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명령의 '나비효과'..전세계 에이즈 환자 위기
"여성 치료 접근 제한..개도국 피해 커"
(서울=뉴스1) 김진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낙태 지원 중단' 행정명령으로 인해 세계 후천성 면역 결핍 증후군(AIDS·에이즈) 치료 지원이 위기에 놓일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서명한 행정명령은 내주부터 효력을 발휘한다. 이 명령은 낙태를 상담 또는 지원하는 해외 비정부기구(NGO)에 대한 미 연방정부 기금 지원을 금지하는 게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 대선 경선 때부터 낙태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다. 행정명령 역시 그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미국이 그동안 세계 에이즈 치료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는 간과한 모습이다.
18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2003년부터 700억달러 이상을 세계 에이즈 치료에 지원했으며, 그 결과 에이즈로 인한 사망은 40%가량 감소했다. 특히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많은 아프리카 일대가 혜택을 받았고, 오는 2030년까지 에이즈를 종식하겠다는 유엔(UN)의 목표도 현실화하는 듯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국제 금지 규정'(Global gag rule) 도입으로 세계 에이즈 치료 단체들은 지원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오늘날 많은 에이즈 치료 단체들이 낙태에 관한 상담을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약 60억달러에 달하는 미국 연방 정부의 원조 기금이 영향을 받게 된다.
예를 들어 지역 내 32개 단체로 구성된 국제 에이즈(HIV/AIDS) 연합은 연간 지원금 중 미국이 차지하는 20%를 잃게 된다. 이 단체는 연간 1억3000만달러의 국제 원조를 받아 왔다.
케냐의 패밀리헬스옵션케냐(FHOK)는 지원금 40만달러의 절반을 잃는다. 이 단체는 17개 지역에서 HIV 양성 반응을 보인 여성들을 치료해 왔으며, HIV 치료에 쓰이는 항레트로바이러스부터 피임약 배포·낙태 상담 등을 제공해 왔다.
이 단체들은 미국의 원조를 받기 위해서는 낙태 상담을 포함한 일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한다. 하지만 이 경우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이들은 개발도상국의 여성들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에이즈 퇴치를 위해 시행한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 비상계획'(PEPFAR)에 따르면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남부 지역에서 HIV 감염자 중 74%는 소녀와 젊은 여성들이다.
특히 이들은 성폭행을 통해 질병에 감염된다. 실제 유엔 연구는 반려자로부터 육체적·성적 학대 경험이 있는 여성의 경우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HIV 감염 확률이 1.5배 높다고 밝혔다.
FHOK의 아모스 심파노 상임국장 역시 "우리는 치료를 축소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며 "이는 곧 여성의 서비스 접근 제한을 뜻한다. 특히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의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지겠는가. 그들은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에이즈 치료 캠페인을 펼치는 헬스갭의 아시아 러셀 상임국장은 "트럼프 행정부는 HIV 치료와 예방이 성(姓)과 생식에 대한 보건 서비스와 함께 제공돼야 한다는 과학적 증거의 수혜를 여성에게 허락하지 않으려 혼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정책이 원조 축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 각 단체들의 서비스 방향을 바꾸도록 장려한다는 입장이다. 새 정책에는 '세계 보건 지원에서의 생명 보호'(Protecting Life in Global Health Assistance)라는 명칭을 붙였다.
낙태 반대론자들 역시 행정부의 주장을 지지한다.
낙태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수잔 B. 앤서니 리스트'의 매조리 대넌펠서 대표는 "이 행정명령의 미국 원조에서 단 1달러도 감축하지 않는다"며 "다만 힘들게 벌어들인 우리의 세금이 낙태를 장려하고 수행하기보다 지속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보건 단체에 쓰인다는 것을 확실히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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