거든요. 사실 충분한 재산을 모아뒀거나 공무원, 교사, 군인 등 어느 정도의 연금을 보장받는 노인은 노년에도 큰 어려움이 없습니다. 반면, 재산도 없고 연금도 부족한 대부분의 노인은 빈곤에 빠지거나,  또 다시 일하러 나설 수밖에 없는데요. 문제는 그 일자리조차 경비, 청소, 가사 서비스 등 임시직이나 일용직이라는 것이죠. 또 그마저도 구하지 못하면 폐지를 줍는 일을 할 수밖에 없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폐지를 줍는 일은 몸이 참 고단한 일이잖아요. 비가 오면 비를 맞아야 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아야 하고.. 또 차가 다니는 길을 다니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기도 하고요. 심유철 기자, 그런 식으로 힘들게 일하면, 돈은 얼마나 벌 수 있나요?

심유철 기자 ▷ 하루에 열 두 시간 이상 위험한 길을 다니며 폐지를 주워 팔아도, 그들이 결국 손에 쥐는 돈은 고작 몇 천 원 뿐입니다. 한 달을 꼬박 일해도 몇 십 만원 벌기도 힘든 일인 것이죠. 실제로 폐지 수거 노인 10명 중 8명은 월수입 30만원 미만으로, 근근이 생계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조사 되었는데요. 그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올해 1인 가구 최저 생계비 64만 9932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치입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상황이 그렇게나 열악한가요?

심유철 기자 ▷ 네. 심각합니다. 게다가 이어진 경기 침체로 고물 값이 급락하면서, 폐지 수거 노인들이 더 타격을 받고 있는데요. 한국 환경 공단의 재활용 가능 자원 가격 조사를 보면, 올해 폐품 값이 대부분 하락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경기 침체가 고물 값까지 영향을 주었군요.

심유철 기자 ▷ 네. 신문지는 지난해 9월 ㎏당 105원에서 지난달 96원으로 떨어졌는데요. 5년 전인 2012년 ㎏당 136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0% 가량이나 차이가 납니다. 또 알루미늄 캔이나 고철도 지난해보다 가격이 내려갔는데요. 알루미늄 캔은 지난해 9월 1017원/㎏에서 1년 새 974원/㎏으로 하락했고요. 플라스틱은 308원/㎏에서 279원/㎏으로 떨어졌습니다. 지난해 9월 156원/㎏이었던 고철 값도 136원/㎏으로 하락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물가는 지속적으로 오르는데, 고물 값은 계속된 불황의 영향으로 꾸준히 하락하고 있네요. 

심유철 기자 ▷ 네. 안타깝게도 그런 상황입니다. 공장의 원자재 수요가 줄면서, 재활용 원자재 수요가 감소했고요. 또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고철과 고물 값도 도미노처럼 떨어져 버렸죠. 

김민희 아나운서 ▶ 80%가 월수입 30만원 미만. 결국 1인 가구 최저 생계비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입. 그래도 그들이 폐지 줍는 일을 그만둘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볼게요. 앞서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가 없다는 이야기 했었는데요. 그 외에 또 다른 문제가 있나요?

심유철 기자 ▷ 네. 또 있습니다. 노인들이 이렇게 험한 일에 내몰리게 되는 이유는 기초 생활 수급, 기초 연금 제도 같은 사회적 안전망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다시 말해, 노인들이 받는 기초 연금으로는 도저히 먹고 살 수 없어, 폐지 줍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기초 연금 제도에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먼저 그 기초 연금 제도에 대해 알려주세요. 어떤 제도인가요?

심유철 기자 ▷ 기초 연금 제도는 소득 분위 하위 70% 이하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매달 20만원씩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입니다. 국가가 세금으로 재원을 마련해, 일률적으로 지급하는 연금이고요. 공약 이행으로 2014년 7월부터 시행되었고요. 매달 25일 소득 하위 70% 노인, 454만 명의 통장으로 10만원에서 20만원의 기초 연금이 입금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부모와 자식을 부양하느라 노후를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세대들에게 지급하기로 한 것이 바로 기초 연금이죠. 박근혜 대통령이 다른 공약은 안 지켰어도 그 공약만은 지켰어요. 그런데 그 기초 연금이 왜 문제되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거기서 문제는 기초 연금을 기초 생활 수급과 연계했다는 점입니다. 현재 기초 연금은 소득으로 인정되어서요. 기초 생활 보장 생계 급여에서 그 해당 금액만큼 삭감되고 있거든요. 예를 들어, 기초 연금으로 20만원을 받으면 생계 급여에서 20만원이 빠진다는 거죠. 

김민희 아나운서 ▶ 이런 말 어떨지 모르지만, 좀 치사하네요. 결국 이 사회에서 가장 가난한 기초 수급자 노인들이 기초 연금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거잖아요. 정부는 대체 왜 그런 논리를 펼치고 있는 건가요?

심유철 기자 ▷ 정부의 논리는 이렇습니다. 기초 연금만큼 소득이 새로 생겼으니, 보충성의 원리에 의해 같은 액수를 생계 급여에서 빼고 준다는 것이죠. 원칙상 기초 연금을 소득으로 보는 것이 옳다는 겁니다. 하지만, 그러는 바람에 소득 8분위 중 가장 가난한 소득 1분위 노인들이 평균으로 치면, 소득 3분위보다 기초 연금을 5만 원 이상 적게 받는 결과가 생깁니다. 결국 최빈곤층이 혜택을 되레 덜 받고 있는 것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네요. 그 이상한 논리로 피해를 보고 있는 노인. 그러니까 현재 기초 연금 대상자 중 기초 수급자는 얼마나 되나요?

심유철 기자 ▷ 지난해 기준으로 약 40만 명에 달합니다. 실제로 기초 연금 수급액은 소득 분위에 따라 역진성을 보이는데요. 지난 5월 4일 국회 예산 정책처에서 발간한 기초 연금 제도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최빈곤층인 소득 1,2 분위의 기초 연금 수급액은 각각 12만 2865.8원과 16만 9049원이었습니다. 소득 3분위의 평균 수급액인 17만 6419원보다 오히려 적었죠. 또 기초 수급자 노인 약 7%는 아예 기초 연금을 신청하지 않았는데요. 국회 예산 정책처는 그 이유를 홍보 부족과 소득 인정을 우려한 기초 연금 제도 미신청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기초 연금 제도가 노인들의 생활 안정에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줄 알았는데, 가장 가난한 노인이 제일 적게 받는 이상한 제도였네요. 최극빈층 노인들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겠어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래서 오죽하면 줬다 뺏는 기초 연금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인데요. 실제로 지난 7월, 청와대 근처에서 어르신 다섯 명이 상소문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두루마리 상소문에는, 대통령은 줬다 뺏는 기초 연금이라는 걸 알고 계신지요. 40만 노인도 삼복더위에 삼계탕을 먹고 싶습니다. 라고 적혀 있었고요. 

김민희 아나운서 ▶ 줬다 뺏는 기초 연금의 문제점에 대해서 당사자들도 충분히 공감하고 있는 내용인데요. 심유철 기자, 그런데 이렇게 되면, 또 다른 문제가 양산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어떤가요?

심유철 기자 ▷ 맞습니다. 소득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것도 하나의 문제인데요. 중산층 노인들은 꼬박꼬박 기초 연금을 받고 있기 때문에, 노인 집단의 계층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지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위해 꼭 부자가 될 필요는 없지만, 가난은 행복한 삶을 만드는 데 있어 걸림돌로 작용하는데요. 현재 우리나라 노인 계층 간의 소득 격차가 심각한 수준이죠?

심유철 기자 ▷ 네. 우리나라의 노인 빈부 격차는 경제 협력 개발 기구OECD 회원국들 가운데 최악 수준인데요. 65세 이상의 고령층 근로자 중 최저 임금 이하 근로자 비율이, 근로자 평균인 11.6%의 3배가 넘는 37.1%에 이르는 것만 봐도요. 고령층의 소득 격차가 그대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노년기의 우울한 현실이 그대로 보이는 것 같아요.

심유철 기자 ▷ 네. 그리고 그건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노인의 경제 활동 참가율은 31. 4%로, 경제 협력 개발 기구 국가 가운데 2위이고요. 빈곤율은 49.6%로 1위, 자살률은 10만 명 당 55.5명으로 압도적 1위이거든요. 

김민희 아나운서 ▶ 네. 심유철 기자와 함께 하는 키워드 포착. 오늘의 키워드는 폐지 줍는 노인인데요. 폐지 줍는 노인들처럼 최극빈층을 울리는 제도가 바로 융통성 없는 기초 연금 제도에요. 그런데 이 폐지 줍는 노인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 있다고요?

심유철 기자 ▷ 네. 정부가 재활용 폐자원 의제 매입 세액 공제를 줄여 폐지 줍는 노인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재활용 폐자원 의제매입 세액공제요?

 심유철 기자 ▷ 네. 말이 좀 어렵죠. 재활용 폐자원 의제매입 세액공제는, 고물상이 세금 계산서를 발급하지 못하는 폐지 수집 노인들에게 폐자원을 사면, 공제를 해주는 제도입니다. 그 공제율은 지난 2013년에는 6/106, 2015년에는 5/105 이었는데요. 올해는 3/103까지 축소되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공제를 줄이다뇨. 고물상이나 재활용 업계 종사자들 입장에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겠는데요? 

심유철 기자 ▷ 맞습니다. 당연히 그렇죠. 그래서 그들은 엄청난 증세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세금 부담이 지난 2013년 대비 63% 정도 증가했다는 것인데요. 공제율 축소가 폐자원 매입 가격을 낮춰, 결국 폐지 수거 노인들의 수입까지 줄어드는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김민희 아나운서 ▶ 네. 170만 명에 이르는 폐지 수거 노인들이 경제적 빈곤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폐지를 수거하며 교통사고 등 안전사고에 노출되고 있는 것도 큰 문제고요. 또 그에 대한 대책으로 나온 기초 연금은 여전히 1인 최저 생계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정부는 폐자원 공제율 축소로, 이들의 숨통을 더욱 조인 상태인데요. 이제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심유철 기자 ▷ 그렇습니다. 폐지 수거 노인들에게 장비를 지원해주는 것도 좋고, 줬다 뺏지 않은 연금을 주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것이 우선일 것 같은데요. 그들이 가진 경험과 살려,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것이 먼저일 것입니다. 노인 빈곤은 단지 노인들, 또 저소득층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김민희 아나운서 ▶ 네. 분명한 건, 우리는 모두가 현재 늙어가고 있고, 또 지금 노인의 모습이 우리의 내일이기 때문이라는 점입니다. 우리의 우울한 자화상을 이대로 그냥 넘겨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심유철 기자의 키워드 포착. 여기서 마칩니다. 심유철 기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심유철 기자 ▷ 네. 감사합니다.

tladbcjf@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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