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홍석현 특사 만난 틸러슨 "북, 체제 보장할테니 믿어보라"

채병건 2017. 5. 20.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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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미사일 실험 중단 땐 대화 재개
북 정권 붕괴 지원도 침략도 안 해"
트럼프 정부 공식 약속 재차 확인
홍 특사 "북핵 프로그램 폐기 통해
북한의 발전 계기 만들겠다는 것"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18일(현지시간)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특사로 방미 중인 홍석현 한반도포럼 이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북한 체제 보장을 재확인하며 ‘이를 믿어 보라’는 직설적인 메시지를 내놨다. 그간 북한은 체제 유지를 핵 개발의 이유로 내세워 왔다. 이에 대해 핵이 없어도 북한 체제는 존속된다는 약속을 한 것이다. 체제 보장을 원한다면 핵을 가져선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홍 특사와의 면담에서 “북한이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미국에 신뢰를 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 “내 주변에도 북한에 투자하고 싶은 사업가가 많다”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한다면 북한 발전에도 큰 계기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홍 특사는 특파원 간담회에서 이같이 전하고 “지금의 제재와 압박이 그 자체로 북한을 괴롭히겠다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북한의 문을 열고 북핵 프로그램 폐기를 통해 북한에 발전 계기를 만들어 가겠다는 ‘관여(engagement)’에 대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가장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틸러슨 장관은 지난 3일 국무부 직원을 상대로 한 강연에서 북한이 비핵화에 나설 경우 ▶정권교체 ▶정권붕괴 ▶한반도 통일 가속화 ▶ 38선 이북으로의 진격 등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날 홍 특사에게 밝힌 대북정책의 기조는 더욱 선명하다. 체제 보장을 전면에 내세우며,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한 1차적 조건으로 핵·미사일 실험 중단을 지목했다. 그간 도널드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모든 옵션이 테이블에 있다”며 선제타격 가능성을 열어 놨던 것과는 달리 선제타격은 외교적·경제적 수단을 동원한 뒤 마지막으로 고려하는 최후의 단계임을 분명히 했다. 홍 특사와 틸러슨 장관은 미국의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이사를 함께 맡아 왔다.

특사단 관계자에 따르면 틸러슨 장관은 홍 특사에게 “북한 정권교체도, 정권붕괴 지원도, 침략도 하지 않고 체제를 보장한다”고 재확인했다. 이어 “우리를 한번 믿어봐라. (체제 보장을) 못 믿겠다고 생각해 뒤에서 물어 오지 말고 믿으라”는 대북 메시지를 전했다. 틸러슨 장관은 “미국은 공개적으로만 메시지를 보낸다”고도 강조해 이미 공개했던 체제 보장이 트럼프 정부의 공식 약속임을 재차 알렸다. 틸러슨 장관은 북한이 당장 보여줘야 할 행동도 구체적으로 거론했다. 틸러슨 장관은 홍 특사에게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 우리는 뒤에서 북한과 대화를 해나가지는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특사단 관계자는 “미국의 1단계 목표는 북한이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않는 것”이라며 “쉽게 대화로 이어진다기보다는 북한이 행동으로 일정 기간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하지 말아야 여건이 조성되기 시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 중단에 나서면 대화를 위한 최소한의 여건이 조성될 수 있음을 뜻한다.

틸러슨 장관은 한때 한반도 위기설까지 불렀던 대북 선제타격을 놓고도 “선제타격, 군사적 옵션으로 가기까지는 수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밝혔다. 선제타격의 현실화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는 의미다. 특사단 관계자는 “미국은 상당한 진정성을 갖고 있다”며 “북측이 진지하게 고민해 올바른 결정을 해준다면 북핵 문제 타결뿐 아니라 남북 관계와 동북아 평화에 아주 중대한 계기가 만들어지리라는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관건은 북한이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을 계속하면 미국의 대북 압박 수위 역시 올라가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대화의 실현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해석하고 싶다”며 “미사일이나 핵 실험이 추가로 이뤄진다면 (미국은) 더 많은 수단을 동원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알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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