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진 1개로 5000km 비행.. 2~4개 묶으면 美동부까지 타격

유용원 군사전문기자 2017. 5. 16. 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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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사일 도발]
北, 미사일 '화성 12형' 성공 주장.. 전문가 "ICBM 2~3년내 실전 운용"
- 신형 액체엔진 사용한 '準ICBM'
1단 로켓만으로 5000km 능력 과시
1t 탄두 싣고도 3000km 날아갈 듯.. 2·3단 로켓 장착땐 사거리 더 늘어
- 대기권 재진입 기술 확보했다고?
軍 "北의 주장은 가능성 낮다"
엔진들 묶는 기술도 쉽지 않아

북한이 지난 14일 발사한 중거리 탄도미사일 '화성 12형'은 신형 액체 엔진을 사용해 발사에 성공한 첫 준(準)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는 점에서 한·미·일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앞에 선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발사한‘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조립 현장을 지도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미사일 발사 현장도 직접 참관했다. /노동신문

이번 미사일은 신형 엔진 1기를 장착한 1단 로켓만으로 최대 5000여㎞를 날아갈 수 있는 능력을 과시했다. 여러 기의 신형 엔진을 묶거나 2·3단 로켓을 장착하면 최대 사거리 1만㎞ 이상으로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ICBM 개발은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2~3년 내에 ICBM 실전 운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화성 12형 미사일은 지난 14일 평안북도 구성 일대에서 수직에 가까운 고각(高角)으로 발사돼 최대 고도 2111㎞, 비행거리 787㎞를 기록했지만 정상적인 각도(30~45도)로 발사됐을 경우 최대 5000여㎞를 날아갈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은 지난 3월 18일 동창리 서해발사장에서 자체적으로 새로 개발한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이 엔진은 추진력이 80tf(톤포스: 80t 중량을 밀어 올리는 추력)가량의 주 엔진에 보조 엔진 4개를 묶은 형태였다. 이번에 발사한 미사일은 이 엔진을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1t 핵탄두 장착 시 3000㎞ 비행 가능

신형 중거리탄도미사일 앞에 선 김정은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발사한‘화성 12형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조립 현장을 지도하는 모습을 노동신문이 15일 보도했다. 김정은은 이날 미사일 발사 현장도 직접 참관했다. /노동신문

군 당국은 북한이 15일 화성 12형이 표준화된 핵탄두뿐 아니라 대형 중량 핵탄두도 장착이 가능하다고 밝힌 데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성 12형이 500㎏ 탄두로는 최대 5000여㎞를 비행할 수 있으며, 1t 무게 탄두도 3000㎞까지 운반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사일 전문가인 정규수 박사(전 국방과학연구소 연구원)는 "구소련은 이미 60~70년대에 추력 80t 엔진 1기를 장착한 SS-11 '세고' 미사일로 수백㎏의 핵탄두를 싣고 1만1000㎞ 떨어진 미 본토를 때릴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북한이 이날 "화성 12형 발사 시험에서 '가압(加壓)체계' 특성을 확증했다"고 발표한 대목도 눈길을 끈다. 가압체계는 액체 엔진에서 연료를 뿜어주는 장치를 말한다. 북한이 새 액체 엔진을 안정적으로 작동시키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군 당국은 북한이 이번에 성공한 신형 엔진을 바탕으로 본격적인 ICBM 개발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엔진 2~4개를 묶으면 500㎏~1t 이상의 핵탄두를 미 서부는 물론 동부지역까지 도달할 수 있는 ICBM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도 전망하고 있다. 다만 엔진 여러 기를 한 다발로 묶는 것을 '클러스터링(clustering)'이라 하는데 기술적으로 쉽지는 않다.

◇ICBM 재진입 기술은 아직 미확보한 듯

북한은 이날 ICBM 수준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시험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전문가와 군 당국은 그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ICBM의 하강 속도는 마하 24(음속의 24배) 이상이다. 이 같은 속도의 ICBM 탄두가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생기는 마찰열은 6000~7000도다. 이를 견뎌낼 수 있는 탄두 기술을 갖고 있어야 ICBM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이 실전 배치하고 있는 무수단(최대 사거리 3500㎞)의 경우는 마하 10~15이고, 이번 화성 12형은 최대 낙하 속도가 마하 15~20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 발표대로 재진입에 설사 성공했다고 하더라도 ICBM급 탄두 속도는 아닌 것이다.

한편 화성 12형이 남한을 향할 경우 주한미군에 배치된 사드로도 방어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사드는 최대 낙하 속도 마하 15 정도인 중거리 미사일(사거리 3000~4000㎞)까지를 요격하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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